새누리당의 박영선 막말 논란 공격, 5공 청문회를 떠올리다.

가자서 작성일 13.07.27 14:5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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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의 박영선 막말 논란 공격, 5공 청문회를 떠올리[소금인형2님 글]

 

 

 

지금으로부터 25년전인 1988년,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로 전직 대통령이 국회의 청문회에 출석하여 국회의원들로 부터 조사를 받았습니다. 바로 제 5공화국 청문회 입니다. 1987년 노태우가 직선제를 통한 13대 대통령에 선출되어 대한민국의 제6공화국이 출범하였는데 그 또한 12.12 군사 반란 쿠테다의 주역이었으니 당연히 전두환 5공화국에 대한 비리와 부정부패 조사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1988년에 치러진 국회의원 선거에서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로 여소야대의 상황이 연출되었고 이에 힘입어 5공화국 정권의 비리르 조사하는 <5공비리 특별조사위원회>가 설치되었고 진상조사를 위해 헌정 사상 최초로 국회 청문회가 TV로 전국에 생중계 되었습니다. 하지만 사건의 핵심인 전두환은 처음에는 증인 출석을 완강히 거부하다가 여론의 압력에 못이겨 결국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하였지만 증인 선서도 없이 준비해온 발표문을 읽어내려갔고 국회의원의 질문도 일체 받지 않았습니다. 이에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기는 커녕 여전히 권위적인 자세로 국민들을 우롱하는 전두환의 뻔뻔한 자세에 격분한 고 노무현 전대통령이 명패를 집어 던지며 울분을 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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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과 관심으로 시작된 5공청문회는 그동안 베일속에 가려져 있던 상상을 초월한 권력형 비리와 음모를 최초로 공식적인 자리에 폭로하여 일정부분 성과를 가져오기도 했지만 출석한 증인들 대다수가 자기변명에 급급했고 모르겠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라는 대답으로 일관해 구체적인 성과를 얻을 수 없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평가에 일조를 한 사람들은 다름아닌 청문회에서 사실을 규명해야 할 책무를 지고 있는 국회의원들이었습니다. 당시 국회의원들은 진실규명이라는 책무는 망각한 채 오로지 TV화면에 얼굴알리기 식의 이벤트 질문들만 넘쳐났고 심지어 당시 집권당인 민정당 국회의원들은 오히려 증인으로 출석한 권력형 비리 혐의자들과 기업인들의 편을 들어주는 발언으로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샀습니다.

 

시간은 흘러 그때의 민정당이 이제는 새누리당이라는 새로운 간판을 달고 또다시 대한민국의 집권당이 되어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국가정보기관이 정치에 개입하여 야당 후보 당선을 막는 공작을 벌인 일에 대해 국정조사를 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수차례 당의 이름이 바뀌었고 당을 이끄는 대표 정치인들과 소속된 국회의원들도 달라졌지만 국정조사를 임하는 자세는 25년전 그때와 너무나 닮아 있어 지켜보는 국민들을 화가나게 하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은 야당과 합의해 열리기 있는 국정원 국정조사에 대해 지속적인 보이콧과 딴지 걸기,말꼬리 잡기 등으로 국정조사를 누더기로 만들고 있습니다. 야당조사위원의 자격을 문제삼아 초반부터 국정조사를 김빠지게 만들던 새누리당은 조사가 계속되는 동안에도 조그마한 꼬투리라도 생기면 단체로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며 국정조사는 말 그대로 난장판이 되어 버렸습니다. 심지어 새누리당은 국정원 기관보고의 공개여부에 대해 여야간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는 이유로 국정원 국정조사를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통보하며 국정조사에 불참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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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틈만나면 국정조사를 보이콧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새누리당이 이번에는 박영선 민주당 의원의 말을 걸고 넘어지고 있습니다. 새누리당 소속의 김진태 의원은 국정조사 진행중 민주당의 박영선 의원이 막말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박 의원이 ' 야 너 인간이냐 인간? 난 사람으로 취급안해' 등의 막말을 했고 사과를 요구하자 '점잖은 척 하지 말고 그만해. 양의 탈을 쓰고 아주 못된 놈이야 저거' 라고 말했으며 여기에 추가로 민주당 박볌계의원이 심한 욕설을 했다는 것입니다. 김진태 의원은 박영선 의원의 사과를 요구했고 만약 안되면 형사고소와 국회징계 요구 등 모든 조치를 하겠다고 엄포까지 놓았습니다. 그리고 일부 보수언론들은 김진태의원의 말만 인용해 국정조사가 야당의 막말로 파행이 되고 있다는 주장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김진태 의원의 이런 주장은 국회의 속기록을 살펴 보면 사실과 다름을 알 수 있습니다. 국회 속기록에 기록된 바에 의하면 박영선 의원의 발언 내용은 " 오죽하면 자기가 데리고 있던 검사를 공개석상에 나와서...그런 사람이 인간이야, 인간? 나는 사람 취급 안한지 오래 됐어요" "양의 탈을 쓰고 나와 가지고 점잖은 척 하고 그렇게 하지 마세요" 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같은 박영선 의원의 발언 배경은 김진태 의원이 부장검사 시절 자신이 데리고 있던 검사가 이번에 국정원 사건에서 국정원장을 기소하자 학생회장 전력을 운운하며 좌익논란을 일으켰던 것에 있습니다. 박영선 의원의 표현이 다소 과격하기는 했지만 이는 국회징계까지 운운하며 진실을 규명해야 할 국정조사의 본래 의도를 왜곡해 가며 막말 논란을 일으킬 발언은 아니었습니다.

 

이처럼 새누리당이 국정원 국정조사에 임하면서 작은 꼬투리라도 잡아 이를 확대해서 사람들의 관심이 국정조사의 본질에 가지 못하게 하는 것은 이번 국정조사의 본질인 국정원의 정치개입과 대선 공작이라는 진실규명을 방해하려는 명백한 의도가 있는 것입니다. 그들은 심지어 조사대상인 국정원의 행태를 편들고 소위 대북 심리전이라는 명분아래 비밀댓글 등의 작업을 장려해야 한다는 말도안되는 궤변도 서슴치 않고 있습니다.

 

25년전 5공청문회에서 당시 민정당 국회의원들은 증인으로 출석한 재벌 총수들에게 그들의 잘못을 따지기는 커녕 회장님,회장님이라고 불러가며 깍듯하게 그들의 변명을 대신해 주었습니다. 또한 출석한 전직 대통령에게는 질문 한마디 하지 못하는 비굴함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비록 대통령에서 물러나기는 했지만 아직 그들이 권력의 심장부에 있었고 자신들에게 돈을 대주는 기업총수들에게 떳떳할 수 없기에 그랬을 것입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국가기관의 초헌법적 범죄혐의 대한 국정조사 장에서 범죄인을 두둔하고 보호하려는 새누당의원들의 행태를 보고 있자니 25년전의 5공청문회가 생각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25년이란 세월이 흐르고 우리사회가 그동안 많이 성숙하고 민주화되었다고 생각하는데 정작 민주주의 꽃인 국회의 국회의원들은 25년전 그 모양 그대로인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합니다. 25년전 고 노무현 대통령이 잘못된 권력에 당당하고 용기있게 맞섰듯이 국정원 국정조사에도 국민들의 울분을 속시원하게 풀어줄 그런 스타가 나올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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