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EVERGREEN
탈탈 털리는 전두환 전 대통령, 비록 부는 얻었다 할지라도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왔을 그의 자식들 얼굴을 보면 안됐다는 생각이 든다. 채동욱 검찰총장하고 전두환 전 대통령하고는 전생에 어떤 관계였을까? 반란군을 토벌한 채동욱에게 의금부의 전두환이 억지를 쓰며 관심법으로 벌을 내렸던 것일까? 참으로 악연이다. 그러나 이번일은 전두환이 자초했다. 무얼 믿고 계산이 분명치 못했을까? 본인은 그 29만원만 있어도 추징금이 해결될 줄 알았다면 참으로 안타까운 배짱이다.
전두환은 인기가 없었다. 12.12나 5.18과 더불어 삼청교육대의 비인간적인 탄압으로 인한 이미지 실추가 다수 국민들 심리 저변에 깔려 있다고 본다. 책자도 많이 나온 삼청교육대의 명칭은 교육대상자들을 검거하기 위한 군경 합동작전인 ‘삼청작전’에서 비롯되었다. 1980년 8월 1일부터 1981년 1월 25일까지 총 6만 755명이 법원의 영장 발부 없이 체포되어 그 중 순화교육 대상자로 분류된 3만 9,742명이 군부대 내에서 삼청교육을 받았다.
무자비한 인권탄압으로 현장 사망자 57명, 후유증 사망자3백97명, 정신장애등 상해자 2천6백78명이었다. 당시 결찰서에서는 실적위주의 검거를 하여 죄 없이 닥치는대로 끌려 간 사람이 많았다. 갓 결혼한 부부가 착실하게 포장마차를 운영하는데 전과자라고 남편을 끌고 갔다. 그리고 병/신이 되어 돌아왔다. 천추의 한을 품었으리라. 참으로 억울한 사람이 많았다.
그는 5.18에 대해서도 “5.18은 무기를 든 폭동이야” 이 말만 한다. 공수부대 유언비어에 대하여는 일체 한마디도 안 한다. 그건 인정한다는 뜻인가? 이렇게 5.18과 삼청교육대가 맞물려있으니 어찌 그의 이미지가 좋을 것인가? 5.18에 대해서는 왜 말을 안 하는가? 그게 과묵하고 남자다운가는 모르겠지만 나는 이런 그를 보면 울화통이 치밀어 고문실에 끌고 가서 입을 열 때까지 두들겨 패고 싶은 심정이다.
코미디언 이기동도 삼청교육대 출소 후 정신적인 굴욕감과 울분을 참지 못하고 매일 술로 지새우며 결국은 합병증으로 죽었다고 배삼룡이 증언했다. 전두환이 미워했던 정적 강창성도 교도소 복역 중 교육대로 끌려가 7개월을 죽음의 지옥 속에서 겨우 목숨을 부지했다 한다. 장군으로서 삼청교육대에서 훈련받고 나온 그 모멸감은 필설로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강창성이 누구든 간에 장군이 자식같은 조교에게 짓밟힌 걸 생각하면 그 비열함에 전두환이 바로 보이지 않았다.
삼청교육생들은 19세부터 53세까지 다양하다. 노상방뇨나 고성방가 등 경범죄로 잡혀오거나 패륜아, 현행범, 심지어 문신 때문에도 끌려가고 신분증을 지참하지 않았다고 끌려갔다. 착실히 살고 있어도 전과자라는 이유만으로 잠자다 끌려갔다. 경찰의 실적 채우기 과잉 충성이 빚어 낸 참극이다. 그들의 신상기록부에는 대부분 폭력, 사기, 갈취, 강/간전과자로 기록되어 잡혀 온다. 심지어 교장하고 말다툼을 한 교사도 끌고 가니 너무나 원통한 나머지 출소 후 책을 내어 샅샅이 실상을 고발했다.
박정희의 ‘국토건설단’과는 차원이 좀 달랐다. 1962년 2월 출범한 ‘국토건설단’은 28세 이상 군 미필자를 동원하여 댐이나 철도 공사를 벌이고 18개월 후 제대증을 주는 조건이었다. 그러나 조직편제나 구성원이 군인 출신이고 군대식이었으며 강압적이었다. 국가에 의한 노동력 동원과 통제라는 부정적인 사회 반향을 불러왔으며 운영에서도 물의를 빚어 정부 방침에 따라 그해 11월에 전국의 국토건설단은 제주도만 남기고 해산했다. 물론 군필자의 혜택을 받았다.
제주도 국토건설단은 그 구성원의 성분부터 등급이 달랐다. 당시 5대 사회악인 깡패들을 전국에서 검거하여 일부 넝마주의 양아치를 포함하여 국토건설단을 만들었으며 이들에 의해 5.16도로를 만들고 제주도 상수원인 ‘어승생댐’이 건설되었다. 삼청교육대는 박정희의 국토건설단을 롤 모델로 삼아 만들었다. 그러나 다루는 방식이 달랐던 것이다. 그는 박정희 같은 섬세함이 없는 것이 단점이다. 그의 무대뽀 우직함이 오늘을 낳았다. 전두환을 생각하는 국민의 심리상태가 어느 정도인가는 전두환고스톱이 생겨 난 것에서 쉽게 유추해 볼 수 있다.
그러나 비정한 세조가 정치는 잘 했듯이 그 역시 정치를 잘 하였다. 박정희의 뒤를 이어 눈부신 경제성장으로 이끌었다는 것이 우리 민족에게 그 얼마나 축복받은 일인가? 누구도 무시 못 할 업적이었다. 어느 나라나 군인이 집권하여 제대로 이끌어 나가는 정부가 없다. 국민을 경제적인 곤경에 빠뜨리고 개인적 치부나 하는 것이 대부분의 사례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군인출신 지도자들은 국가 운영에 현명했다는 것이 민족사적으로 특기할 만한 일이다.
대한민국 삼류정치꾼들에게는 예, 도, 신의, 인의 그 딴 거 없다. 법도 나이롱이다. 도덕이고 윤리고 다 때려치우고 그의 업적만 생각한다면 추징금 1600억은 껌 값이다. 다른 나라 썩은 군정에 비한다면 그가 비자금 1조를 챙겨가도 국가 운영을 잘해 막강해진 우리 경제를 생각하면 그 정도는 아깝지도 않다. 햇볕정책을 생각하면 거기다 한 1조 더 얹어주고 싶고 NLL의 노무현을 생각하면 거기다 또 1조를 더 얹어 주고 싶다. 김영삼과 이명박을 떠 올리면 또 1조를 더 얹어주고 싶을 정도다.
그의 실수는 박정희를 시해한 김재규와 정승화를 검거하여 대통령까지 되었으면 솔선하여 박정희를 높이 추모하고 기려야 할 입장인데 존경했다는 박정희대통령의 공개적 추도식을 6년간이나 못하게 한 것은 누구 눈치를 보고 정치적 실리를 챙기겠다는 배은망덕한 짓이었던가? 경제는 살려 천만다행이지만 그의 행보는 비굴하다고 생각한다. 금고의 6억원을 주고 박정희가와 선을 긋는 행위가 인간 전두환이 돋보이는 길이었던가? 그때부터 박정희는 빛을 잃기 시작했다.
박근혜는 정계에 나올 때까지 가슴에 한을 품고 18년간 은둔의 생활을 한 셈이다. 눈치가 있는 사람이면 냉혈한인 박근혜의 싸늘한 눈초리를 피부로 느꼈어야했다. 박근혜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나 대통령의 자리에 앉았으면 대의의 정치를 해야 할 것이다. 작금에 채동욱검찰총장을 앞세워 전두환, 이명박에게 복수의 칼질을 하는 것 같아 보기에 썩 좋지도 않지만 무엇보다 힘 없이 좌익세력의 앞잡이 노릇을 하는 통수권자에게는 신뢰가 가지 않는다.
아무튼 전두환은 추징금에 너무 안이했다. 나이가 들어 판단력이 안 생기는 모양이다. 이번 일이 끝나면 이승만처럼 하와이에 가서 싱그러운 공기를 마시며 자유를 누리기 바란다. 지금은 좌익의 눈이 돌아있는 이 나라에서는 권력을 잃은 사람은 하룻길이 천릿길이다. 백담사에서 처럼 남은 여생 불경이나 외우면서 무사히 지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훗날 반드시 역사의 후한 평가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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