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와 권리의 충돌(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보는) [무위여행님 글]
국정원의 대선기간 중에 있었던 댓글사건에 대한 국정조사가 파행으로 마무리 되어 가고 있다. 기대에 한 치의 어긋남도 없는 모습이다. 몸뚱이가 삶기는 듯한 염천지절에 재활용도 되지 않는 이런 쓰레기 같은 족속들 때문에 새삼 열 받을 일이 뭐 있겠냐 싶기도 하고 또 기대가 없으면 실망도 없는 것이기에 필자는 국정조사를 애써 외면하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귀와 눈은 여전히 제 기능을 하고 있어서 들리고 보고 읽고 있다. 참 암담하다.
얼핏 국정조사에서 아주 재미있는(?) 일이 있었다고 한다. 국정조사에 나온 원세훈 전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국정조사에서 사실대로 말하겠다는 "선서"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선서를 하지 않아도 되는 권리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푸하핫. 일단 침을 튀기면서 웃고 시작하자. 코메디도 이렇게 웃기지는 않을 것이다. 이토록 개인의 권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그 자리에 있었는데도 왜 이명박 정권에서 시민의 권리가 심각하게 침해당했다는 평가를 받는지 이해가 안 갈 정도다. "명박산성"은 알고 있을까?
각설하고 지금은 분명, 시민의 의무보다는 권리가 우선시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과유불급이란 말처럼 세상 모든 사안이 지나침은 부족함보다 못한 것처럼, 국가가 되었던 사회가 되었던 가정이 되었든 공동체가 유지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의무와 권리가 새의 날개처럼 좌우가 조화를 이루어야지, 어느 한쪽이 지나치게 강조되다 보면 한쪽 날개만 있는 새처럼 공동체는 추락을 면치 못하게 될 것이다. 지금의 우리는 아직 한쪽 날개만 있는 경우는 아니지만 한쪽 날개의 근육만 지나치게 발달하여 안정적인 비행이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다. 국민된 의무를 강요하였던 폭압의 시절에 대한 반작용의 영향인지 그래서 때로는 권리를 너무 앞세우다 보니 의무에 소홀히 하여 여러 부작용을 노출하는 경우를 굳이 이글에서 거론하지 않더라도 자주 접할 수 있다. 우려되는 부분이 없지 않다.
국가와 사회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사안에 있어서 개인의 의무와 권리가 충돌하게 되는 경우 어느 것을 더 우선시 하여야 하는 것은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있고 또 자연과학에서와 같은 정답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의무를 좀 더 앞세우는 것이 조직의 이익을 위해서도 그리고 나아가서는 구성원의 이익을 위해서도 더 바람직하지 않느냐는 필자의 판단을 조심스레 주장을 하고자 한다. 더구나 당사자가 공직자이거나 공직자 출신이라면 개인의 권리보다는 자신이 몸 담았던 조직의 구성원으로서의 의무이행에 더 무게중심이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왠만해서는 정치인들 때문에 혈압 높이는 어리석은 일은 말자는 생각을 하고 있는 필자의 혈압을 머리끝까지 끌어올린 국정원댓글관련 국정조사에서 “선서를 하지 않을 (개인의)권리”를 내세워 원세훈, 김용판 증인이 선서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즉, 개인의 권리를 내세워 국가의 구성원으로서의 '의무'를 저버린 것으로 한 마디로 일갈하자면 GR도 GR도 참 가지가지입니다,이다.
더구나 그냥 일개 개인적인 사건이 아니라 직간접적으로 자신의 지휘선상에서 일어났었던 일들에 관련된 국정조사에서 개인의 권리를 우선시하였다는 것은 그들의 공직에 대한 태도가 얼마나 천박하고 부박한지를 잘 알려 준다고 하겠다. 이런 자들이 이명박 정권의 핵심 수뇌부로 있었으니 어찌 이명박 정권에 대해 국민들이 호의적인 태도를 가질 수가 있겠는가? 관련된 사안의 실체적 진실과는 상관없이 그들의 태도는 대다수 국민들에게는 “위증”을 하겠다는 오만방자함으로 밖에 여겨지지 않을 것이며 아울러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속담을 상기하지 않더라도 그들이 공직에 있을 때 과연 어떤 마음가짐으로 공직을 임했을까 하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가 없다. 국가와 국민에 대한 충성이 아니라 대통령직을 수행하고 있는 이명박 이란 개인에 대한 충성에 자신과 국정원과 경찰조직을 이용하지 않았다고 어찌 믿을 수 있을까?
또한 국정권댓글사건과 그에 관련된 경찰의 수사의 실체적 진실과는 상관없이 그들의 행위에 정당성에 의문부호를 붙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즉, 이런 그들의 안하무인의 태도들이 국정원의 선거기간 중의 이른바 댓글 사건의 진실성과 수사과정에서의 경찰의 태도에 회의를 갖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 것이다. 국정원 댓글 공작이 선거에 영향을 끼치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고 아울러 경찰의 당시 수사 태도 역시 선거에서 당시 박근혜 후보에게 유리하도록 하려는 의지가 작용하였다는 비난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따라서 국정조사가 아직 끝나지 않았고 또 어쩌면 실체적 진실은 영원히 장막에 가려져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이미 국민에 의한 이번 사안에 대한 정치적 판단은 내려진 것 같다. 원세훈, 김용판 두 사람의 태도를 비추어보면 지난 대선과정에 있어서 국정원은 박근혜 당시 후보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선거에 개입하려는 의도가 결단코 있었고 아울러 관련된 경찰의 수사 역시 분명 정치적 중립을 해칠 의지가 있었다고 보는 것이다. 실제 그런 의도들이 선거에 얼마나 영향을 끼쳤을까 그래서 선거결과가 진정한 국민의 의지를 반영하지 못하였을까 하는 의문부호는 지금 이 시점에서는 어쩌면 아무런 가치가 없다. 중요한 것은 대의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에서 국가기관이 국가와 사회의 가장 중요하고 최종적 의사결정과정인 선거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끼치려하고 하였다는 것 그 자체다. 파멸적인 범죄행위다. 선거라는 과정으로 국가의 정책은 물론이고 나아가서 국체까지 바꿀 수 있는 것이 대의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에서 선거는 그 어떤 이유로든 그 어떤 존재로든 법에 정해지지 않는 방법으로의 불법부정한 행위는 국사범 수준으로 처벌되어야 할 것이다. 반역적이고 반역사적인 범죄행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또한 원세훈, 김용판 증인의 선서 거부를 보면서 다시금 느낀 바이지만 의무와 권리가 충돌하게 되었을 때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 이번 기회에 공론화가 되었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으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특히 공직에 있거나 공직을 역임한 사람들의 권리와 의무의 충돌을 대하는 국가와 사회의 평균적인 접점이 찾아졌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