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프로젝트', 유가족분들이 꼭 보셔야 합니다. [신출귀몰님 글]
'천안함 프로젝트'를 보니, 예상했던 대로 '북한의 소행이냐 아니냐'에 무게가 실려있었습니다. 그것이 영화가 다루고자 했던 '소통'의 문제이기도 했구요.
그런데 영화 중반부터 제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군이 제때 구조작업을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솔직히 그전까지 별로 관심이 없는 부분이었는데, 영화상에서는 신상철씨의 재판과정에서 나옵니다.
왜 함수가 사고다음날 정오까지 물밖에 보였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는지?
왜 사고직후 백령도에 있는 어선들의 '어군탐지기'로 천안함의 위치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는데, 모든 선박의 출항을 금지시켰는지?
왜 하루라는 시간동안 두 동강이 난 천안함에 갖혀있는 장병들을 그대로 방치했는지? 정상적으로 신속하게 구조작업을 진행했다면 구할 수 있는 생명들인데...
정부는 끊임없이 '북한의 소행이다'만을 주장하는데, 그러면 장병들을 제때 구조하지 못 한 것도 북한책임입니까? 이에 대해 명백한 해명이 있어야 하지 않습니까?
군이 제때 구조작업을 진행했다면 충분히 살릴 수도 있는 생명들이었습니다. 이는 희생된 장병의 유가족분들이 꼭 아셔야 합니다. 이명박이 희생된 장병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거명하면서 흘린 '악어의 눈물'에 속지 마시고 진실을 보셔야 합니다. 장병들의 삶을 앗아간 당사자는 북한 또는 다른 원인이기보다, 제때 구조작업을 하지 않은 정부일 수 있습니다.
천안함 프로젝트 관람 후기 [소울메이커님 글]
광화문 인디스페이스에서 천안함 프로젝트를 봤다.
약 150여석의 관람석이 관객들로 가득 찬 상태에서 영화가 시작됐다.
천안함이 침몰됐던 시점부터 되짚어간 영화는 소통의 출발은 懷疑란 사실을 강조하면서
합리적 의심을 공격대상으로 삼는 건 옳지 않다고 말한다.
천안함 사태가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낙마하게 된 주요 배경이 되면서
우리사회는 또한번 출렁였던 사실을 기억한다.
내 생각은 이렇다.
천안함 사태는 과학적 탐구와 논의의 대상이 분명한데도
어느 순간부터 천안함문제는 사상검증의 도구가 되버렸다.
그 말은 충분히 제기할만한 의혹임에도 불구하고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 낙마사태에서 보듯
그런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에게 사회는 부당한 제재를 가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신상철 전 천안함사고조사위원은
선저에 가로로 길게 난 긁힌 자국이 좌초를 시사하는 분명한 증거임에도불구하고
국방부 백서에선 그 흔적조차 부정하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을 두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태라고
말한다.
내가 국방부발표를 믿지 못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국방부는 사고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부터 쏟아졌던 어떤 문제에 대해서도
단 한번도 모른다고 말한 적이 없었다. 어떤 의혹을 제기해도 모두 해명했다.
난 오히려 그 점이 이상하다.
한 개인이 집에 도둑이 들어 피해를 입어도 어떻게 도둑이 들었는지,
어떤 방법으로 집안에 침입했는지, 전체 피해 상황이 어떤지 모를 수 있는데
적 잠수함이 몰래 우리 영해에 들어와 작전중이던 초계함을 세동강내고
유유히 사라진 그 사건에 대해 국방부는 어떻게 그렇게 모르는 것 하나도 없이,
제기되는 그 모든 의혹에 대해 모두 막힘없이 전부 다 설명할 수 있었는지
난 오히려 그 점이 더 이상하다.
게다가 아군의 레이다에 포착되지 않고 전투함을 격침시키고 들키지 않은 채
돌아가려면 잠항이 필수적인데 그러려면 작전반경으로 볼 때 최소 72시간의 잠항이 수행됐어야 했으므로
그 정도 잠항을 유지하기 위해선 연어급으론 어림도 없고
최소한 상어급 잠수함이나 되야 가능하다는 추정이 가능한데
잘 알고 있는 것처럼 평균 수심이 50미터에도 미치지 못하는 서해안,
그것도 곳곳에 암초 투성이에다 각종 어구들로 복잡하기 짝이 없는 해저 환경에서
상어급 잠수함의 작전이 가능하겠냐는 건 합리적 의심이다.
즉, 적어도 서해안에선
북측 잠수함이 잠항을 해서 우리 영해까지 들어와서 전투함을 격침시킨 후
들키지 않고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객관적 조건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단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선 이런 합리적 의혹 제기가 논의의 대상이 아닌
징벌의 대상이 되버린 게 현실이다. 이런 사회가 정상적인 사회인지 아닌지
따져보자는 게 바로 정지영 감독이 천안함 프로젝트를 만들게 된 동기인 것이다.
천안함프로젝트 후반부에선 지리한 법정공방에 대해 서술식으로 나열한 부분은
영화 흡입력을 다소 이완시키는 부작용을 느끼게 했다.
하기사 이 다큐에서 영화적 재미가 중요한 것은 아니니 그냥 넘어가도 될 일인듯 싶기도 하다.
영화를 다 보고 난 후 다시 생각나는 서양 속담이 있었다.
"몇 사람을 잠시 속일 수는 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
속담의 힘이 바로 현실의 힘, 아닐까.
천안함의 진실을 원하는 많은 사람들의 바램, 그게 현실인 것처럼 말이다.
일부 그룹은 그 현실이 종북으로 읽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