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검찰총장의 사퇴의사를 접하며

가자서 작성일 13.09.13 18: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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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동욱 검찰총장의 사퇴의사를 접하며  [늙은도령님 글]

 

 

채동욱 검찰총창의 혼외아들 보도로 공전의 히트를 친 조선일보에 문제의 여인이 편지를 보내왔다. 다른 신문에도 편지를 보낸 이 여인은 자신의 아들이 채 총장하고는 전혀 관계없다고 밝혔지만 박근혜 정부의 실세인 황교안 법무장관의 감찰지시가 떨어지자 채동욱 검찰총장은 끝내 사퇴를 선택했다.

 

신뢰성을 상실한 조선일보의 보도와 별도로 현 정권의 정치적 정당성이 걸려 있는 사건을 끌고 가기에는 검찰총장으로서의 채동욱은 자신의 한계를 절감했던 것 같다. 그가 사퇴의 변으로 밝힌 것이 사실이라면 그는 불편부당함 없이 모든 사건에 원칙적으로 대응했던 것이 분명하고, 그것이 그의 전격사퇴를 불러온 부조리한 이유로 작용했다.

 

채동욱 검찰총장의 사퇴로 대한민국에서 검찰총장 자리를 유지하려면 정치적 판단이 반드시 필요한 자리라는 게 분명해졌다. 우리가 정치검찰이라고 수없이 비판하고 엄정 중립을 요구하지만 그것은 꿈나라 얘기였던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보수 정부가 들어섰을 때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검찰총장이란 살아남을 수 없는 모양이다. 

               

채 총장의 갑작스런 사퇴는 그 동안 그가 현 정권과 새누리당, 보수 언론과 단체들로부터 얼마나 많은 압력을 받아왔는지 능히 짐작하게 만든다. 이 땅의 좌파사냥과 공안몰이의 파시즘적 광기가 국가권력기관의 수장을 갈아치울 수 있을 정도로 막강해진 것이다. 유신시대의 부활은 개헌과 긴급조치1~9호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채 총장의 사퇴로 조선일보의 혼외아들 보도는 목적한 바를 이루게 됐다. 이제 이명박 정부 때 임명된 남은 자리는 김관진 국방장관뿐인데 그에 대한 이렇다 할 보수언론의 질 나쁜 보도나 새누리당의 반발이 없는 것으로 봐서 그는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에서 장관자리는 유지할 수 있을 것 같다.

 

채동욱 검찰총장의 사퇴의 진짜 이유가 무엇이던 간에 이 땅의 보수 세력과 그 작동의 메커니즘이 얼마나 막강한지 세삼 절감하게 된다. 어쩌면 박근혜 정부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지금보다 더욱 강력한 보수화 메커니즘이 작동할 수도 있다. 이제 국정원 댓글사건의 진행과정도 어떻게 왜곡되고 축소될지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진실과 공익의 승리라는 의미에서의 정의는 갈수록 멀어지고 있다. 황교안 법무부장관의 감찰지시(그 뒤에는 김기춘 비서실장이 있지 않을까?)로 전격사퇴한 채동욱 검찰총장은 최소한 혼외아들 보도에 관해서만은 진실을 가려야 한다. 검찰의 국정원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도록 최소한의 힘이라도 보탤 생각이면 조직의 수장이었던 사람으로서 이 문제만은 끝까지 가서 진실을 밝혀야 한다.

 

 

그것은 앞으로 있을 검찰의 수사와 사법부의 판단과 결정, 국정원 개혁을 바라는 이 땅의 국민들을 위한 최소한의 도리이자 시민으로 돌아온 자의 의무이다. 그 동안 살아 있는 권력에 맞서 불편부당함이 없이

박근혜 대통령이 원했던 자가 다음 검찰총장으로 부임할 텐데,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팀이 걱정이다. 그들 역시 개개인으로 놓고 보면 채동욱 검찰총장 못지않은 압력에 시달렸을 터, 국정원의 불법적인 대선 개입 사건 용두사미로 끝날 것만 같아 답답하기 그지없다. 아직 이 땅에선 살아 있는 보수 권력에 맞설 검찰조직이란 생존할 수 없는 모양이다.  

 

정말로 국정원 전성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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