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하는 국정원, 두둔하는 대통령

가자서 작성일 13.09.27 19: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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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하는 국정원, 두둔하는 대통령  [오주르디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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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국정조사와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공판이 진행되면서 국정원과 증인으로 나온 국정원 전현직 직원들의 위증과 거짓말이 들통나고 있다. 최고급 정보를 다루는 국가기관이 국민을 상대로 공개적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게 황당할 뿐이다. 

 

김하영, 이규열, 이정복의 거짓말

 

국정원 사건의 단초가 된 ‘국정원녀’ 김하영씨는 자신의 상관이 댓글 대선개입에 연루된 사실을 감추기 위해 경찰조사에서 거짓말을 했다가 공판 과정에서 검찰이 추궁하자 진술을 번복했다.  

 

댓글사건을 주도한 실무부서인 국정원 심리전단의 3팀 5파트에 소속돼 있던 김씨의 직속상관은 이규열씨다. 김씨에게 구체적인 지침을 하달하고 활동 상황을 보고받아온 인물이다.. 이씨는 대학 동기인 민간인 조력자 이정복씨를 매월 300만원의 활동비를 주며 ‘댓글 알바’에 끌어들였고, 김씨는 민간인 조력자의 얼굴을 한번도 대면한 적이 없었다. 

 

경찰조사가 시작되자 지난 1월 드디어 세 사람이 변호사 사무실에 모인다. 입을 맞추기 위해서다. 이후 김씨는 이규열 파트장의 존재가 드러나 국정원 ‘윗선’까지 수사가 확대되는 것을 차단할 목적으로 김씨가 민간인 조력자 이씨를 직접 수차례 만나 ‘오늘의 유머’ 아이디를 만들어주고 함께 댓글작업을 했다고 거짓말을 했다. 

 

‘증거인멸’하고도 검찰 압수수색 제대로 협조했다는 국정원

 

직원 뿐 아니다. 국정원의 거짓말도 가관이다. 검찰의 압수수색에 제대로 협조했다는 국정원의 주장도 거짓말인 것으로 밝혀졌다. 민주당 진선미 의원은 검찰이 국정원 대북심리정보국을 압수수색하러 가니 “직원은 자리에 없었고 자료를 보관해둔 캐비넷도 없었다”며 “파일 몇 개가 존재했지만 화이트로 문서가 지워져 증거는 오염돼 있었다”고 전했다. 

 

게다가 대북심리전단 직원들은 검찰의 압수수색을 대비해 자신들의 활동내역이 담긴 모든 자료를 삭제하는 등 증거를 철저하게 인멸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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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수수색 당시 검찰은 원세훈 전 원장의 ‘지시·강조 말씀’의 ‘젊은층 우군화 심리강화 방안’ 자료도 국정원의 비협조로 찾지 못했다. 또 전산시설과 메인서버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했지만 국정원이 이를 거부해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국정원 직원 아니니 수사의뢰하겠다”... 하지만 ‘좌익효수’는 국정원 직원

 

거짓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5.18민주화운동을 폭동이라고 주장하고 “홍어종자 절라디언들 다 죽여버려야 한다” “씨x련 못 생긴 게 배우라고 어디다 깝치는지”라며 호남과 여성을 비하한 ID ‘좌익효수’가 국정원 직원이라는 의혹이 제기되자 국정원은 강하게 부인한 바 있다. 

 

“국정원 직원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며 “국정원 직원이라는 허위사실을 유포한 사람을 수사 의뢰하겠다”는 보도자료까지 냈지만, 결국 ‘좌익효수’가 국정원 직원이라는 게 사실로 밝혀졌다. 국정원이 금방 들통 날 거짓말을 한 것이다. 

 

국정원 사건의 핵심 인물인 원세훈 전 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도 위증과 거짓말을 한 게 확실해 보인다. 원 전 원장은 국회 국정조사에서 자신이 댓글 대선개입을 지시한 바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원세훈-김용판의 거짓말

 

하지만 검찰은 원 전 원장의 2차 공판 과정에서 원 전 원장이 심리전단 직원들을 활용해 직접 민간인 보조요원을 조직적으로 관리하는 등 댓글 작업을 직접 지시한 것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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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로 선량한 탈북자 공무원을 간첩으로 둔갑시키기도 했다. 국정원은 지난 1월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가 한국에 체류 중인 탈북자들의 신상정보를 북한의 안전보위부에 넘겨온 간첩이라며 유씨를 재판에 넘겼다. 유씨는 탈북자로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공무원이 된 대표적 ‘탈북자 성공사례’로 꼽혀온 인물이다. 

 

국정원은 유씨의 여동생의 진술과 유씨가 북한에서 찍었다는 사진 몇 장을 재판부에 증거자료로 제출했다. 하지만 증거자료 모두가 국정원이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씨 동생의 진술은 감금된 상태에서 협박에 못이겨 허위로 자백한 것이고, 유씨가 북한에서 찍었다는 사진들도 국정원에 의해 조작된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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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핵심증거 모두 국정원이 조작

 

국정원이 유씨가 간첩활동을 위해 북한을 방문한 게 사실이라며 A4 용지에 사진을 프린트해 법정에 제출하자 유씨 변호인들은 사진에 의심을 품고 진상을 캐기 시작한다. 디스크를 복구해 삭제된 사진 원본을 찾아낸 변호인들은 디지털 포렌식 작업을 통해 촬영장소가 북한이 아니라 중국 연변인 것을 밝혀내는데 성공한다. 

 

다행스럽게도 유씨가 GPS가 내장된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 위치정보가 확인될 수 있었던 것이다. 국정원이 유씨 변호인들에게 KO패를 당한 셈이다. 사진원본을 제출할 경우 조작 사실이 들통날까봐 A4 용지에 프린트해서 법원에 제출하는 식으로 잔꾀를 부렸지만 국정원의 조작능력은 어설펐다.

 

어설픈 조작술이 들통난 사례가 또 있다. 국정원 국정조사 당시 새누리당 위원들이 사진 몇장을 들고 ‘댓글녀’ 김하영씨가 민주당과 내통한 국정원 전 직원 김상욱씨에 의해 미행당한 증거라고 주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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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정원이 유씨가 북한에서 찍었다고 제출한 증거사진. 디지털포렌식 작업해 보니

사진 촬영된 곳은 중국 연변. 국정원의 조작극이었다. / 이미지출처: 오마이뉴스>

 

“김상욱이 민주당 사주 받아 김하영 미행했다” 이 또한 거짓말

 

‘댓글녀’ 김씨가 내곡동 국정원 주차장을 빠져나오자 면회실 주차장에 있던 은색 그랜저 차량이 대로로 향하는 장면을 놓고 새누리당은 이것이 미행당한 증거라고 목청을 높였다. 은색 차량이 김상욱씨 소유라는 것을 국정원이 확인해 줬다고 덧붙였다. 

 

국정조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상욱씨는 새누리당 이장우 의원이 은색 차량이 담긴 사진을 흔들며 미행 사실을 시인하라고 다그치자 “내 차 아니다. 당장 내 차량번호 대봐라”고 역공을 폈고, 이장우 의원은 이에 대답을 못하고 얼버무리며 당혹스러워 했다. 

 

이장우 의원이 당혹스러워 했던 이유를 <한겨레>가 밝혀냈다. 25일 <한겨레>는 국정원과 새누리당이 제시한 CCTV에 등장하는 은색 차량이 김상욱씨의 차가 아니라며 “CCTV에 등장하는 은색 차량에는 선루프가 선명하게 보이지만, 취재결과 김씨의 차량에는 선루프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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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욱씨 차량과 비슷한 은색 차량이 움직이는 모습을 촬영한 뒤 이 차가 김씨 차라고 조작한 것이다. 국정원은 이 CCTV를 근거로 해 댓글 사건에 대한 정보를 민주당과 김상욱씨에게 발설했다며 국정원 직원 정씨를 비밀누설 혐의로 파면한 바 있다. 

 

국정원 거짓말 국민 공분 사도 대통령은 두둔하기 바빠

 

국정원의 거짓말이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는데도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원을 두둔하기 바쁘다. 16일 여야 3자회담에서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국정원 국내파트와 수사권 폐지를 요구하자 박 대통령은 “국정원의 국내 대공방첩 활동은 당연한 것이고, 수사권 역시 국정원의 활동 효력을 유효하게 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며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국가정보원법에 의하면 국정원의 내부조직은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 국정원 스스로 정하도록 돼 있다. 국회의 승인 없이 언제든 조직개편이 가능하다. 박 대통령은 법 개정 없이 국정원의 조직과 업무의 일부를 개편하는 식으로 ‘국정원 개혁’을 마무리하려 한다. 개혁을 바라는 국민에게 눈 가리고 아옹하겠다는 거나 다름없다. 

 

국정원법을 근본적으로 개정하지 않는다면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말하는 ‘국정원 일부 개편’은 의미가 없게 된다. 국정원이 대통령과 짝짜꿍해 의기 투합할 경우 국회 등의 견제 없이 언제든지 조직을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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