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근혜 정부가 지난 26일, 국무회의에서 메디텔(의료관광호텔업) 시행령을 통과시키면서 정부 차원의 의료영리화 사업이 본격 가동될 조짐이다. 의료비 폭등이 예상되는 ‘원격의료’ 법안 역시 새누리당의 발의로 국회에 계류 중인 상황이어서 의료비 폭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확산되고 있다.
정 부가 국무회의에서 통과시킨 ‘관광진흥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은 호텔업 내 세부업종으로 메디텔을 신설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지난 5월 31일, 민간보험이 메디텔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놓은 상태다.
정부가 추진 중인 ‘메디텔’은 병원이나 유치업자가 의료숙박시설을 설립해, 호텔 내에 환자를 유치하고 유사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다. 현재 개정된 관광진흥법 시행령에는 의료관광호텔의 내국인 숙박을 40%의 비율까지 허용하고 있다.
그동안 보건의료계와 시민사회, 노동계 등은 메디텔로 인해 수도권 대형병원의 환자 집중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대대적으로 내국인 숙박을 허용하게 되면, 사실상 메디텔이 지방 외래환자들의 숙소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의료민영화저지와 무상의료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무상의료운동본부)는 “의료관광호텔 허용은 수도권 대형병원, 특히 Big5 병원으로의 지방 환자 집중이 더욱 심해져, 의료의 지역적 불평등과 의료기관의 부익부 빈익빈이 더욱 심각해지는 의료전달체계의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본과 병원의 커넥션 심화와 의료상업화 가속화, 진료 등한시, 의료비 인상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도 상당하다.
새누리당과 보건복지부 등이 추진하는 ‘원격의료’ 역시, 시행 전부터 의료비 폭등과 약물 오남용 등의 우려가 예상되고 있다. 시민사회는 각 가정마다 원격의료 장비를 갖추는 데 100~150만 원 선의 비용이 필요하며, 별도로 책정되는 원격의료 진료비 역시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단순 데이터만으로 만성질환 환자들의 상태 처방하게 될 경우 약물오남용을 심화시킬 가능성도 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29일 오전, 보건복지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격의료는 오진의 위험 및 진단누락 등의 위험성, 과다 비용 지출, 의료비 폭등, 개인 건강정보 수집 및 가공, 대형병원 쏠림현상, 약물오남용 등의 수많은 문제점이 드러나 있다”며 “정부와 보건복지부는 원격의료를 중심으로 추진하는 의료민영화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자리에서 김경자 무상의료운동본부 공동집행위원장은 “박근혜 정부가 철도, 가스 민영화에 이어, 원격의료와 메디텔 등의 의료민영화까지 온갖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민주노총과 시민사회는 한 번도 국민의 의견을 묻지 않은 채 진행되는 의료민영화 정책을 막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지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역시 “진주의료원 재개원을 위해 아무 역할도 하지 않았던 보건복지부가, 이제는 청와대, 기재부와 함께 의료를 돈벌이 시장에 팔아넘기려 한다”며 “특히 박근혜 정부는 의료민영화는 안 된다는 국민적 합의를 무시하고 대선 당시 민영화 하지 않겠다는 공약을 파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