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나 의원을 징계하라? 새누리당의 주장이 어이없는 까닭 [어소뷰둘암님 글]
출처: ↑ 장하나 의원 트위터
與 장하나 의원직 제명 검토..긴급의총 소집 <연합뉴스>
새누리당 "장하나, 출당이나 제명하라" 민주당에 요구 <한겨레>
새누리당이 다시 '의원직 제명'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국회 윤리위 제소는 확정이고, 긴급 의총을 열어 징계수위를 논의 중이라고 합니다. 유일호 새누리당 대변인은 "최고위에서는 장 의원의 제소에 대해 이견이 없었다. 오후 의총에서 제소 여부를 확정할 예정인데 현재로서는 제소 가능성이 매우 크다. 민주당에 출당을 요구하고 김한길 대표에 사과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글쎄요? 과연 장하나 의원의 발언이 '징계'를 받아야 할 만한 것일까요? 게다가 새누리당은 민주당에 장하나 의원을 출당시키거나 제명하라고 압박했고, 김한길 대표에게는 사과를 요구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정말 출당이나 제명을 해야 할 만한 사안일까요? 당 대표가 공식적으로 사과를 해야 하는 일인 것일까요?
헌법 제46조
① 국회의원은 청렴의 의무가 있다.
②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
③ 국회의원은 그 지위를 남용하여 국가·공공단체 또는 기업체와의 계약이나 그 처분에 의하여 재산상의 권리·이익 또는 직위를 취득하거나 타인을 위하여 그 취득을 알선할 수 없다.
대한민국의 헌법 제46조 제2항에는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에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장하나 의원이 그동안 검찰 수사 결과로 밝혀진 부정선거에 근거해, 그 '양심에 따라'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면 그것이 '제재'의 대상이 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이에 대해 표창원 전 교수도 "장 의원의 발언, 어떤 법 규정도 어기지 않았다"면서, "어린이도 아닌 국회의원의 소신 발언에 징계 운운은 제가 볼 땐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새누리당이 '제명' 등의 징계를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최경환 원내대표의 말을 좀 들어보겠습니다.
"새누리당은 장 의원을 즉시 윤리위에 제소하고 국회 차원의 징계 절차에 착수할 것이다. 철없는 초선 의원의 치기 어린 발언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엄중한 사태로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의 특권을 누리는 만큼 책임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 확실히 깨달을 수 있는 적절한 조처가 필요하다. 이는 헌정질서를 중단하라는 중대 사태로 결코 묵과할 수 없다. 100만표 이상 표 차이로 대통령을 당선시킨 국민에 대한 모독이며 민주주의 파괴행위. (민주당은) 당 대표의 공식 사과와 함께 장 의원에 대해 출당 또는 제명 조처를 해야 대선 결과에 승복한다는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철없는 초선 의원'이라는 표현에서부터 최 원내대표의 사고방식은 잘못됐습니다. 국회의원은 그 나이와 경력을 불문하고, 그 자체로 국회의원일 따름입니다. 초선이라고 낮은 것도 아니고, 다선이라고 높은 것도 아니죠. 또, 국민을 대표해서 국회의원 직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나이가 많고 적음은 무의미합니다. 최 원내대표의 발언은 장하나 의원에 대한 모독일 뿐 아니라 장하나 의원을 국회의원(비례대표)으로 선택한 국민에 대한 모독입니다.
장하나 의원의 발언은 최 원내대표의 표현처럼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고, 또 그렇기에 존중받아야 하는 것입니다. 장 의원이 그 책임의 무게를 가벼이 여겼다고 볼 수 있는 근거가 없을 뿐더러,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의 발언을 '치기 어린 발언' 쯤으로 생각하는 것부터 오만한 발상입니다.
'100만 표 이상 표 차이로 대통령을 당선시킨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는 표현도 문제입니다. 정부 기관의 조직적 대선 개입으로 인한 부정선거는 결국 대통령 선거에서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진 국민 전체에 대한 모독입니다. 그것이말로 '민주주의 파괴행위'였던 것이죠. 이미 선행된 모독과 민주주의 파괴행위에 대한 아무런 반성과 개선 없이 어떻게 '국민'과 '민주주의'를 입에 올린단 말입니까?
"대선의 효력을 다투는 일은 대선 후 1개월 허용한다. 우리 헌법 질서를 정면으로 문란하게 하는 끊임없는 대선 불복 언동에 대해 강력하게 규탄한다.", "헌정질서를 수호하는 헌법기관인 현역 국회의원이 할 발언인지 어안이 벙벙하다" (황우여 대표)
"자신의 주장대로 의혹을 받는다는 사실만으로 사퇴해야 한다면 장하나 의원 자신은 일찌감치 국회의원직을 사퇴했어야 한다" (이혜훈 최고위원)
"어떠한 징계를 내리는지는 민주당의 본심 곧, 대선에 진심으로 승복하는지 아니면 속으로 다른 것을 원하는 것인지 확인자리 될 것" (심재철 최고위원)
황우여 대표는 '헌정 질서'를 운운했고, 이혜훈 최고위원은 검찰 수사 결과 뻔히 드러난 사실들을 '주장'과 '의혹'이라고 말했고, 심재철 최고위원은 얄궂은 말로 민주당 지도부를 압박했습니다.
앞서 헌법을 예로 들었지만, 국회의원은 자신의 양심에 따라 발언을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당론과 다르다고 할지라도 말이죠. 심재철 최고위원의 논법이 잘못된 것은 국회의원의 양심에 따른 개인적 발언에 대한 처벌과 민주당 지도부의 본심은 전혀 별개라는 것입니다. 설령 민주당 지도부의 본심이 따로 있다 하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체주의적 사고방식에 익숙한 새누리당으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도대체 새누리당은 무엇을 근거로 장 의원의 징계를 이야기하는 것일까요? 그들의 이야기를 차근차근 읽어봐도 도통 이해를 못하겠습니다. 민주당 당론(?)과 다른 이야기를 했으니까 징계하라는 것일까요? 새누리당은 남의 살림에 참 관심이 많은 모양입니다. '대통령 사퇴'를 외쳤다고 징계를 하라는 걸까요? '부정선거'가 있었다면 선거의 정당성은 훼손된 것 아닌가요? 그렇다면 선거가 무효라고 주장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일관성 있는 것 아닌가요? '부정선거가 있었지만, 대통령 사퇴까지 말하는 건 좀 지나쳤다?' 새누리당의 주장은 아무리 선의로 해석해도 이 정도인 것 같은데.. 그거야 말로 좀 우습지 않나요?
자, 공은 민주당에게로 넘어갔습니다. 필자는 앞선 글에서 '야당의 꼬리자르기'가 시전될 것이라고 짐작한바 있는데요. 다행스럽게도 이석현 의원과 정청래 의원 등 민주당 내의 강경파와 양승조 최고위원이 장하나 의원을 옹호하고 나서주었습니다. 하지만 지도부 전체의 입장은 명확하지 않아 보입니다. 민주당 최고위에서는 장하나 의원에 대한 언급이 일체 없었고, 박지원 의원도 "아무리 혈기 방장한 청년 의원이라 하더라도 조금 더 신중한 발언을 해주는 것이 좋다"며 발을 뺀 모습입니다.
민주당에겐 3가지 길이 있어 보입니다. 첫 번째는 '대선불복'을 선언하는 것이죠. 물론 가능성은 현저히 낮습니다. 두 번째는 기존의 입장을 유지하면서, 장 의원의 발언은 국회의원의 양심에 따른 것이므로 문제가 없다고 갈무리하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새누리당의 요구에 무릎을 꿇는 것이죠. 물론 기존의 입장을 유지하면서 장 의원을 징계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민주당이 이런 최악의 수를 두진 않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