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수의 의미,에 대하여...

케이즈 작성일 14.02.16 19:4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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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씨가 쓴 글을 읽다보니 이런 저런 생각이 났네요.

예를 드신 차범근도 그렇고.

지금은 고인이 되신 최동원 선수도 메이져리그에 진출하려던 길이

한국 프로야구 출범이라는 대의명분에 가로막힌 것도 그렇고.

제대로 된 지원 없이 열심히 노력하여 지금의 자리에 오른 김연아 선수도 그렇고.

길들인다는 명분하에 일정도, 포상금도 멋대로 빼앗긴 박태환 선수도 그렇고.

 

안현수에 대해서 안좋게 보는 사람도 있는 것 같더군요.

그냥 국대하기 위해 국적바꾼 놈이다, 라던가

한국에서 적응못하니 러시아 간거다, 라던가.

뭐, 좋습니다. 다 좋아요.

그런데 이 사건을 안현수 개인에게만 맞추고 끝나면,

우리나라는 더이상의 발전이 없을 것 같습니다.

 

이제 더이상 '애국심'이라는 명분하에

선수들에게 불이익을 강요하는 방식이 통하는 시대가 아닙니다.

 

'애국심'이라는 것이 그냥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이 나라에 태어났다고 생기는게 아니죠.

오히려 이 나라에 태어났기 때문에 이 나라를 증오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는겁니다.

그런 사람에게 자신의 조국을 사랑하게 만드는 것은 나라가 해야할 일이고요.

 

우리나라에서 일방적인 충성을 강요하는-군대를 제외하고- 곳을 하나 꼽아보자면

전 회사를 꼽고 싶습니다.

뭐 요새는 많이 나아져서 예전보다는 아니지만,

그래도 공통적으로 사장들이 가지는 마인드가

'내가 월급 주니까 직원들은 나에게 충성하고 회사에 애정을 가져야 해'

입니다.

 

그런데 직원들이 월급을 그냥 가져가나요?

아니죠. 일하고 일한만큼 가져갑니다.

혹은 과하게 일하고도 부족하게 가져갑니다.

그 돈을 받기 위해서 한달동안 노력하고 가져갑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장들의 마인드는 '내 돈을 주는거니까' 입니다.

그 직원이 얼마나 노력했는지, 얼마나 이익을 가져다줬는지는 관심이 없고요.

그리고 그런 마인드를 가진 사장이 있는 회사는 공통적으로

직원들의 회전률이 상당히 빠릅니다.

회사에 별 불만이 없는 관리직 이상을 제외한,

실질적으로 생산성을 만들어내는 직원들의 이직률이 꽤나 높지요.

 

이야기가 너무 멀리갔나요?

다시 돌아와보죠.

예를 들어 제 2의 김연아가 나왔다고 생각해봅시다.

그리고 대우는 예전과 똑같고요. 별다른 지원도 없고, 상금의 몇퍼센트는 꼬박꼬박 가져가고.

오히려 태클걸지 않으면 다행인 상황에서

러시아나 일본, 혹은 미국이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한다면,

제 2의 김연아는 흔들리지 않을까요?

그리고 그렇게 또 다른 선수가 다른 나라로 귀화해서 재능을 꽃피운다면,

우리는 그를 보고 '매국노'라고 욕할까요?

 

혹은 '애국심'으로 나라에 남았다가 힘든 길을 겪고

결국 은퇴하여 자신의 재능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을 하며 힘들게 살아가게 된다면,

우리는 그에게 '애국심이 뛰어난 사람이구나'라고 칭찬을 할까요?

 

이것을 굳이 사회성이라던가 개인의 가치주의로 보고 싶지는 않네요.

그저 불합리를 견디다가 자신의 길을 잃지 않기 위해 한 행동에 많은 이들이 공감했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네. 누군가 말을 했듯이 그렇게 금방 바뀌지는 않을겁니다.

솔직히 바뀔거라는 기대도 하지 않고요.

그냥 잊혀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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