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글] 어째서 좌파세력이 박근혜 퇴진을 외치는가

한우는1등급 작성일 14.05.01 08: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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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태와 관련해서 이 글을 정말 써야하나 싶었는데, 결국 쓰게 됩니다.

박근혜 정권 퇴진 혹은 하야 운동은 사실 누가봐도 '반정부 선동세력'처럼 보이기 좋습니다. 마치 국가전복을 노리는 사람들이나 소위 북한 빨갱이, 혹은 간첩 사주와 선동을 당했다는 것 처럼 보일수도 있겠죠. 그리고 실제로 공공의제를 만드는 데에 있어서 압도적인 역량을 지닌 조선일보는 아마 맨 앞서서 그렇게 그들을 규정할겁니다. 조선일보는 여전히 어마어마한 파급력과 의제전달능력을 지니고 있고, 조선일보가 메인에  서너주 연속해서 때려박으면 이승만도 좌익빨갱이로 만드는건 문제도 아닐겁니다.


많은 분들이 세월호 사태와 관련해서 박근혜 퇴진운동이 마치 비극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식으로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죽은 비극을 이용하여 자신들의 이득을 채우려 한다며 아주 질색을 하죠. 그런 분들께 반대로 묻고싶습니다. 그럼 대체 아이들이 죽은 비극은 어떤식으로 막으실 겁니까?


정말 수많은 재난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중에 명확히 인재로 꼽히는 세 가지 재난을 기억합니다.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 지하철 참사. 전부 다 '규제 완화, 감사 미비, 안전 불감증, 안전 교육 미비' 와 같은 문제를 지녔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세월호가 터졌습니다. 여전히, 우파에서 이야기하는 잃어버린 10년을 합쳐서도 이 문제들은 여전히 우리를 위협합니다. 물론 세월호는 해난입니다. 땅 위 혹은 땅 밑에서의 재난은 그 뒤로 지속적으로 대처 제도와 메뉴얼이 갖춰지고 그를 위한 팀이 꾸려지고 그랬겠지요. 그러니 과거에 사고가 터진 영역에 대해서는 아마 예전보다 확실히 나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원론적인 문제는 존재합니다.



박근혜 정부는 사상 가장 강력한 신자유주의 정부입니다. '복지'를 화두로 꺼낸것과는 별개로, 이 정부의 가장 핵심적인 행동은 '규제는 암이다'라는 구호와, 온갖 민영화. 그리고 공무원/교원/노동자 노조의 탄압입니다. 철도노조 파업을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대통령은 신문 1면에다가 대고 '타협은 없다'고 했습니다. 사회생활을 하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노조는 사측의 적이 아닙니다. 노조는 사 내에 존재하는 결사권을 보장받는 조직이며 당신들의 근로환경과 임금에 대하여 회사측과 교섭할 권리를 지니는, 그러나 그만큼 회사의 이윤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 또한 실행해야 하는 조직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노조가 회사의 암덩어리 같은 이미지를 가지고 계시지만, 실제로 미국에서 인적자원관리를 연구하는 제프리 교수의 저작 '사람이 곧 경쟁력이다' 그리고 그 이후 꾸준이 이어져 온 책에서는 노조를 적으로만 규정하려 하는 국가를 비판하며 노조가 가진 순기능을 명확한 데이터를 통해 설명합니다. 노사의 협의 아래 임금과 근로조건이 좋아졌으나 그만큼 좋은 전문가의 이직률이 줄어들고 애사심이 높아지며 생산성과 품질이 지속적으로 향상됩니다. 그리고 회사가 외부의 위기에 의해 휘청일 때 스스로 노조차원에서 노동자들을 단합하여 임금을 동결하고 근로시간을 늘리는 등 함께 회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애씁니다. 교수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실제로 여전히 우량기업으로 남아있는 사우스 웨스트 에어라인 (흑인 랩으로 유명한)과 같은 회사들은 사 내에 전통적이고 긍정적인 인사관리 문화가 내재되어 있으며 이는 노조와 사측의 화합없이는 지속적으로 존재-발전할 수 없다고 정의합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는 노조를 '절대 악'으로 규정합니다. 조직은 매우 유연해야하며, 기업의 고용유연성은 최대의 선입니다. 모든 규제는 최대한 풀려야하며 모든 경쟁은 아주 자유롭게 이뤄져야하고 그 속에서 극도의 이윤추구가 이뤄지는것 그리고 그게 사회 전체의 이윤이 된다고 주장하는 것이 바로 신자유주의입니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박근혜 정부의 명확한 방향성입니다.



윗 문단을 찬찬히 읽어보셨다면 아시겠지만, 현재 박근혜 정부와 노조와의 관계는 최악에 가깝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행정부의 힘이 규제에서 나오듯, 노조의 힘도 규제와 제도에서 나옵니다. 노동자에게 결사권과 교섭권이 보장되고 그에대한 의무가 사측에 존재하지 않는다면 노동자의 집회는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합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처음부터 노조의 기를 죽이는 것을 모토로 삼았습니다. 절대 악이기 때문이죠. 공생시킬수 없다는 방향성을 확고히 하였기 때문에, 노조는 더 이상 이 정부와 생산적인 관계를 세울수가 없습니다. 잘 모르시는 분들은 노조가 회사를 망하게 하는 원인이라고 하지만, 회사가 망하길 바라는 노조는 세상에 단 하나도 없습니다. 회사가 없다면, 노조와 노동자는 존재 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민주노총이 끗발있고 강한이유요? 노조를 결성할 만큼 건실한 기업들이 대한민국에 많기 때문입니다. 민주노총도, 노조도 기업이 망하기를 바라는 이들은 없습니다. 그런데도, 노조는 이미 절대악이 되어있습니다. 그리고 세월호가 터졌습니다.



세월호 비극의 사실구성요건은 이렇습니다. 신자유주의 가치를 표방했던 이명박정권내에서 폐선(타국에서 은퇴한)을 쓸 수 있게 규제를 풀었습니다. 그리고 감사와 검사기능을 기업 자율에 상당히 많이 할애했습니다. 세월호는 그렇게 수입되었습니다. 개조하지 않으면 안되는 곳을 개조했으나 수많은 뱃사람들이 그렇게 지적했음에도 국가의 규제 속에서는 '허가'된 행위였습니다. 노무현 정권시절부터 극심해진 비정규직과 저임금 근로 현상은 이명박정권을 지나오며 여당중심하에 더욱 심화되었습니다. 그 곳에는 인간 이하라고 부르고 싶은 선장과 승무원들이 있었습니다. 제도를 풀어주고, 알아서 하되 이윤을 추구하여 사회 전체의 이윤의 파이가 커지게 하라! 하여 규제를 철폐하고 노동유연성을 늘려주었습니다. 그리고 세월호는 수많은 무고한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비정규직과 저임금, 그리고 아주 낮은 사측의 교육훈련 비용과 숙달될 수 없는 직원구조는 이러한 사고의 위험을 언제든 내포합니다. 그럼에도 이게 겉으로 멀쩡하게 보이려면 몇몇 위기의식이 있는 직업인들의 직업정신과 (설령 비정규직이라 할 지라도) 안전만큼은 어떻게든 제대로 검사하자는 검사위원들의 노력이라는 과정을 거치는 식으로 곪아가는 속을 봉합합니다. 하지만 세월호는 그마저도 기업측에서 유지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누군가는 교육과 훈련이 안되었다고합니다. 군대 훈련소 다녀오신 분들은 아실겁니다. 훈련은 책을 읽고 배우는게 아니라, 자동으로 몸이 튀어나갈만큼 익숙해지는 것이 훈련입니다. 재난이 벌어지면 메뉴얼을 찾아보는게 아니라 전 승무원이 신속하게 훈련받은대로 움직여서 '생각하기 이전에 대처가 되어가는'상태가 훈련을 받은 상태입니다. 연평도 폭격을 기억하십니까? 해병대원들이 응사하는 그런 과정이 바로 '교육훈련을 통한' 훈련된 사람입니다. 그러나 비정규직과 저임금, 고용불안의 상태에서 그러한 교육훈련과정은 절대 존재할 수도 없으며 직원이 그러한 책임감을 갖고 교육받지도 않습니다. 왜냐, 이건 '내 일'이 아니니까요. 나는 그저 일당같은 월급받고 '요 직무'만 하기 위해 온거지, 선원으로서 행해야할 모든 완전하고도 뛰어난 직무를 하기위해 존재하는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신자유주의 체제하의 기업은 이것을 모른 체 용인합니다. 그것에 대해 직원들을 쪼기 시작하면, 결국 정규직 문제와 임금 문제를 함께 논해야만 하기 때문이고 이는 곧 사측의 이윤손실로 이어진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박근혜 정부와 세월호 비극을 언급해보았습니다.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노동탄압, 과도한 규제철폐, 책임전가입니다. 이번 비극이 벌어지고 나서 정부가 한 일을 보면 프로세스의 미비와 같은 문제들이전에 이미 '책임자'만을 찾고있습니다. 세월호 비극의 책임자를 사냥하는것이 정부의 과제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책임자 엄벌을 한다 한들 이 비극의 원인들이 해결되나요? 기업에게 과도한 자율권을 보장하고 온갖 규제를 철폐하는 그 경향성과, 노동자들이 스스로의 직무와 책무에 충실할 수 없게 만드는 노동탄압 환경, 그리고 이 모든 책임을 절대 지려 하지 않는 신자유주의 체제에 대한 신봉. 박근혜 정권, 그리고 여당의 책임은 바로 이곳에 있습니다. 그들의 정책 기조와 그들이 고수한 방향성이 가져온 부작용으로 벌어진 비극에 대해서 어떠한 책임도, 어떠한 개선도 내놓지 않았습니다. 관련자를 엄중히 문책하겠다. 조선시대의 행정가들도 이정도 말은 할 수 있습니다. 매우 세분화되고 전문화된 현대 행정사회를 운영하는 행정부의 수장은 저런 소리를 하라고 만들어 둔 게 아닙니다. 어떠한 인사관리가 잘못되었고 어떠한 조직이 문제이며 어떠한 규제와 법령이 부작용을 일으키는지, 이런 복합적인 문제들을 제도적으로 개선해 나가야만 하는것이 집권 행정부의 의무입니다. 그 의무, 행하고 있습니까?



노동자집회에서 박근혜정부 퇴진을 거론하는건 자극적이어 보일수 있습니다. 이해합니다. 그런데 그건 단순히 국가전복따위의 과격행동으로만 정의되어서는 안됩니다. 세월호 비극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이요? 세월호 비극은 이미 정치적인 비극입니다. 이윤극대화만이 정의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그들을 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결과입니다. 지켜야 할 많은 것들을 던져버리고 이윤을 쫒으면서, '설마 그러겠어'하는 나이브함에 흘러넘겼던 것들이 만든 비극이요. 이게 인과관계가 없다면 대체 인과관계가 있는 것은 무엇입니까? 그저 그 단어가 가지는 부정적 뉘앙스에 놀라, 오랫동안 배워온 국가주의와 민족주의의 사상뿌리에 힘입어 '그래도 그건 아니지 않느냐 왜 그러느냐 제정신이냐'하는 반응들의 명확한 근거는 어딨습니까? 우리가 슬퍼한 뒤에 해야하는 것은 세월호의 비극을 불러온 원인들을 하나하나 찾아내어 고쳐질 때 까지 우리의 의사를 반영하는 대의민주주의 대표자들을 비판하고 자극하여 고쳐지게 하는 것입니까, 아니면 그저 이것도 알아서 다시 이쯤되면 잘 하겠거니 하며 믿음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것입니까? 

민주주의는 개인의 삶이 곧 정치의 연장이자 정치에 소속됨을 스스로 긍정해야 성립하는 체제입니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민주주의 가치 위에 살아갑니다. 민주주의 속에서 꾸린 우리의 사회가 만든 병폐를 해결하는 과정은, 우리가 정치적이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단순히 믿어주기만 하는것, 외면과 기대에 의존하여 시대를 버티는 것은 스스로 민주주의를 포기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정치적이지 않을 권리를 보호하는 것도 민주주의의 장점이라면, 그들조차 사회의 큰 폐단을 고치는데에 정치적이 되어도 좋은 제도가 민주주의라고 생각합니다.


세월호와 같은 이러한 비극이 있음에도 여전히 신자유주의 체제를 정의로 신봉하는 이 정부에 대해,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퇴진을 말하는 것이 과연 그렇게 부당하고, 선동적이며, 제정신이 아닌 일일까요?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치를 외치는 것은 당연하고 정당하며 더 나아지기 위한 유일한 소망이자 행동이 아닐지요.



대통령은 위대한 자리입니다. 그리고 중요한 자리이고, 국가는 더 할 나위 없이 소중한 것입니다.
하지만 그 방향이 잘못되어있고, 심지어 그러한 방향이 많은 부작용과 비극을 드러내는 지금 상황에서
여전히 그래도 이건 너무 심하다며 마음속에 뭉툭한 반감으로 의제를 해석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노동자들은 노동탄압, 신자유주의 철폐와 관련하여 그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세월호를 함께 꺼낸 것이고
저는 이 의제의 통일이 무관하지도, 그리고 과도하지도 않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노동자가 아닌 혹은 이 의견에 전혀 동의하지 않을 사람도 있을거고요.
그러나 만약 세월호 비극의 핵심 원인들을 이해하고, 이 정부가 가진 경향성과 속성이 맞닿은 지점을 바라본다면
적어도 노동절에 노동자들이 왜 저러한 의제를 가지고 거리에 나왔는지는 좀 더 다른 시각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만 줄입니다.



출처 

http://www.pgr21.com/pb/pb.php?id=freedom&no=5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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