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깊이가 있는 환풍구 위를 잘 지나다니지 못한다. 묘한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그런데, 필요하거나 급하면 또 지나간다. 내가 지나가도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은 있기 때문이다. 비행기도 좀 유쾌한 경험은 아니지만 사고확률이 제로에 수렴하는 걸 알기에 필요하면 타게 된다.
그런데 만약 환풍기 위를 20~30명이 함께 지나가는 상황이 있다. 그럴 때 내가 필요하다면 나는 환풍기 위를 지나갈까? 아마도 그럴 것이다. 여러 명이 그 위에 있다는 것은, 그 사실만으로도 안전에 대한 신뢰감을 주기 때문이다. 이번 사고에도 십수 명이 올라가도 문제 없다는 것은, 더 많은 사람들을 모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참사였다.
환풍기 위에 올라선 피해자들의 “안전불감증” 이야기가 나온다.
글쎄… 우리는 비행기를 타면 벨트를 맨다. 기내방송과 승무원이 그렇게 시키기 때문이다. 실제 비행사고의 확률이 높지 않음에도, 벨트 매는 것을 거의 강제하듯이 강요한다. 하지만 이번 사고에서는 사회자가 “올라가지 말라”는 이야기를 했을뿐, 어떤 제재도 하지 않았다.
이렇게 볼때 안전불감증은 오히려 주최 측에 가깝다. 축제의 들뜬 분위기를 생각하면 오히려 무대가 잘 보이는 환풍기 위에 올라서는 게 정상일지도 모른다.
구조를 보면 환풍기에 왜 올라가려 했는지 이해가 간다.
더 큰 안전불감증은 예산과 안전을 바꿔먹는 지자체와 정부에 있다. 환풍기 위에 얹어져 있는 스틸 그레이팅은 그 자체 무게도 결코 가볍지 않다.
실제 들어보면 상상 이상으로 무겁습니다.
때문에 환풍기는 기본적으로 사람이 올라가면 안 되는 장소이다. 지하철 근처는 워낙 유동인구가 많으니 충분히 안정적으로 설계되는 데다가, 보도블럭과 높이도 같으니 예외이지만, 이번 사고가 일어난 환풍기는 4m*5m의 대단히 넓은 사이즈인 곳이라 그 위험성이 더했다.
이미지 출처: 동아일보
더군다나 높이도 1.3m로 사람이 쉽게 올라갈 수 있는 높이였다. 하지만 사고대책본부에 따르면 환풍구 높이가 1.2m 이상이라 펜스 설치의 의무가 없다고 한다. 또한 성남시청에 따르면 환풍기에는 하중 규정이 없다고 한다.
물론 그 어느 구조물도 100의 안전성을 보장하지는 못한다. 그리고 100에 가까워질수록 들어가는 비용은 비효율적으로 상승한다. 하지만 굳이 완벽한 구조물을 만들지 않는다고 해도, 도시 공간은 100의 안전을 추구해야 한다.
이번 사고는 매우 예외적인 케이스다. 30명 정도의 사람이 2m*4m(공연을 보기 위해 한쪽에 사람들이 집중)붕붕 뛰며 3톤 정도의 하중을 낼 일은 실로 일어나기 힘들다. 나는 이때문에 특정 누군가에게 책임을 지우고 싶지 않다. (그래서 축제 안전 담당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게 더욱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이번 일로 규정의 빈약함이 잘 드러난 건 사실이다. 펜스 설치를 좀 더 강하게 의무화 하거나, 애초에 사람이 올라가기 힘들게 환풍구를 높이 만드는 등 의외로 쉬운 방법들도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일지언정, 규정을 강화하여 이런 잠재된 위험을 제거하는 것만이 사회의 안전을 높이는 최선의 길일 것이다.
안전은 선진의식이 아닌, 제도에서 나온다. 그리고 그 제도는 얼마나 예산, 즉 돈을 쓰게 하게 강제하느냐에 그 핵심이 있다.
뭐 간단합니다. 학교에서 도로나 지하철 건물등에 외부에 설치되어 이쓴 환풍구 위로 걸어다닌 행동이 위험하다라고
학교에서 배운적이 있느냐. 혹은 공익광고 안전 교육등을 통하여 들은바가 있느냐.. 를 되돌아보면 된다고 봅니다.
난 잘 기억나지 않네요. 개인의 안전 불감증 만으로 몰아가기에는 문제가 있다는 말씀.
국가탓만 한다는 분들있는데.. 박근혜가 잘못했다는게 아니라 우리나라 시스템이 문제라는 이야기라고 생각해 주삼.
뭐 노무현 김대중때라고 안전교육에 목숨걸었던거 아니라는거 다 아는 이야기고 .
세월호 이후에 이놈의 시스템 안전문제는 다 개인이 조심하는수 밖에 없다는 듯한 분위기로 너무 쏠리는거 아닌가 생각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