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권 없는 대한민국의 안보

드니드니 작성일 15.01.13 01:4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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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소속이자 탈북12년차인 주성하 기자의 블로그에서 퍼온 글입니다. 

아래에서 이 글을 일부 발췌해서 소개한 게 있었는데..  

찾아가서 읽어 보니 내용이 꽤 방대하더군요. 물론 다 읽을만 했습니다.

  

글이 길어서 약간 압박이긴 하지만..

보수신문으로 꼽히는 동아일보에서,

그것도 조선일보에서 장학금까지 받는 탈북기자가 쓴 글로는 참...

  

안보 관련 주장으로서는... 돌아가신 노 대통령께서 했던 말씀과

비슷한 스멜이 나네요.. 헐헐헐...

 

그럼 즐감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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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어가며

 

  

  북한의 체제 안보 전략을 논하기에 앞서 몇 사안에 대해서 강조하고 논리를 전개하려 한다.

 

   우선 북한은 한국처럼 5년 임기의 정부가 아니기 때문에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시대를 뚜렷이 구분해 안보전략을 논하기엔 어렵다는 점이다. 다만 북한의 체제 안보 전략이 가장 크게 변화했던 시점이 1990년 초반 동유럽 및 소련 붕괴였기 때문에 이 리포트에선 1990년 이전은 김일성 시대로, 2011년 김정일 사망까지는 김정일 시대로, 이후는 김정은 시대로 편의상 나누어 분석하려 한다.

 

  둘째 북한이 왕조 체제라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따라서 일반 민주주의 국가들의 체제 안보전략과 다른 점들이 많다. 일반 국가들은 국가수반이 유고를 하게 되는 상황이면 다시 선거를 통해 후계자를 뽑으면 된다. 하지만 북한은 김정일, 김정은의 목숨이 곧 북한의 운명이며, 이들의 신변 안전이 최상의 가치가 된다. 따라서 북한의 체제 안보전략은 사실상 통치자의 안보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경향성은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셋째, 국가 안보전략의 포괄적 범주에는 외교, 정치, 경제, 사회, 과학 등도 포함될 수 있지만 이 글에선 군사안보전략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넷째, 김일성 시대와 김정일 시대의 안보 전략은 간단히 서술하고 넘어가고 김정은 체제의 안보전략에 초점을 맞추려고 한다.

 

  1. 김일성 시대의 체제 안보 전략

 

  김일성 시대의 체제 안보 전략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대남 적화통일’이라고 할 수 있다.

 

  김일성 시대에는 1980년대 이전까지 북한이 미군을 제외한 남한 전력에 비해 압도적 전력의 우위를 갖고 있었다. 따라서 이 시기의 북한의 전략은 미군을 철수시키고 통일 전쟁을 통해 한국을 점령하는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김일성 시대의 북한의 군사정책 기조는 국방에서의 자위원칙을 표방하면서 대남 우위의 군사력 확보와 전후방에서 전쟁 총동원 태세를 견지하는 것이다. 북한 헌법 제60조는“국가는 군대와 인민을 정치사상적으로 무장시키는 기초 우에서 전군 간부화, 전군 현대화, 전민 무장화, 전국 요새화를 기본내용으로 하는 자위적 군사로선을 관철한다”고 규정하고 국방 자위원칙을 선언하고 있다.

 

  김일성은 1962년 12월 당중앙위원회 제4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조성된 정세와 관련된 국방력 강화문제’를 토의하고 “인민경제의 발전에서 일부 제약을 받더라도 우선 군사력을 강화하여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국방에서의 자위원칙을 결의하였다.

 

  이러한 국방자위원칙의 구체적인 실천방도로 체계화된 것이 바로 4대 군사노선이다. 북한은‘전군 간부’, ‘전군 현대화’, ‘전민 무장화’, ‘전국 요새화’로 제시되는 이 노선을 1963년부터 강력하게 추진하여 왔다.

 

  이런 노선 하에 삼척울진 공비 침투사건, 김신조 부대 침투사건, 당포함 포격 등 공격적인 도발을 계속 이어왔다.

 

  북한은 대남 전략에 있어서도 한국의 내부적 혁명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않고 지하조직에 대한 지원을 계속 이어왔고, 이것이 1960년대 통일혁명당 사건부터 시작해 1990년대 초반 ‘남한 조선노동당 사건’까지 계속 이어져온 결과로 나타났다.

 

  하지만 한국에 강력한 미군의 존재로 인해 북한은 한국에 대한 공격은 할 수 없었는데 1976년 도끼만행 사건 때 북한에서 김일성이 직접 나서서 사과했던 것,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때도 몹시 군침만 흘리며 바라만 봐야 했던 것이 대표적 사례다.

 

 대신 북한은 1980년대 말 김일성 시대까지 북한의 상당수 예산(합법적으론 15% 내외, 비공개적으론 40%까지)을 군사 분야에 투자했다. 현재 북한이 보유한 부대 편제와 장비 등 대다수는 1990년대 초반까지 북한이 구축해온 것이다. 김정일 시대에 들어선 비대칭 전력 증강에 매달리며 뚜렷한 전진은 없었다.

 

  2. 김정일 시대의 체제 안보 전략

 

  김정일 시대에 들어서면서 북한은 경제력의 붕괴 및 우방국들의 체제 전환으로 인해 남침 야욕을 잃어버리게 됐다. 이런 와중에 한국의 경제력이 급상승하면서 남북의 격차까지 하늘땅 차이로 벌어지게 됐다. 물론 2014년 현재까지도 남한의 보수 논객들은 ‘적화통일’ ‘남침’ 등의 단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사실상 이는 현실과 거리가 떨어진 주장이다. 

 

  1990년대 중반 이어진 고난의 행군은 북한의 남침 야욕을 완전히 꺾은 하나의 계기가 됐는데 이 시기를 거치면서 북한은 통일 전쟁은 고사하고, 한국을 그냥 전쟁 없이 먹으라고 해도 먹지 못하는 지경에 처하게 됐다. 2400만 국민도 정보통제와 극단적 공포와 처벌로 겨우 유지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5000만 명이 사는 남쪽을 먹으면 북한 체제는 1년도 안돼 흡수되는 것은 자명하다.

 

  1990년대 중반 이후 북한은 공격적 군사전략에서 철저히 방어적 전략으로 넘어가게 됐는데 이는 북한군의 배치를 보아도 알 수 있다.

 

  김정일 체제에 들어 8군단, 10군단 등이 창설됐는데 이들 부대들은 한국과 맞대고 있는 비무장지대가 아닌 북중 국경일대에 배치됐다. 또 국경에 경비여단들이 증설됐는데 여단 병력은 사실상 사단 편제 이상이었다. 심지어 1선 군단들의 정원 편제가 미달하면서까지 국경 군인들을 증가시켰는데 이는 남쪽에서 선제공격을 해서 올라오는 일보다는 탈북자가 증가해 북한이 붕괴되는 것이 몇 배로 더 위험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정일의 군사 정책은 ‘선군정치’이었는데 이는 군을 통해 정치를 한다는 것으로 철저히 정권의 안보에 우선을 둔 정책이었다. 선군 정치는 철저히 군을 앞세워 쿠데타 발생 가능성을 억제하며 모든 지역에 군을 배치해 주민들의 봉기조차 차단한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다. 즉 군사파쇼국가를 만들기 위한 대외적 구실이 바로 ‘선군정치’라고 할 수 있다.

 

  이와 동시에 외부의 침략에도 대비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에 대한 대책이 바로 비대칭 억제력의 증가였다. 핵보유국의 지위를 확보하며 이를 발사할 수 있는 미사일 발사 역량을 키우며, 특수부대와 잠수함 전력 확충 등이 대표적인 비대칭 억제력의 증가 사례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의 핵 개발 야망이 집요하고 핵 포기가 어려운 점은 바로 체제의 생존, 다시 말해 김정일 일가의 생존에 핵에 달렸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리비아의 카다피, 이라크의 후세인 등 핵 개발을 포기했다 비참한 말로를 맞은 독재자들도 북한의 반면교사가 됐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3. 김정은 체제의 국가 안보 전략

 

  김정은 시대에는 국가 안보전략이 왕조 안보전략으로 넘어갔다. 즉 김정은의 생존이 모든 가치에 우선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김정은 체제의 안보전략을 논하기에 앞서 우선 김정은 시대의 군사력에 대해 분석하려 한다.

 

  1) 김정은 체제의 북한군 현실

 

  김정은 체제에서 북한군은 크게 4가지 문제에 봉착하게 됐다.
 
  첫째는 재래식 장비의 노후화, 둘째는 병력 자원 고갈, 셋째는 식량 등 보급난, 넷째는 군인들의 정신력 해이이다. 이에 대해 하나씩 분석하면 아래와 같다. 이 4가지 문제점은 북한군을 전쟁을 수행하기 어려운 지경으로 만들고 있고 앞으로 그 속도는 더욱 가속화될 예정이다.

 

  (1) 재래식 전력의 노후화


  -육군의 경우 연료난으로 현대식 장비를 도입할 수 없고, 기존에 도입됐던 장비도 제대로 유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가령 10년 간 탱크병으로 복무했던 탈북자는 자신이 탱크를 딱 3번 만 몰아봤는데 기차역까지 500m정도 2번, 4㎞ 한번 몰았다고 증언했다. 또 항공육전병(특전사)으로 10년 복무했던 탈북자는 낙하 훈련을 한번도 못했다고 했는데 기름이 없어 비행기가 뜨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증언했다. 심지어 농사만 짓다가 10년 동안 실탄 사격을 한번도 못한 병사도 있었다. 기계화병 출신 탈북자들은 전쟁이 나면 전선까지 나오는 동안 사고로 절반 이상 굴러떨어질 것이라고 하기도 했다. 

 

  -재래식 병력에서 한국에 가장 위협이 되는 존재는 주체포라고 하는 자주포와 방사포인데, 이 역시 훈련이 부족해 최근 김정은이 열심히 부대를 다니며 독려하는 상황이다. 북한의 포 부대에서 문제점은 전력난 때문에 포탄 관리가 안돼 많은 포탄이 불발이라는 점이다.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 때 북한군은 2달 넘게 훈련시킨 최정예 부대로 연평도를 쏘았는데 불과 12㎞ 앞에 떨어진 섬에 170발을 쏘았는데 90발이 그 큰 섬조차 못 맞추고 바다에 떨어지는 한 세기 이전의 명중률을 보였다. 섬에 떨어진 포탄 중에도 불발탄이 상당수 발견됐다. 올해 5월 김정은은 시찰하던 자주포병 한개 대대를 해산시켜 버렸는데, 사격 준비를 하는데 걸린 시간이 명령에서 지시한 시간보다 무려 3시간이나 더 걸렸고, 포사격을 했는데 단 한발 만이 목표 근처에 떨어졌다고 한다. 이에 대대가 해산되고 군단장 이하 간부들이 두 계급 강등되는 일이 벌어졌다. 즉 현재 북한군 부대에선 포병을 제외하면 쓸 만한 부대가 없는데 서울과 같은 인구 밀집지역에 포탄을 쏠 능력은 있지만 전쟁 수행능력은 없다고 평가할 수 있다.

 

  -공군의 경우 1980년대 말에 미그 29 40여대를 들여온 것이 마지막으로 북한에 전투기가 공급되지 않았다. 1990년대 말에 구소련에서 200여대를 들여왔는데 이는 소련이 폐기처분하려던 미그 19기였다. 북한은 이중 50대는 분해해 부속용으로 하고 나머지는 운용하고 있는데, 미사일 탑재도 안 되는 미그 19는 사실상 한국군에 위협이 되지 못한다. 전투기의 운용 기한을 보통 30년으로 잡는데 북한은 90% 이상의 전투기가 30년이 넘었고 헬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러다보니 사고가 너무 많이 나서 비행사들이 뜰 엄두를 못 내는데, 올해 비행훈련이 거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미그기 4대와 헬기 2대가 추락했다. 올 8월 한미 군사훈련 기간에 북한은 대응 비행을 전혀 못하는 실정이었다. 창피하니 비행사 대회를 열고 적은 군사훈련을 하는데, 우리는 대회를 하는 담력이 있다고 선전하는 실정이다. 북한 공군의 노후화는 앞으로 더욱 심화될 예정인데 현재도 한미연합군과 전쟁하면 하루도 못 버틴다는 북한 공군은 향후 5년 뒤에는 사실상 기능이 사라질 지경이다. 

 

  -해군의 경우도 재래식 함정은 너무 노후화돼 함포 사격을 하면 용접 부분이 떨어져나간다는 지경이다. 북한은 최근 수상함을 거의 도입하지 못하고 다만 비대칭 전력에 해당하는 잠수함 건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또 2000년대 초반 소련에서 해킹해 들여온 기술로 공기부양정 100여대를 만들어 상륙작전에 활용하려 하고 있다. 일단 해군력에 대해선 거의 평가를 할 지경이 못되는데 중국 군사잡지에서 북한 공군은 하루 버티지만 해군은 반나절도 못 버틴다고 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물론 북한의 잠수함 위협은 우리가 계속 대응해야 하는 것이긴 하지만 전면전에 들어가면 큰 위험은 될 수가 없다. 

 

  (2) 병력 자원의 고갈 

 

  현재 한국 국방백서에선 북한군 병력은 110만 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북한군 대다수 부대에서 편제의 80% 미만으로 보유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북한의 실제 병력은 80~90만 명 사이가 될 것이다.

 

  북한은 수많은 아사자가 발생했던 1990년대 중후반 ‘고난의 행군’ 시기에 태어난 세대가 군에 입대할 나이가 되면서 현재 120만 명 수준인 군 병력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시기 북한 출산율은 30%나 감소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또 식량난이 초래한 발육 장애 때문에 입대 기준을 한국 초등학교 4학년 평균 키에 해당하는 142cm로 낮췄는데도 이에 미달하는 청소년이 많은 실정이다. 여기에 군에서 영양실조로 제대하는 인원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1995년 출생자들이 군에 입대한 2012년부터는 군 병력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일부 부대에서 10년 만기 복무자들을 제대시키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편제의 80% 정원도 채우지 못한 부대가 많다고 탈북자들은 증언하고 있다. 따라서 현행 군 모집 방식으론 북한군이 편제의 60% 미만 병력을 보유하게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를 막기 위해 북한은 내년 봄부터 여성 의무병역제를 도입하게 되는데 군 복무 기간을 남성은 10년에서 11년으로, 여성은 6년에서 7년으로 각각 늘리게 된다. 당초 북한은 남성 복무 기간을 10년에서 13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했었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 연장 조치를 도입했다 실패한 전례가 있어 여성 의무병역제를 도입하는 것으로 이달 중순 결정했다

 

  여성 의무병역제는 이를 막기 위한 북한의 고육책으로 볼 수 있다. 앞으로 북한의 여군 비율은 현재의 22%에서 40%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군이 늘면 전투력 약화와 내부 성범죄 빈발 등 각종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 시대인 1990년대 김정일은 병력고갈 때문에 여성들로만 해안포여단을 만들었지만 엄청난 훈련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전투력이 없어 해산시킨 전례가 있다. 북한에선 여군을 유지하는 비용이 남성 군인 유지비용보다 3배 정도 더 든다고 알려져 있는데 남자 부대도 보급을 제대로 못하는데 여군이 늘면 보급도 큰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이유로 앞으로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북한은 반드시 군축 문제를 들고 나올 것으로 보인다. 어차피 자연적으로 군 병력이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함께 줄이자는 명목으로 한국군 전력을 약화시키려는 의도를 내비치는 것은 예상된 수순이다.

 

  (3) 식량 등 보급난

  

  식량난은 북한의 고질적 문제인데, 지금도 별로 개선되지 않고 있다. 지금 북한 내부에서 군 지휘관들에게 내려가는 강연 자료를 보면 잘 먹이는 장교가 가장 우수한 장교로 평가하는 실정이다.

 

  병사들은 봄부터 가을까지 농사에 매달리는데 한 북한군 사관장(후생 공급을 책임진 북한 중대의 최고참병)이 탈북한 여동생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5페이지에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농사짓던 내용만 적혀 있어 과연 북한군이 군인인지 농사꾼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였다.

 

  강원도의 1, 5군단 같은 경우 현재 북한군 중대 편제가 100명이라면 70명 정도는 항상 중대에 없는데 20명은 영양실조로 귀가 치료를 갔고 10명은 집에 돈벌려 간 실정이다. 낚지 잡이, 산나물 채취 등을 통해 돈을 벌어 중대에 보내주면 이들이 부쳐주는 돈으로 중대 간부들이 먹고 살고 일반 병사들도 식량에 보태 먹는 실정이다. 또 피복 사정도 너무 열악해 집에서 보내준 돈으로 군복을 만들어 입는 병사들이 적지 않은데, 좋은 군복을 빼앗아 입겠다고 살인사건도 빈번하다.

 

  (4)군인들의 정신력 해이

 

  최근 입대하는 병사들은 나라에서 배급을 받아 산 병사들은 거의 없고 부모들이 장마당에서 돈을 벌어 키운 세대다. 즉 장마당 세대라고 할 수 있는데, 이들은 나라에 대한 충성심이 희박하고, 국가의 배려에 보답해야 하겠다는 의지도 거의 없다. 여기에 더해 해외의 비디오 녹화물 등을 입대 전인 중학교 때 보고 자랐기 때문에 자유주의적이고 개방적인 경향을 갖고 있다. 한마디로 북한의 정치 선동이 거의 먹히지 않는 세대라고 할 수 있다.

 

  2) 김정은 체제의 안보 전략

 

   위와 같은 현실은 김정은 체제로 하여금 변화된 상황에 맞는 새로운 군사 안보 전략을 채택하게 만들 수밖에 없게 됐다.

 

  김정은 체제의 안보를 위한 군사 전략은 크게 네 가지 전제에 의해 실시되고 있다. 그 전제를 하나씩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북침 위협이 없어진 상황에서 체제 보위를 위한 방어 전략으로의 이행.
  둘째, 전작권이 미국에 있는 상황을 적극 이용, 정치적 목적을 위한 도발은 지속
  셋째, 김정은 체제 보위의 가장 큰 핵심은 김정은 신변 보호
  넷째, 핵 개발을 통한 미국 억제 및 재래식 열세의 만회

 

  위의 전제를 하나씩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아래와 같다.

 

  (1) 공격 전략에서 방어 전략으로

 

  이 전략은 북한이 한국을 무력으로 선제공격할 때 승리할 확률이 사실상 없다는 현실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으로는 북한은 한미연합군이 북한을 선제공격하지 않을 것임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실제로 북한은 미군이 이라크 및 아프간에서 치른 인명피해와 막대한 전비, 이로 인해 초래되는 워싱턴 정계의 염전 분위기, 그럼에도 이슬람국가 창설로 인한 중동의 혼란과 여기에 다시 끌려들어가 언제 발을 뺄지 모르는 미국의 불안 등을 잘 파악하고 있다.

 

 중동에서도 발을 빼지 못하는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 등의 반발을 무릅쓰고, 북한의 전면 공격이 없는 상황에서 북한을 먼저 침공할 가능성은 거의 제로라고 볼 수 있다. 막대한 희생을 다시 감내할 필요도 없는데다 북한은 그럴만한 가치조차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국군은 작전권이 미국에 있기 때문에 혼자 북한을 쳐들어갈 수도 없거니와 역시 그럴만한 가치도 없고 용단을 내릴 정치인도 없다.

 

  이 때문에 북한의 전략은 38선 인근의 공격부대의 공격력 증강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전방에 배치된 1군단, 5군단, 4군단, 3군단(동해부터)의 전력은 크게 증가하지 않고 있을뿐더러 오히려 병력의 자연감축으로 인한 영향을 가장 많이 받고 있어 실제 전력의 70%의 인원만 유지되고 있다. 또 부대의 후방물자 공급도 가장 열악해 영양실조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지역이 되고 있다는 점이 북한의 새 전략을 반증하고 있다.

 

  반면 북중 국경인근의 경비 병력은 꾸준히 증가하고 공급도 제일 잘되고 있는데, 동계 피복 공급도 이들 부대에 가장 먼저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북한이 체제 보위를 위한 핵심 전선을 전방이 아닌 탈북을 막는 후방으로 여기는 증거이기도 하다.

 

  또 최근 한미군사훈련 기간에 북한은 대응훈련을 아예 하지 않고 있는데, 북한의 열악한 유류난과 장비 노후화가 문제이기도 하지만, 더 큰 이유는 훈련 기간에 한미연합군이 북침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아예 관심을 쓰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 8월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 때는 아예 비행사들을 평양에 모아 대회를 여는 등 무관심 전략을 펴고 있다. 

 

  (2) 정치적 목적을 위한 도발은 계속

  

  그럼에도 북한은 정치적 목적을 위한 계산된 도발은 계속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0년 천안함 공격과 연평도 포격이 대표적이다. 

 

  북한이 이러한 도발에 자신감을 갖고 있는 중요한 이유는 첫째로, 확전될 경우 인명피해에 있어 북한 체제가 지는 부담은 거의 없고, 둘째로 규모가 커지면 미국 또는 중국이 개입해 확전을 막을 것이란 점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는 북한과의 교전으로 수십 명의 희생자만 나와도 엄청난 피해로 간주하게 되지만 북한은 설사 1개 사단이 전멸해도 김정은 체제는 이들을 모두 영웅적 희생으로 만들고 한국에 대한 적개심을 불러일으키는 수단으로, 군사적 위협을 고조시켜 체제 공고화 활용할 수 있다.

 

 또 어느 정도 확전이 되면 전작권을 갖고 있는 미국이 상황 악화를 막을 것이란 것도 북한은 잘 타산하고 있다. 미국이 한반도에서 참혹한 재난을 재현하고 싶어 할 이유도 없으며 미군이 끝을 알 수 없는 동방의 새로운 전쟁에 말려들어가는 것을 더욱더 막으려 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한국 역시 전쟁은 피하고 싶은 최대의 악재이다.

 

  이런 점을 알기 때문에 북한은 잠수함 전력과 포병 전력, 무인기, 미사일 등 비대칭전력을 최대한 늘여 공포의 전략을 구사하려 한다. 개구리가 바람을 불어넣어 몸집을 키우듯이 말이다.

 

  가령 북한의 포병 전력인 경우 서울을 위협하기 위해 전방에 바짝 붙어 주둔하고 있는 것이 공포의 전략의 대표적 사례다. 포병 전술적으로 보면 전멸될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서울을 때리겠다는 의도인데, 군사전략적으론 의미가 없는 순전히 공포 극대화 전략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3) 김정은 신변 안전 경호는 최대로

 

  김정은의 신변 안전문제는 앞의 군사적 전략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일로 간주되고 있다. 왜냐면 세습왕조시스템은 북한의 성격상 김정은만 죽으면 모든 것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최근 김정은의 신변 보호는, 경호에 엄청난 신경을 썼던 김정일 시대에 비해 두 배로 강화됐다.

 

  특히 2012년 11월 3일 평양에서 벌어졌던 김정은 암살미수 사건 이후 북한은 경호범위를 크게 확대했는데, 저격 가능거리를 과거 2㎞로 보고 철통경계를 폈지만 지금은 4㎞로 확대했으며, 휴대용 미사일 등의 타격 범위도 과거 20㎞에서 40㎞로 확장하고 있다. 동시에 김정은 경호원들은 중무장을 하고 헬멧을 쓴 채 근접경호를 펴고 있으며 사저 경호 등엔 장갑차도 동원되고 있다.

 

  김정은이 집권 3년차가 됐지만 아직도 함경남북도, 양강도, 자강도 등 북한 북부의 거의 절반 땅을 아직 찾지 못하고 있는 것도 신변보호에 대한 불안에 기인한다.

 

  반면 김정은은 과거 김일성, 김정일과는 달리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는데(주로 평양 원산 사이) 한국이나 미국이 자신의 이동을 레이더로 지켜보는 것을 알면서도 이런 행동을 벌이는 것은 한미 연합군이 자신을 요격해 정치적 리더십 공백을 초래할 북한 급변사태를 만들지 않을 것이란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이 심지어 한국군의 코앞까지 목선을 타고 시찰하고 있다.

 

  그러나 김정은은 내부 차량이동은 매우 자제하고 있는데, 도로 이동은 경호에 어려움이 있고, 미리 동선을 파악해 폭발물을 설치하는 경우 막기 어렵기 때문이다. 즉 최근의 김정은의 행태는 자신의 신변보호에 있어 한국과 미국은 철저히 믿고 있고, 오히려 북한 내부를 믿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4) 핵 개발을 통한 체제 보호 및 미국 억제

 

  북한의 핵개발은 체제 방위용이며 협박용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북한은 청와대에 핵 공격을 가하겠다는 등 한국을 향한 핵 공갈을 노골화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을 직시했을 때 북한의 핵 선제공격은 이뤄질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한국과 같이 경제적으로 성공했고, 시장경제체제에서 성공한 비핵국가가 핵 공격을 받았고 이에 대한 보복이 경우 미국과 중국이 방치할 때엔 이 지구는 파멸적 결과에 마주치게 된다.

 

  한국이 핵 공격을 받았음에도 미국이나 중국과 같은 강대국이 가만히 있는다면 전 세계 모든 국가가 경쟁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하는 사태에 직면하게 되고, 강대국이 기를 쓰고 지키려는 핵질서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각국이 경쟁적으로 핵무기를 만들면 그중 몇 개는 알 카에다 같은 국제테러 단체에도 흘러갈 것이고, 그러면 워싱턴이나 베이징에서 핵폭탄이 터지는 것도 시간문제이다.

 

  그렇기 때문에 강대국은 비핵국가가 핵 국가의 공격을 받는 상황을 용납할 수도 없고, 또 그런 일이 있다면 핵 가진 나라를 아예 지구상에서 사라져 버리게 할 정도로 보복을 받게 될 수밖에 없다. 아마 북한이 서울에 핵폭탄을 쐈다면 아마 우방국이라고 하는 중국이나 러시아부터 핵 보복에 가담하지 않을까 싶다. 따라서 한국에 대한 핵 선제공격은 김정은의 자살행위밖에 되지 않으며 한반도의 최대 부자인 김정은이 이런 선택을 할 가능성은 없다.

 

  따라서 북한의 핵개발은 철저히 방어적이며 협박용으로, 미국 견제용으로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평양이 점령당해 내일 내가 죽는 상황이면 너 죽고 나 죽고 할 것이며, 미국까지 공격이 가능하기 때문에, 미국이 한국에서 전쟁을 일으키지 말라는 것이 북한 핵개발에 숨은 메시지라고 판단할 수 있다.

 

 3) 한국,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북한의 안보전략 변화는 한국으로 하여금 새로운 대응을 요구한다. 아직까지 한국의 군사안보 전략은 북한의 남침에 대비한 방어와 반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여기에 북한이 남침하면 한국군의 능력만으론 방어가 어렵다는 패배주의적 시각까지 팽배하다.

 

  하지만 북한은 이미 한국군이 북침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잘 파악하고 있으며, 전방 부대를 강화하는데 소홀히 하고 있다. 또 김정은도 보란 듯이 전용기를 타고 시찰하고 있어 외부에 의한 테러 같은 것은 의식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능력도 의지도 없는데, 우리만 아직도 쪽수에 기반한 과거 방어 전략을 고집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안보는 만의 하나를 가정하는 것이 나쁘진 않지만, 대신 그 하나의 가정을 위해 드는 비용과 효율을 따져봐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북한의 새 안보전략에 맞게 새로운 안보전략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따라서 북한의 안보전략에 맞는 한국의 안보전략을 새롭게 제시한다면 아래와 같다.

 

  (1) 정예 병력 유지 및 거점 타격 능력 향상

 

  현대전에서 각종 첨단 무기들이 개발되면서 병력수가 차지하는 의미는 점점 퇴색되고 있다. 1991년과 2003년 걸프전과 이라크전만 봐도 열세한 병력이 갖고 있는 숫자는 큰 의미가 없었다.

 

  북한은 이미 병력숫자가 109만이 아니며, 그 병력조차 국경지역과 건설현장 등에 널어놓고 있고, 여군 비율이 높아지고 있어 남침할 경우 직접 동원할 수 있는 병력은 과거에 비해 크게 줄었다. 하지만 한국군은 1980년대 북한의 병력이 100만 명이 넘어갈 때 방어를 위해 주둔시켰던 병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병력이 약 20~30% 줄어든 현 상황을 감안하면 한국군도 20~30% 감축해도 된다고 판단한다.

 

 여기에 점점 남북의 무기 격차가 커지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한국군 병력은 현행의 70만에서 50만 이내로 줄여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 지금은 북한이 38선 주변에 몇 달 동안 병력을 증강시켜도 우리가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던 1950년이 아니다. 전방에 북한군이 증강되는 것을 우리의 감시정찰 자산으로 얼마든지 알 수 있다. 그럴 때면 우리도 예비군 동원 등을 통해 대비하면 병력 감축에 따른 안보불안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지금 단계에선 한국군도 병력을 감축하고, 소수 정예화해 전투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 이제는 머리 쪽수로 자웅을 겨루던 시기가 지났다.

 

  또 한국군은 숫자는 줄이는 대신 거점 정밀 타격 능력은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 북한이 서울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타격하는 적에 반격하는 정도가 아니라, 똑같이 북한 창광거리 중앙 당사를 비롯해 북한의 핵심 체제 유지 거점을 도려낼 능력을 갖춘다면 북한이 느끼는 공포감은 더욱 커질 것이다.

 

  현재 한국에는 북한 뿐 아니라 중국(또는 일본과의 독도분쟁)까지 내다보고 전력을 키워야 한다는 논리도 크다. 그러나 명백한 것은 한국의 능력으로 중국과의 전력 경쟁에서 이기기는 힘들다. 아무리 우리가 국방에 힘을 쏟아도 전쟁이 나면 중국은 절대 이기지 못한다. 그러니 중국이 역시 상당히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보복 전력은 키우되, 중국과는 전쟁을 무조건 피해야 한다. 있을지 말지 모를 중국과의 전쟁을 가정하고 무한정 전력을 키운다는 것은 우리에겐 너무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고, 꼭 그래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따라서 중국과 전력 경쟁을 한다는 논리를 벗어나, 중국이 한국과 전쟁을 해봐야 득이 되는 것이 없도록 정치 경제적인 관계를 더욱 밀접하게 갖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 생각한다.

 

  (2) 김정은 신변을 겨냥한 작전능력 향상

 

  북한은 서울을 두고 협박을 즐긴다. 한국의 공포감을 극대화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이런 전략에 맞서 우리도 평양을 타격할 수 있다거나 공격 부대를 일거에 무력화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은 북한엔 큰 공포가 되지 못한다.

 

  우리는 북한의 최대 약점이 무엇인지 정확히 꿰뚫어보고 대처해야 한다. 북한의 최대 공포감은 김정은이 제거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우리의 능력도 여기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가령 북한이 연평도와 백령도를 공격할 경우에 대비한 우리의 전략은 상륙을 막기 위한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여기에만 몇 조원의 군사비가 들어간다. 20~30년 뒤에 고철이 될 무기를 구입하느라 이런 비용을 들여야 하는지 의문이다. 북한이 무인기를 활용하면 또 우리는 무인기를 대비에 또 막대한 돈을 들인다. 이런 식의 대응은 북한의 이곳저곳을 찌르는 전략에 말려들어가는 소모적이고 아까운 비용들이다.

 

  이제는 이런 전략에서 벗어나 군사비를 쓸 곳만 집중해서 쓸 필요가 있다. 가령 백령도 연평도 상륙을 막기 위해 해병대를 증강하고 무기를 더 갖다 놓는 식으로 대응하는 것보단, 북한이 우리의 영토를 공격하는 경우 전쟁으로 간주해 즉시 김정은을 제거할 것이란 점을 인식시키는 것이 훨씬 더 안전하다.

 

  즉 김정은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있는 정보력을 키우고,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데 돈을 쓰는 것이 훨씬 낫다. 김정은에게 한국의 영토를 공격하는 순간, 자신이 두더지처럼 박혀 절대 밖으로 마음 놓고 돌아다닐 수 없는 신세가 되고, 어느 순간에 목숨이 날아날 수 있다는 점을 각인시키면 한국은 훨씬 더 안전해진다. 김정은의 입장에선 설사 한국을 다 먹을 수 있을지라도 자기 목숨보단 가치 있지 않다는 점을 우리가 이용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 점은 북한의 핵무기를 무력화시키는 데로 매우 요긴한 대응력이다. 핵은 우리가 가질 수 없는 북한의 비대칭전력이지만, 김정은에겐 자신의 목숨 앞에선 핵이고 뭐고 전혀 중요하지 않다. 핵을 쓰면 바로 죽는 다는 점을 확실히 인식시키는 것이 한국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위협적인 비대칭 전력이기도 하다.

 

  (3) 전작권 환수해야

 

  미국에 전작권을 줌으로써 우리가 얻는 이익도 물론 클 것이다. 전작권 환수 불가론자들은 미국이 갖고 있는 북핵에 대한 킬체인 능력과 감시정보자산 등에 매우 높은 값을 쳐주고 있다.

 

  하지만 이 점은 반드시 인지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한반도에서 전쟁할 의지가 없는 이상 한국의 안보는 더욱 위험해질 것이다. 감시정보 자산도 정작 전쟁까지 가야 하는 상황이라면 의도적으로 숨기고 넘겨줄지도 의문이다.

 

  지금 같이 미군의 손에 안보가 달려있는 시스템에선 북한이 연평도 포격이나 천안함 폭침과 같은 도발을 계속해오면 어느 정도의 규모로 확전될 경우 반드시 미국이 막아 나서데 된다. 서로 비슷한 규모로 맞고 때리면 결국 손해 보는 것은 우리뿐이다. 이 점을 알기 때문에 김정은은 앞으로 마음 놓고 도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전작권이 미군의 손에 있는 한 한국의 안보는 더 위험하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전쟁 억제력은 한국 단독으로라도 기회만 오면 독자적으로 통일할 의지가 있다는 호전성이다. 전력이 압도적으로 열세인 북한은 빌미를 만들어주지 않기 위해서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다. 이미 우리의 전력은 북한을 압도하고도 남음이 있으며 앞으로 더 격차는 벌어질 것이다.

 

 (4) 하드웨어 전략에서 소프트웨어 전략으로

 

  전쟁은 비싼 장비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결국 그 장비로 전쟁을 치르는 것은 병사들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북한 군사력의 약점은 바로 정신력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군의 본질은 김 씨 왕조 가병이다. 한국처럼 나라와 민족을 지키겠다는 의지보다는 김정은만 수호하는 군대이다. 최근 북한 군인들의 대다수는 사회주의 체제에서 배급을 받아본 경험이 거의 없고, 부모들이 장마당에서 장사를 해서 먹여 키운 세대다. 군에 입대하기 전에 한국 드라마와 노래를 부르던 세대다. 또한 이들에겐 지킬 재산도 거의 없다.

 

  이런 점을 파고들어 북한군에 대한 심리전을 강화해야 한다. 북한군 병사들이 전쟁에서 패한다면 10년씩 고향을 떠나 배를 곯을 필요가 없고 곧바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으며 한국과 통일하면 모든 집들이 부유해져 북한 모든 사람들의 소원인 이밥에 고기국을 먹을 것이란 점을 인식시키면 병사들이 싸울 의지를 잃게 될 수밖에 없다. 즉 북한 병사들에게 “무엇을 위해, 왜 목숨을 내놓고 싸워야 하는지, 지켜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한국의 안보 책임자들도 비싼 장비를 사와 폼 잡는 것에만 급급하지 말고, 적의 의지를 무너뜨리는 것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런 전략은 투자 대비 효과가 매우 큰 전략이다.

 

  맺는 말

 

  북한엔 빨간 것이 오래 전에 사라졌고, 통일을 할 능력도 이미 없는데, 아직도 우리는 북한의 적화통일을 막아야 한다는 20세기적 냉전의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안보 전략도 변화되는 현실을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몸집 키우기에만 치중돼 있다. 막대한 병력 유지가 필수적이란 부처 이기주의에 계속 끌려가고 있다. 감축이란 말만 나와도 안보를 위험에 빠뜨리는 위험 세력인양 공격당하고 있다. 이러한 인식의 패러다임을 바꿀 필요가 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했다. 하지만 우리는 달라진 적도 모르고, 달라진 우리의 능력도 모르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북한군의 실태는 너무나 열악하며, 한국의 대응 방안에 대한 설명은 개인적인 외로운 주장에 불과하다. 이런 주장은 아직은 낯설고 힘도 없다. 그러나 앞으로 세월이 흐를수록 냉전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현실을 정확하게 직시하고 한국의 안보를 위해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를 깨닫는 세대가 점점 더 많이 등장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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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 글 다 읽느라 수고하셨을 분들께, 다시 이제부터 이와 관련해 덧붙이는 나의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

 

  우선 전작권 환수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사람들의 핵심 주장 몇 가지 우선 Q&A 형태로 정리해보고 넘어간다.

 

1) 전작권을 넘겨받을 준비가 안됐다. 특히 정보감시자산 등은 미국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하기 때문에 전작권 유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 이런 사람들이 꼭 전작권 넘겨받아도 미국이 안나가고 기존의 동맹 관계를 유지한다는 전작권 환수론자들의 주장에 대해선, 미국을 어떻게 믿느냐, 전작권이 폐기되면 미국이 빠져나가도 할 소리 없다는 논리를 편다. 그럼 미국이 정보감시자산으로 얻은 정보를 한국에 고스란히 다 줄 것 같냐, 결정적인 순간 한국의 국익이 달린 정보를 통제할 것이란 의심을 안하느냐. 의심하려면 똑같이 의심하던가, 똑같이 믿는 것이 정답이다. 진짜 문제는 자기 필요에 따라 믿고 안 믿고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논지의 정당성을 잃는다. 나 개인적으론 미국을 안 믿는다. 어느 나라나 자기 국익이 첫째다. 당연한 일 아닌가.

 

2) 든든한 안보는 강력한 힘에서 나온다. 미국의 힘까지 결합돼야 북한이 함부로 도발을 못한다.

 

  - 맞는 말 같지만, 강력한 힘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얻어맞고 대응도 못하면 그게 더 불쌍한 것이다. 국지전이 나면 어차피 한국군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전작권이 미군에 있어 북한이 도발 안하냐? 연평도, 천안함은 뭐냐? 그때 우리는 할 수 있는 대응도 못하고 미국의 입을 쳐다봤다. 그리고 전면전, 북한이 우리를 적화통일할 수 있을 것이란 주장에 대해선 여러 번 설명했으니 더 말하지 않겠다. 그런 시대착오적인 판단에 기초한 것이라면 크게 착각하는 것이다. 

 

 3) 어차피 우리 돈 절약해서 좋잖아. 비싼 건 미국이 알아서 갖다 놓고 지켜주니까 이용해 먹을 줄도 알아야지.

 

   - 비싼 걸 갖다 놓고 쓰느냐 안 쓰느냐가 문제다. 문제는 우린 비싼 것이 필요 없다는 것이다. 우리 쓸 수 있는 한계 안의 능력만큼만 써도 어차피 북한하곤 게임이 안 된다.

 

  4) 북한은 핵 개발을 했는데, 그걸 막기 위해 킬체인 구축해야 하는 것 아니냐.

 

- 비용 대비 효용성이 크게 떨어지는데 쓸 데 없는 짓 좀 하지 말자. 좀 안다는 해외 군사전문가들보고 물어봐라. 재래식 미사일로 핵 공격 막겠다는 그 어이없는 발상에 손을 들어줄 사람 몇이나 되는지. 일단 북한은 핵 선제공격 못한다. 그럴 이유가 전혀 없다. 오히려 킬체인인지 그거 도입해놓고 징후가 포착됐다면서 먼저 공격하면 그게 더 위험하지 않을까. 차라리 핵이 그 정도로 그리 두려우면 김정은부터 먼저 킬해버리든가. 그럼 핵문제 끝날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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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Q&A를 통해 기본적 주장에 대한 반박만 했다. 그럼 이제부터 내 주장을 쓰는 단계이다.

 

  전작권이 미국에 있으면 대한민국의 안보는 보다 더 위험해 진다는 것이 나의 확실한 견해다. 북한은 미국의 눈치를 살피다가 괜찮다고 생각하면 언제든지 한국의 옆구리를 찍을 수 있다. 이런 도발의 끝이 국지전에서 끝난다는 것을 김정은이 뻔히 아는 한 한국은 절대 안전할 수가 없다. 국지전에 끝난다면 김정은은 손해 볼 것이 전혀 없다.

 

  반면 미국의 아시아 정책은 항상 중국과 일본 중심이었다. 한국은 그 다음이다. 미국은 한반도에서 피를 흘리고 싶어 하지 않는다. 북한과 전쟁을 하려고 해도 중국 눈치부터 볼 것이다. 6.25때도 온갖 보고에도 불구하고 중국군이 참전하지 않는다고 의도적으로 정보를 배제하고 멍청한 결론을 내린 맥아더의 호전성만 아니었어도 우리는 중국 국경까지 밀고 가는 대신 평양-원산 선 정도는 확실히 장악하고 엄청난 인명 피해와 전 국토가 초토화되는 상황은 막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그 정도로는 중국이 개입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 지도가 그렇게 그려졌다면 북한은 지금까지 버틸 수도 없을 것이다.

 

  참고로 맥아더를 민족을 구한 애국자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여기 많을 것 같아 덧붙이면, 그런 사람들에겐 뉴욕타임스 출신으로 퓰리처상까지 받은 데이비드 핼버스탬의 ‘콜디스트 윈터’를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한국어로도 나왔는데, 20여년동안의 추적이 1000쪽이 넘는 방대한 서술로 기록돼 있다. 나는 이 책을 보면서 어쩌다 우리 민족 수백 만 명의 운명이 맥아더 같은 인물에게 결정되게 됐는지 한숨만 나오고, 다시는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말아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미국은 너무 자주 오판을 한다. 중동을 봐도 알 수 있지만, 한국에 대한 이해는 그것보다 더 낮은 것 같다. 한반도에서 국지전이 벌어져도 미국의 입장은 분명하다. 전쟁은 무조건 막으려 할 것이다.

 

  대표적 사례로 1976년 8월 도끼만행 사건을 들고 싶다. 당시 미국은 전쟁을 막으려고 한국군을 엄청 통제했지만 1공수특전여단장 박희도 준장의 지휘 하에 한국군이 미군 모르게 무기를 갖고 들어가 자의적으로 북한군 초소 2개를 박살내고 돌아왔다. 그때 미국이 전쟁을 일으키려는가며 얼마나 펄펄 뛰었는지 아는지. 정작 북한은 찍소리도 못했고, 이후 김일성이 사과나 마찬가지인 유감 성명을 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한국이 뭐라도 할 것 같으면 미국은 전쟁 날까봐 말리느라 급급할 것이다. 이런 미국에게 한국의 안보를 맡기는 것엔 반대한다.

 

  자기 스스로 결정을 해서 전쟁을 할 수 없는 군대, 남이 전쟁을 하라고 승인해서야 하는 군대는 위험성이 크게 떨어진다. 김정은이 절대 두려워 할리 만무하다. 우리는 북한보다 열배 이상의 압도적 군사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스스로 발에 족쇄를 채우고 그 열쇠를 미국에 맡겨 버렸다. 그래서 김정은에게 매를 맞아도 타격권 안에서 주먹이나 휘두를 뿐 쫓아가 밟아놓을 수가 없다. 나는 이런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지금 전작권을 넘겨받을 수 없다는 우리군의 주요 명분을 요약하면 “우린 북한의 도발에 맞서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런 설명하느라 C41이 아직 구축되지 않았고, 감시위성이 없고 등등의 핑계를 댄다. 이것 역시 이해가 되지 않는다.

 

  우리가 미국에게 기대하는 것들은 정말 지구상에 미국 정도나 확실히 갖고 있는 체계이거나 장비이다. 그런데 우린 강국과 싸우는 게 아니다. 우리에게 없으면 북한엔 더구나 없다. 북한하고 맞서기엔 그런 것이 필요도 없다. 북한이 아직도 고물이 된 미그 21이나 23을 활용하는데, 우리 군은 F-35 스텔스기가 없어 전쟁 못한다는 그런 논리로 비겁하게 숨고 있다. 미그 21, 23 정도는 사실 국산 F-50으로도 얼마든지 발라버릴 수 있는데 말이다.

 

  왜 이리 자신감이 없는 걸까. 내가 만나본 일반 병사들, 초급 장교들은 정말 모두 학력도 높고, 신체적 조건도 좋고, 정신력도 높았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 중에 제일 엘리트만 뽑아 장군이 될 텐데, 왜 장군이 되면 비겁해지는 것인지 모르겠다.

 

  전시작전권 환수 문제는 냉철하게 국익을 따져 결정하는 문제를 넘어 그냥 진영논리로 바뀌었다. 고도의 전략가들이 결정해야 할 문제가 일반인들의 시위 메뉴, 기 싸움으로 변질됐다. 저들이 반대하니 나는 찬성이다 이런 식이다. 전작권 논박은 진영논리가 대한민국을 망치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본다.

 

  너무 추상적인 말만 했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글을 6.25 전쟁이 이후 우리 땅에 북한의 첫 포탄이 떨어졌던 연평도 해전 뒷이야기로 마무리하려 한다. 우리 현실이 어떤지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내용은 장성 35명을 만나 인터뷰해 당시를 재구성한 김종대 ‘디펜스 21’의 편집장의 책 ‘시크릿 파일 서해 전쟁’에서 발췌했다.

 

  연평도 사건 발생 2시 34분. 이명박 대통령이 지하 벙커로 들어간 시각이 2시40분이다. 그럼 청와대 지하벙커에선 무슨 일이 있었을까. 2시 40분부터 3시까지 군사적 대응을 논의한 것이 아니라 “왜 군이 연평도에서 포사격을 했냐”면서 우리 측 원인을 찾는 데 시간을 허비하고 있었다고 한다. 군 미필 정권에 기대하진 않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그리고 나온 청와대 성명이 당시 논란이 자자했던 “단호하게 대응하되 확전되지 않도록 하라”는 것이었다.

 

  그럼 군 수뇌는 뭘 했을까. 그 시간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국회에 질의답변하려 나왔다. 처음엔 그는 아무 것도 모르는 것 같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가 사건이 벌어진지 1시간도 넘은 3시35분에야 부랴부랴 자리에서 일어나 떠났다.

 

  오랫동안 훈련받은 대로 “항공 작전은 미7공군 사령관의 지휘를 받아야 한다”는 교전수칙에 얽매어 있어 항공작전은 생각도 못하고 교전수칙만 핑계 대다가 다음날에야 교전수칙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군 통수권을 가진 대통령이 “일단 때리고 내가 나중에 책임진다” 이런 말도 못했다.

 

  포격 다음날 한민구 합참의장이 월터 샤프 한미연합 사령관을 찾아가 “우리의 항공력으로 북한에 응징하는 계획을 세우는데 연합사의 의견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사프 사령관이 짜증스런 표정으로 “왜 나한테 묻는가 한국 정부에서 판단하라”고 대답했다. 오만 불손한 것도 문제지만 합참의장이 미국 4성 장군 50여명 중의 한 명에 불과한, 미 태평양 사령부 일개 예하 부대장에게 승인 받으러 갔지만 무시당하고 대답도 제대로 못들은 것이다.

 

  미국이 답을 안 해주니 국방부는 “향후 자위권과 교전수칙 문제를 정리하기 위해 국제법 학자에게 연구 용역을 맡기겠다”고 발표했다. 북한이 또 도발하면 우린 이번엔 합참에 국제법 학자와 변호사를 불러놓고 “쏠까요, 말까요”를 물어봐야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작전통제권이 없는 군대는 제대로 된 작전을 짤 줄 모른다. 그러니까 지금껏 “나도 모르겠다”며 본국에 보고하느라 몇 단계 보고 절차를 받아야 하는 미군 50여명 장군 중 한 명의 입만 쳐다보고 살아왔다.

 

  연평도 사건 다음 날 연합사 정보 작전부장인 존 맥도널드 소장이 불같이 화를 내며 이런 말을 했다.

 

  “내가 이라크 참전 군인이다. 이라크 신생 군대도 판단은 할 줄 안다. 그런데 어제 한국 합참에서 뭘 해도 되느냐는 전화가 매 시간, 매 분마다 수도 없이 왔다. 어떻게 한국군이 이라크군보다 못한가?”

 

  세계 6위의 국방력이라는, 군 학벌이 세계 최고인 국가가, 60년 동안 싸움 준비만 해왔다는 국가가 일 개 미군 소장에게서 신생 이라크군보다 못하다는 무시를 당했다.

 

  그런데도 우리는 지금도 미군이 꼭 있어야 한다고 매달리고 있다. 파도만 치면 낡은 군함이 갈라져 침몰할까봐, 비행 훈련만 하면 고물 전투기가 떨어 질까봐, 코  앞의 큰 섬을 향해 석 달 준비해 포를 쏴도 포탄 절반이 바다에 떨어지는 그런 북한이 무섭다고 이러이런 세계 최고의 장비가 없으면 전쟁에서 진다고 울상이다. 미군 입을 쳐다보며 살면서도 북한을 북괴로 비웃는다. 나는 이런 상황이 너무나 부끄럽다. 여러분들은 부끄럽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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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으로 예고했던 글 네 편을 마무리한다. 별 것도 아닌 당연히 할 수 있는 말이 어떻게 좀 화제가 된 것 같은데, 글 쓰는 입장에서야 많이 봐주시면 고마운 일이다.

 

  개중에는 동아일보 논조와 어긋나 보이는 주장이라 회사에서 견디겠냐는 걱정하는 사람도 있던데, 걱정할 필요 없다. 동아일보는 밖에서 보는 것만큼 그렇게 보수적이지 않다. 주장의 다양성 정도는 용인되는 곳이다. 그럼 왜 신문 주장은 늘 그렇게 나오냐?고 할 수 있지만 그건 설명도 길고, 또 다른 문제다. 이번 글 때문에 회사에서 내게 뭐라는 사람 지금까지 단 한 사람도 없다. 내가 동아일보에 몸담고 썼기에 화제가 됐지, 한겨레 기자로 이런 글을 썼다고 화제라도 될까. 그런 측면에선 동아일보가 좋다.

 

  조선일보 논조를 두 차례 정도 비판하기도 했지만, 그곳은 칭찬할 부분도 많은 회사다. 탈북자 대학생들 수십 명 꼬박꼬박 장학금 주는 곳이 조선일보다. 나도 거기서 저술지원 두 번 받았는데, 받기 어려운 것인데, 오직 탈북 기자란 이유로 배려해 준 것 같아 고맙게 생각한다. 단 왜 그런지 다 알면서 왜 까냐고? 기자가 워낙 비판이 천직이라 그런지 동업자 정신으로 봐주려 해도 그게 안 된다.

 

  정부 차원에서 기분 나쁘다고 보복을 받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하는 사람도 있다. 설마 나 같은 사람을 간첩, 종북, 빨갱이로 몰겠는가. 그랬다간 뒷감당이 될까 싶다. 만에 하나 다른 걸로 걸고 들지 모르니 자기 주장하려면 깨끗하게 살아야 하겠지만, 솔직히 털어 먼지가 안 날지 그걸 장담할 수 있는 사람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나는 이 정부가 블로그에 올린, 국익에 저촉되는 것도 아닌 화제성 글 가지고 보복을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아직 그 정도로 막간 정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덕분에 연말 블로그가 많이 북적북적했다. 한국 생활 이제 겨우 12년째, 아직은 한없이 더 배워야 하고, 한없이 더 겸손해야 하는 때인데, 세상이 내 맘에 거슬린다고 너무 내 기준으로 사정없이 쫙쫙 칼날을 그었다. 고백컨대 이런 식으로 네 번 쓰다보니 앞으로 이런 글을 네 번 더 쓰면 자칫 자신이 투사라도 되는 양, 정의의 사도라도 되는 양 분기탱천해 자기가 보는 세상이 전부인양 오만해질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옴 마니 반메 훔!

 

  새해엔 세상이 편 가르기, 몰아가기, 의혹에 근거한 비난 이런 것들이 줄어들고 함께 공존하는 상식적인 대한민국이 되는 방향으로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2014년 ‘서울에서 쓰는 평양이야기’와 함께 하신 모든 분들께 평강이 깃들기를 바란다.

 

 

 

 

 

http://blog.donga.com/nambukstory/archives/95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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