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0921944&pDate=20150610
뉴스룸 2부의 문을 엽니다.
'낙타 그리고 코끼리'
오늘(10일)의 단어입니다.
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의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는 책입니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이렇게 말할수록 사람들은 코끼리를 더욱 생각하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언어를 통한 정치권의 프레임 전쟁을 설명했습니다.
그의 가설에 따른다면 완벽한 중간층은 없어 보입니다. 보수나 진보가 아닌 중도층이라고 하더라도 특정이슈에 대한 극단적 논쟁이 벌어지면 왼편이나 오른편 중 한편으로 입장을 정하게 된다는 겁니다.
이러한 속성을 누구보다도 잘 파악하고 있는 정치인들에게 그래서 편가르기는 끊을 수 없는 유혹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복잡하게 얽힌 이슈라 해도 편을 갈라 단순화할 수 있고 때론 불리한 국면을 단번에 뒤집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세월호 유가족들의 단식농성장 앞에서 벌어진 일부 보수단체의 이른바 '폭식투쟁' 장면을 떠올려보면, 또한 당시 정부의 무기력한 구조작업의 한 편에서 끈질기게 이어졌던 다이빙벨에 대한 논란을 떠올려 보면 이 편가르기가 얼마나 사회를 갈라지게 했는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레이코프 교수의 표현을 빌자면 이 모두가 코끼리들입니다.
구멍난 방역대책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이번 메르스 사태에도 역시 어쩌면 이 코끼리가 등장할지도 모르겠다는 우려들이 나옵니다.
지난 4일 자체적인 방역대책을 내놓은 서울시를 향해 '정치적 욕심 채우기다' 이런 일부의 비난이 쏟아졌지요. 방역을 우선시하기보다 정치적 셈법을 앞세워 풀이하는 이들이 더 많았던 겁니다.
요 며칠 인터넷을 살펴보면 "광우병처럼 메르스로 선동한다" "메르스 공포는 친노종북좌익세력의 거짓말" 이런 댓글이 슬슬 눈에 띄기 시작합니다.
지난번에도 말씀드렸지만 광우병에 대한 우려는 시민사회의 성찰에 의한 문제제기였지 괴담이 아니었습니다. 실제로 당시 이명박 정부는 시민들의 요구에 따라 불리함투성이였던 쇠고기 협상을 일부나마 다시 했었으니까요.
물론 과장된 공포나 말도 안 되는 유언비어는 차단하고 정화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사회기능 중 하나겠지요.
그러나 초기 방역이 방심으로 뚫렸고, 그로 인해 안 나와도 됐을 사망자가 나오고 대형병원 방역이 줄지어 뚫리는 이 상황에서 그 상투적 편가르기용 명칭이 또다시 지겹도록 등장하는 것을 보면, 우리 사회의 체질과 우리 사회가 호흡하고 있는 사회적 공기는 무엇인가 새삼 되돌아보게 됩니다.
부부싸움을 하다가도 집에 불이 나면 같이 불을 끄듯 지금은 네 편 내편 편가르기 해가며 손가락질 할 타이밍은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서울대공원과 광주 우치동물원의 그 낙타. 중동의 메르스와는 아무런 관련도 없던 그 낙타. 그런데도 불안하다 하여 가둬두었던 죄 없는 낙타가 얼마 전 다시 밖으로 나왔다지요?
반대로 풀어놓으려는 그 코끼리는 다시 넣어주시길 바랍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