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12살 연하남에 '급발진·각목 폭행'…살인의도 있지만 선처
동갑내기 아내는 최근 들어 잠자리를 피했습니다. 퇴근을 했는데도 집에는 늦게 들어올 때가 잦았습니다.
아내의 휴대전화 통화목록은 늘 깔끔하게 정리돼 있었습니다.
바람을 피우는 걸까. '의심'이 '확신'으로 바뀌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습니다.
회사원 A(35)씨는 지난해 8월 아내의 휴대전화를 보고 격분했습니다. 새벽 3시가 됐는데도 거실에서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던 아내였습니다.
빼앗은 휴대전화 카카오톡에는 어떤 남자가 보낸 메시지가 남아있었습니다.
거실에 함께 있던 초등학생 딸 앞에서 부부싸움을 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 아내를 몰아붙였다. 아내도 다른 남자와 만나는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직업은 없는 서른 살 남자"라고 했습니다.
A씨는 아내를 차량 조수석에 태우고 카톡 속 그 남자에게 아내 휴대전화로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부천의 한 지하철역에 있다고 했습니다. 곧장 차를 몰았습니다.
오전 6시. A씨는 아내와 함께 지하철역 인근 길가에 차를 세워두고 기다리다가 걸어오는 '아내의 남자'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전날 집에서 함께 술을 마신 아내의 전 직장 동료 B(23)씨였습니다. 자신과 아내 보다 12살이나 어렸습니다.
지하철역으로 올 때 길에서 주운 각목을 들고 차에서 내려 뒤통수를 수차례 가격했습니다. 느닷없는 습격에 깜짝 놀란 B씨는 차로를 가로질러 도망쳤습니다.
A씨는 차로 B씨를 쫓았고 한 골목에서 액셀러레이터를 밟아 그대로 들이받았습니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은 A씨는 공중으로 떴다가 보닛 위로 떨어진 B씨에게 각목을 휘둘렀고 도망치다 쓰러진 B씨의 온몸을 수십차례 때렸습니다.
행인들도 이성을 잃은 A씨를 말릴 수 없었고 결국 경찰이 출동하고서야 멈췄습니다. B씨는 왼손 중지가 일부 절단되고 머리에 피를 심하게 흘리는 등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 정신을 잃었습니다.
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진 그는 갈비뼈가 부러지고 머리가 깨지는 등의 부상으로 전치 8주의 진단을 받았습니다.
인천지법 부천지원 형사1부(이언학 부장판사)는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습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아내가 바람을 핀 상대방이 평소 알고 지낸 남성이라는 사실을 알고 우발적으로 그랬다"며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재판부는 6일 "피고인은 피해자가 차량과 충돌하거나 차량에 깔리면 사망할 수도 있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차량 충격 후에도 각목으로 피해자를 마구 구타해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며 A씨의 주장을 기각했습니다.
재판부는 "범행이 잔혹했고 중한 결과를 발생했지만 피고인은 가정과 직장에서 성실하게 생활한 평범한 가장이었다"며 "불륜으로 시작돼 살인미수로 끝난 비극으로인해 피해자뿐 아니라 피고인과 다른 가족들도 쉽게 치유될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고 말했습니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이 어린 딸과 가정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에서 아내의 부정을 용서하고 감싸면서 어떠한 벌도 달게받겠다며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다"며 "피해자의 치료비 중 일부를 지급했고 3천500만원을 공탁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습니다.
부천의 법조계 인사는 "피고인이 비록 살인미수죄를 저질렀지만, 아내와 불륜 상대방이 범행을 유발한 측면이 있어 이례적으로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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