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우리가 1948년 헌법 만들고 나서 70년이 다 돼갑니다. 그 사이 민주주의 나라를 운영하는 데 참 많은 죽음이 있었습니다. 가장 첫 번째 죽음이 어디서 나오냐 하면 권력 잡은 사람이 권력을 총칼로 잡으려고 막 해버리고. 자기가 옳다 이러면서. 나를 따라라 이러면서. 내가 잡아야만 나라가 안정이 된다 이러면서. 헌법을 무시하고 자기가, 집권의 정통성을 결여한 정부들. 막 부정선거를 동원해가지고 자기가 계속 정권을 잡으려고 하는 이걸 독재자라 그러죠. 이 독재자랑 싸우는데 우리가 87년까지, 얼마가 걸린거야 48년부터 40년 걸린 거에요 40년. 40년 동안 얼마나 사람들이 죽어 나갔는지 아세요.
4.19혁명 때도 한 200명, 518 때도 한 200명. 중간에 감옥으로 구속되고 했던 사람들은 부지기수로 많고요, 수십만 명이고. 수십만 명이 감옥에 가고 그 과정에서 모든 사람이 체포되거나 구금되거나 두드려 맞고, 부정선거 한다고 데모하다가 사람이 총 맞아 죽고.
이 40년의 기간을 거쳐서 겨우 우리가 얻어낸 것이 87년, 주권재민이니까 국민이 투표해서 대통령 뽑는 거야 이놈들아. 이제 까불지들 말어. 이거 확립하는데 40년 걸린 거에요. 이것도 빠르게 정착됐다고 세계에서 민주화를 이룬 놀라운 산업 개발국이라고 얘길 하잖아요. 근데 문제는 선거하는 선거제도만 하나 확립하면 민주주의가 확립되냐.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민주주의는 그것보다도 더 넓은 우리의 원리고 우리 시민 생활의 질서이고, 우리의 경제 활동의 기초 베이스죠. 컴퓨터로 치면 오퍼레이팅 시스템이에요. 도스 환경이냐 윈도우 환경이냐, 아니면 ios냐 안드로이드냐. 이 오퍼레이팅 시스템이 있어야 우리가 앱을 쓰든 뭘하든 하는 게 아니겠어요. 그렇기 때문에 이 오퍼레이팅 시스템의 능력만큼 모바일이든 컴퓨터든 그 능력이 결정되지 않습니까? 그거랑 마찬가지로 민주주의는 오퍼레이팅 시스템이에요. 우리가 모두 살아가는 경제활동과 시민사회활동의 기본 베이직이 되는 오퍼레이팅 시스템이죠. 때문에 이 민주주의는 좀 더 버전업 되어야 해요. 버전업 되는 것.
나는 대한민국에서 민주화 운동을 했던 386 학생운동 출신입니다. 16살 때부터 난 혁명을 하려고 했습니다. 민주주의를 위해서. 전두환이 그때 광주에서 사람 죽이고 자기가 대통령 됐던 시절이니까. 그 깡패랑 같이 어떻게 한 하늘을 이고 살 수 있겠어요. 그래서 죽자고 붙자 했던 것이 젊은 날 혁명을 하겠다는 것이었죠. 전두환이나 박정희는 군대를 동원해서 정부를 장악했다면, 나는 시민의 힘으로 좋은 정부를 만들겠다. 이게 혁명이죠. 근데 시민들이 혁명하자 그랬더니 다 안 한대. 87년 6.10항쟁 때 직선제 헌법을 만드는 것으로 혁명의 시대는 끝났어요. 그 뒤에 이명박 대통령이나 이런 사람들이 민주화 공로는 알겠는데, 민주주의가 밥 먹여주냐 이러면서 자기 같은 사람 뽑아야 경제도 좋아지고 부자 된다는 거에요. 부-자 만들어 줄게요. 이래가지고 대통령을 하고, 박근혜 대통령은 뭘 주장했는지 모르겠는데 하여튼 이명박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 9년을 지내보니까 어떻게 됐어요? 지금 또 거덜나 버렸어요. 사실은 김영삼 대통령 때 IMF 맞아가지고 어려워졌죠.
근데 이 문제의 원인이 뭐냐. 우리 국가사, 우리 국가를 움직이는 흐름의 가장 베이직이 되는 민주주의가 작동을 안 하기 때문입니다.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다. 국가의 주인은 나야. 박근혜 너 대통령 아니라니까, 광화문에서 했잖아요. 이 원리가 실질적으로 우리 사회의 국가 운영과 사회 운영의 원리가 돼야 하는데 그렇게 안 되고 있는 거에요.
예컨대 오늘 이재용 씨, 특검에 나가서 고통스러운 시간을 지금 보내고 있을 텐데… 나도 다 가봤던 데에요. 2003년에 나 특감도 나가고 특검에도 나갔었고 헌법재판소에도 나갔어요. 노무현 대통령 탄핵 증인으로. 헌법재판소도 가고… 옛날의 기억이 나서 내 마음이 아려요.
김: 괴로우셨나요 그때?
안: 어휴 얼마나 겁나고 두려워요. 헌법재판소 증인으로 가는데 내가 말을 잘해야지, 내가 말 잘못해서 대통령이 탄핵 돼버리면 어쩌나. 그 전날부터 얼마나 잠을 못 자고 고통스러웠는지 몰라요. 어찌 됐든… 옛날 얘기 묻지마. 갑자기 슬퍼지네.
어쨌든 민주주의를 통해서 우리 사회가 더 좋아질 수밖에 없어요. 민주주의 외에 다른 방법 없습니다. 힘으로, 정의라는 이름으로 못 때려요. 정의라는 이름으로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개인의 사적 재산권, 정의라는 이름으로 한 개인이 가지고 있는 천부의 인권을 우리는 유린할 수 없습니다. 그건 민주주의가 아닙니다. 아무리 친일파 후손이라도. 그래서 민주주의의 정의를 실현하는 일이 친일도 청산하는 길이고 우리의 굴욕적인 과거를 청산하는 길. 그게 우리가 민주주의를 잘하는 일인데.
민주주의는 크게 보면, 우리 젊은 분들이니까 그냥 개념으로만 설명할게요. 민주주의는 크게 보면 좋은 사람의 지도력, 좋은 법과 제도, 그리고 좋은 시민 사회의 협동 정신. 그리고 하나의 영역이 더 있는데, 개인과 가족과 지역 공동체의 자율 영역이에요. 이 자율 영역이 많은 나라가 민주주의가 잘 돼요.
예를 들면 여기 골목길에 지금 차 많죠. 이거를 구청 직원이 와서 교통 단속을 하는 게 빠르겠어요, 여기 상가 연합회가 와서 자기들이 약속을 정해서 주차 문제에 대해 합의를 하는 게 빠르겠어요. 당연히 여기 자치협회에서 주민들이 합의하는 게 제일 빠른 길이죠. 그런데 우리는 그런 자치적 협의를 안 하고 구청 직원이 여기 와서 주차 단속을 해주기만을 바라고 민원 전화만 넣어요.
이런 시스템으로는 민주주의가 작동하기가 어려워요. 그러니까 자율과 자치영역이 넓은 나라일수록 민주주의는 왕성하게 작동을 해요. 거의 5G, 6G 정도 되는 속도로 움직이게 돼요. 근데 이게 안되고 앞에 인치와 법치만 가지고 움직이게 되면 2G폰 정도 될 거에요, 3G나. 여기에 협치를 하게 되면 4G 정도는 가요, 시민들의 협력 정신이 더 높은. 여기에 자치 영역이 튼튼하면 민주주의는 그야말로 빛의 속도로, 광대역 빛의 속도로 작동을 합니다. 그러면 그것은 우리 모두에게 자유, 권리, 인권, 정의, 번영을 약속합니다. 그게 우리 인류 역사 5000년의 발명품 민주주의가 가져오는 선물입니다. 그 민주주의를 잘하는 것, 직업 정신이자 대한민국 386 민주화 운동 민주주의자였던 저의 궁극의 목표입니다. 끝.
김: 작금의 우리나라 민주주의 자체도 사실은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를 겪으면서 5G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래도 어느 정도 업그레이드되었다고 저희는 믿고, 퇴행을 안 하리라 생각했었는데 현시점 돌아보면 그렇진 않았던 것 같아요. 그게 5G로 갔다가도 또 어느 순간 2G로 가고, 또 어느 순간은 4G로 갔다가. 이렇게 움직일 수 있다고 봅니다. 어떻게 하면 현재 시점보다 더 나은 민주주의를 만들 수 있는지는 이제 지사님의 의견을 여쭙거나 본인들의 생각을 나누는 시간을 한번 가져볼까 하거든요. 의견이 있으신 분?
A 씨: 그런 식으로 작은 단위에서 마을이나 개인 간에 민주주의가 이뤄져야 하는데 동네의 가장 작은 일을 보면… 가령 비밀번호를 (쓰는 대신) 카드를 사서 하는 걸로 하게 됐다. 그러면 비밀번호로 그냥 쓰겠다는 거를 사인을 하러 다니기 시작하면 사람들이 그 작은 단위에서도 휘두른다 그럴까, 권력을? 회장 입장에서는 이 사람을 내리고 자기가 하기 위해서 뭔가 하고 다닌다는 그런 시선. 그리고 다들 머릿속에서 ‘회장은 원래 그렇게 하는 자리인데, 왜 결정을 한 것에 반발을 해.’ 라는 그런 것들. 일상에서 사람들의 머릿속에서부터 독재가 일상적인 게 문제라는 생각도 들고. ‘그런 부패는 어쩔 수 없지 내가 바쁜데 어떻게 거기까지 신경을 써. 그건 그 사람들이 하는 거야.’ 라는 생각이 너무 만연해 있다는게 가장 전 큰 문제라고 생각하거든요. 그 부분을 어떻게 바꾸실 지에 대해서..
안: 한 시대가 바뀌는 것은 유행과도 같은 것 같아요, 사람의 의식의 변화는. 요즘 제가 양복 입는데, 제 양복 패션에 대해 은근 저한테 안티하는 분들이 많더라구요. 아, 좀 핏감 좀 살려서 입어라. 아저씨처럼 펑퍼짐하게 입고 다니냐. 그런데, 왠지 또 그렇게 핏감 있는 옷이 유행하면요. 옛날 옷이 이상해 보이잖아요. 그런 거랑 마찬가지로 정치, 사회, 문화의식이라는 것은 시즌처럼 바뀌는데, 이 바뀌는 것을 선도하는 것, 이게 정치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A 씨: 어떻게 선도를 하실 건지…
안: 대통령의 리더십이 상징을 합니다. 예를 들어 노태우 대통령 때 자기가 가방 들고 다니는 것이 큰 기사였습니다. 아니 대통령이 자기 가방을 자기가 들고 다니네. 참 얼마나 상상하지 못할 시대를 지나왔죠. 그죠? 그 사회 공간에서 우리는 그 권위, 권위에 복종해야 된다는 것, 그 깡패 같은 권위에 복종해야 된다는 것. 이것의 상징이 국가라는 권력입니다. 그 국가 권력을 상징하는 것이 대통령이고 지도자들입니다.
이 사람이 다른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우리는 전혀 다른 시대의 패턴을 유지하게 됩니다. 그래서 지도자들이 상징하는 바가 큽니다. 지도력의 변화를 통해서 이 사회를 우리는 엄청나게 바꿔낼 수 있다. 지금 박근혜, 이명박 대통령의 불행은 노무현 대통령 때문에 생겨난 겁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법 위에 존재하는 대통령을 법 아래 존재하는 대통령으로 만들어 놨기 때문에 법 위에 군림하는 대통령 짓을 하려다가 국민한테 혼나고 있는 겁니다.
앞에 후퇴하셨다고 하셨는데 후퇴한 게 아니라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이 덜떨어진 짓을 하다가 국민한테 완전히 그냥 망가진 사례로 봐야 합니다. 절대로 역사는 후진 안 한다. 강물은, 흐르는 것은 절대로 후진 안 합니다. 곡선이 이렇게 지그재그로 보이지만 그게 바다로 가는 길이기 때문에 지그재그로 가는 것이지 그것이 후퇴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번에도 보면 대한민국 민주화 운동의 역사에서 최순실 씨의 공이 가장 크다. 영남 패권, 친일 문제, 뭐 한 방에 다 날려버렸습니다. 세상에 어떤 혁명 세력이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을 저렇게 한 번에 깨버리겠습니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두 분의 힘 정도가 되니까 깨지는 겁니다. 그래서 역사를 우리가 좀 낙관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모든 진보주의자들과 청년들에게 제안합니다. 미래는 낙관적으로 보자. 왜. 그것이 진실입니다.
그런 말씀 드리고, 민주주의를 통해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는 구체적으로 대통령의 리더십이 바뀌었으면 합니다. 저는 조금 더 대통령이 좀 젊어졌으면 합니다. 길거리 농구 배틀 정도는 좀 하는 대통령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김: 농구 좀 하시나요?
안: 아 나도 한 농구 해요.(feat.눈빛 자신감) 앞선 선배님들한테 갑자기 에이지즘으로 내가 안티를 하거나 공격할 의도는 없는데, 근데 뭔가 좀 활력이 있어야 된다, 대한민국은. 너무 정체돼 있습니다, 곳곳이. 제가 충남 도지사... 2010년에, 7년 전에 세는 나이로 47에 했는데 만 45세때 했어요. 그러니까 지역에 어떤 일이 벌어진 줄 알아요? 웬만한 기업 사장들이 다 아들들한테 다 물려줬어요. 아 내가 이제 물러날 때가 됐는갑다. 그러고선 아들한테 사장 자리 물려주고 자기는 명예고문이나 회장으로 다 뒤로 빠지시더라구.
우리 사회에 정말로 좀 세대교체가 돼야 합니다. 저의 도전은 민주주의를 더 전진시키지만, 이번 대선후보로서 제 도전이 가져오는 보너스. 대한민국의 세대교체라는 효과가 생길 겁니다. 그래서 우리 사회에 좀 더 많은 젊은 도전과 활력이 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대부분 젊은 사람들은 아이고 열정은 좋은데 경륜이 부족해서…이렇게 한단 말이에요. 근데 그것 때문에 대부분 젊은 지도자들이 성장을 못 합니다. 조선시대 때 조광조도 역사 평가에 보면 혁명과 개혁에 대한 열정은 좋았는데 젊어서 미숙했다 그렇게 평가하지 않습니까? 역사적으로 늘 젊은 도전은 그 미숙함 때문에 무너집니다. 근데 저는 30년 동안 이미 정당생활을 해왔고, 아마 현재 후보들 중에서는 아마 제가 가장 많은 구력을 가지고 있는 정당인일 겁니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참여정부를 경험해봤고, 또한 가장 보수적인 지방에서, 충청남도에서 도지사를 연임하고 있고, 심지어 연임을 했는데도 17개 시도 중에서 가장 압도적으로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도지사가 됐습니다. 경륜가지고 저한테 시비를 못 걸 겁니다.
그래서 하여튼 저는 이제 쉰… 세는 나이로 쉰 네 살 먹은 사람이 젊다고 하니까 좀 미안해요. 여러분들한테 솔직히 미안해요. 30대 CEO도 나오고 막 이러는 판에 쉰 네 살 먹은 제가 젊은 도전이라고 하니까 정말 미안합니다. 근데 그나마라도 제가 제일 막내고 제일 젊은 도전이라고 하니 제가 해야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해서 우리가 큰 변화와 활력을 만드는 것이 사회에 좀 필요하다, 문화적으로.
그 외에 민주주의적으로 우리가 정의를 실현시켜야 될 좋은 법과 제도를 만들어야 될 일들이 많습니다. 상속법이라든지 공정거래위원회라든지 기업의 생태계라든지. 대기업과 하청기업간의 임금의 격차문제라든지. 이 임금의 격차가 민주주의입니다. 이해되십니까?
나는 죽어라고 스펙 쌓고 실력을 쌓았어. 근데 왜 A라는 회사에 가면 똑같은 노동을 하는데 100만 원을 받아야 되고, 똑같은 노동을 하는데 B라는 회사에 가면 왜 50만 원 받아야 되느냐구요. 똑같은 파카야. 똑같은 파카인데, 오리털이든 거위털이든 질도 똑같아. 근데 왜 똑같은 윈도우에 걸어놓고 하나는 100만 원 받고 하나는 50만 원 받아야 되느냐구요. 그런 상품과 그런 브랜드가 버티겠어요? 시장에서는 그걸 못 버텨요. 그런데 왜 노동력을 파는 이 노동시장에서는 이 관행이 고착화되고 있느냐는 거에요.
이것은 민주주의가 작동을 안 하기 때문에 그런 거에요. 그렇기 때문에 민주주의를 작동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문제를 푸는 일입니다. 그런 걸 통해서 좀 더 많은 사람이 자기의 실력으로 정정당당하게 경쟁하는 나라. 그래서 내 실력, 액면가로… 예를 들면 컴퓨터 프로그래머를 구한다, 그러면 컴퓨터 프로그래머의 능력을 봐야지, 왜 내 졸업장을 봐. 그건 아니죠. 그러니까 우리의 액면가, 자기 실력대로 살 수 있는 나라로 우리는 빨리 가자.
B 씨: 민주주의자라고 항상 말씀을 하시고, 사람이 문제가 아니고 제도가 아니다라고 말씀을 하시고, 다수결로서의 민주주의는 아직 완성되지는 않았다라고 말씀하시잖아요. 그런데 전 지구적으로 볼 때 한국이 그런 상황이지만 미국이나 유럽은 브렉시트가 일어나고, 극우가 득세를 하고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이 시점에서 과연 민주주의는, 어떤 사람은 극단적으로 민주주의라는 정치 제도는 이제 expire되는 시기가 아니냐라고도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을 하시는지가 궁금했거든요.
안: 현재로서는 아까 말한 대로 강물이 지그재그로 가듯이, 트럼프든 브렉시트든 EU연합이나 세계 시장 내에서 한 국가 내의 양극화 문제에 대한, 갈등과 불만이 크니까. 그 문제를 풀기 위해서 개방과 세계화와 연합체제에서 뭔가 손해를 보고 있다라는 주장에 입각해서 고립주의를 선택하는 정치인들이 선택되고 있어요.
B 씨: 대중은 그들을 선택하고.
안: 예. 선택하고 있어요. 이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우리가 또 실험을 봐야 돼요. 근데 그렇다고 고립주의를 선택하는 사람이 반민주적이냐. 당장 그렇게 얘기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다만 현재 우리가 먹고 살아 가고 있는, 모든 기반이… 미국의 평범한 시민도 중국의 노동자한테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가 없어요.
한 일국가 단위로 완결된 자립경제를 펼 수 있는 나라는 없어 보여요.
물론 미국과 중국은 가능하지 않겠냐. 시진핑도 뉴노멀, 신창타이에서 지금 그걸 추구하는 것 같아요. 나는 대륙이기 때문에 아니 뭐 까이꺼 내가 기본적으로 하고, 필요한 놈은 나한테 거래하러 와. 미국 트럼프도 이 틀 내에서 우리는 가능해 그러지만 현재 미국 경제는 실리콘 밸리에 모여드는 전 세계의 인적자원들이 떠받들고 있는 겁니다. 미국의 현재 번영은 전 세계 인적자원의 결과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구가하고 있는 전 세계적 차원의 이 위기는, 세계적 차원의 민주주의가 더 확산되어야 할 것을 요구 받고 있는 것이지, 일 국가로 고립되는 것이 해결책이라고는 난 생각하지 않습니다.
당분간 각각의 정치가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 각각의 고립주의를 선택하거나 일국주의를 선택할 것은 분명하지만, 한 국가 단위의 고립된 틀 가지고는 현재의 번영과 풍요를 누리기 어렵다는 것은 저는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이 역사는 21세기에 좀 진행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C 씨: 저는 최근에 경제적 이유로 비혼을 선언했습니다. 사회적으로 말하면 사회적 소수자가 된 상태인데요. 민주주의 헌법, 우리나라 헌법을 보면 비혼자들, 혹은 소수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그런 헌법 조항은 없더라구요. 민주주의 구조 내에서 소수자가 되기를 선택하거나 소수자인 경우에는, 자기 의견을 대변할만한 선출직 공무원을 뽑아야 되거나 혹은 그걸 대변해줄 조직을 구성할 만큼 많지가 않아요. 이럴 때 민주주의는 소수자의 의견을 다뤄낼 수 있을지가 궁금합니다.
안: 저는 작년에 충청남도 지방정부 차원에서 성 평등 정책을 기본으로, 1년 동안 모든 도의 예산과 정책을 들여다봤습니다. 지은희 전 여성부 장관님을 위원장으로 모시고 우리 지방정부 차원에서 하는 모든 정책을 젠더 마인드로 봤을 때 이 정책이 얼마나 뒤틀렸는지는 점검하는 1년을 보냈습니다.
그걸 하면서 젠더나 성 평등 문제가 예전에 내가 학생운동 때 봤던 남성에 대립되는 여성해방 운동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것은 오히려 인류해방의 문제입니다. 제가 왜 소수자 문제를 이렇게 접근하냐면, 결과적으로 그 모든 것은 차별이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일체의 차별을 우리는 거부해야 합니다. 일체의 차별을 거부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인류 역사에서 차별 때문에 민족, 부족 전쟁, 종교 전쟁, 국가전쟁이 생겨났습니다. 그러고 지난 20세기까지는 노동자 계급과 자본 계급의 계급전쟁이었습니다. 이 4개의 폭력을 우리는 극복했습니다. 인류 5천 년 모든 전쟁은 이걸로 기록될 겁니다. 여기서 동력을 얻어서 사람을 죽이고, 약탈하고, 강간하고. 그런 역사입니다. 혈족이 다르면 차별하고, 종교가 다르면 차별하고. 인간으로 안 보는 겁니다. 내 부족만 사람이고 적은 인간이 아닌 겁니다. 죽여버리고 별 짓을 해도 양심에 가책을 안 느끼고 살아왔습니다.
차별의 가장 극단적 표현은 폭력이고 전쟁입니다. 20세기 우리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하는 좋은 민주주의는 일체의 차별을 거부하는 일입니다. 다른 기호, 다른 개성, 다른 성격, 다른 선택을 하는 것이 이 사회에서 차별받지 않을 사회적 조건과 제도적 조건을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저는 사회적 소수자들의 인권과 차별받지 않을 권리에 대해서 좋은 민주주의 정부로 저는 화답을 한다고 말씀을 드립니다. 그것이 우리 사회의 시민들의 상식이 되어야 합니다.
제가 몇 해 전인가 미국 친구한테 이력서 어떻게 쓰냐 물어봤습니다. 이력서 쓰는 데 사진 붙여 안 붙여? 했더니, 사진을 붙이던가 안 붙이던가, 안 붙였던 거 같은데. (그래서 제가) 이력서에 사진도 안 붙이냐 그랬죠. 나이 써 안 써, 했더니 나이 안 쓴대. 그리고 또 뭐 안 써? (그랬더니) 성별도 안 써요. 그걸 회사 입사 원서에 요구하면 각각의 차별주의에 걸린다고 해서 신고당한다고, 처벌받는다고 들었어요. 실제로 그런지 모르겠지만. 한국 사회에 살아왔던 내 입장에서는 도대체 뭘 가지고 그 사람을 뽑아야 되는 건지 모르겠더라고. 근데 곰곰이 더 생각을 해보니까 이게 우리가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차별을 근거로 사람을 줄 세우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증명하고 있어요. 종교도 물어보죠, 아버지 재산도 물어보죠. 나이도 기본인 데다가, 사진을 뽀샵 안 하면 안 되죠. 별놈의 짓거리를 우리가 다 하고 있는 거에요. 이 차별이 민주주의 적입니다. 이래서는 사람이 사람답게 못 삽니다. 사람이 사는 게 아닙니다. 그건. 스펙이 사는 거고, 빽이 사는 거고.
이것 말고 니들은 뭘로 보는데 물으니, 업종에 관련된 커리어와 레코드만 내면 돼. 가서 그 레코드 증명만 하면 능력이 좋으면 쓰는 거고 말고 하는 거지 뭐. 이러더라고. 야 정말 너무 멋지더라고요. 그러면 한 인간으로서 너무 자유롭게 살 거 같아. 내가 여자인지 남자인지 왜 물어봐 지들이. 무슨 일이 필요해서 사람을 구하면, 그 일 잘하는지 못하는지만 물어보면 되지, 지가 나랑 사귈겨? 그렇게 생각하니까 우리 사회가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 살고 있는지가 보이더라고요. 우리 그런 나라 만듭시다.
D 씨: 부끄러운 말씀이지만, 저는 한때 새누리당을 지지했었고 박근혜 후보에게 투표를 했다가, 지금은 물론 지지하지 않지만, 저는 시민이긴 한데 시민으로서의 자격이 있었나 하는 의문이 많이 들었어요. 그 후보를 지지했기 때문에 의구심이 들었던 게 아니라, 제대로 토론회나 과거의 행적들, 정책 관련해서 제가 제대로 고민하지 않고 지지를 했었거든요. 단순히 안보적인 부분으로만 지지를 했었고. 때문에 저는 저 자신이 최순실 게이트 사건에서 부역자들이나 최순실이나 박근혜를 비난하기 전에 자신이 많이 부끄럽더라고요. 내 자신이 진짜 민주주의 시민의 자격이 있는가. 그리고 나 자신이 만약 최순실이라면 국가의 최고 지도자를 조종할 수 있고 사유화할 수 있는 상황에 됐을 때 제가 과연 최순실처럼 하지 않을 수 있을까. 저는 티끌만큼도 사익을 추구하지 않을 자신이 없더라고요. 단순히 지도자들에게 묻기보다 시민이 시민 스스로가 성숙한 시민인지 묻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초이자 시작이지 않을까 생각을 하고, 최순실의 상황이 됐을 때, 최순실처럼 되지 않을 시민들이 최순실처럼 될 사람보다 더 많았을 때 민주적인 사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런 부분에서 어떻게 생각을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김: 저도 잠깐만 첨언을 하면, 아까 말씀하신 대로 민주주의라는 것이 민주적인 지도자, 공정한 절차를 가진 제도, 시민들의 뛰어난 민주정신, 민주주의 의식 이것이 다 합쳐져야 완성이 될 수 있는 것인데, 지사님께서는 지금 민주적인 지도자로서 도전을 하고 계신 상황에서 일반 시민들의 민주의식을 어떤 식으로 고취할 수 있을 것인가. 어떤 식으로 공론화할 수 있을 것인가. 만약 시민들이 이렇게 여쭤 본다면 어떻게 답하시겠습니까?
안: 봄이 되니까 봄꽃이 피는 거 아닐까요. 제가 선택돼서 대통령이 된다면 시대가 그 역량이 되니까 제가 피는 겁니다. 제가 봄꽃이면서 갑자기 펴보겠다고 겨울 들판에 가서 용쓰지는 않을랍니다. 인생을 꽃으로 비유한다면 저에게도 철이 있을 겁니다. 그 철은 좀 더 높은 수준의 민주주의 시민의식과 함께 어울릴 때야만 피는 꽃입니다. 저는 그런 시대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김: 봄이 왔다?
안: 충분히 됐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문제는 박근혜 최순실이 문제이지, 그것을 선택했던 주권자를 욕할 이유가 하등 없어요. 난 그렇게 생각합니다.
내가 얘기를 종교적으로 하는 경향이 있다고 하는데, 직업윤리는… 그 직업적 소명의식을 갖다 보면 거의 종교적 신념이 됩니다. 패셔니스트든 쉐프든 음악가든. 그 경지에 이르려면 아주 근본적인 내 마음으로부터 나와야 합니다. 저는 특정 종교활동을 안 합니다만, 이미 종교적 수준의 깊이까지 제 직업의식을 파고들어 갔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거 칭찬받아야 될 일이지, 욕먹을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박근혜 대통령 지지했던 그 마음을 부끄러워하지 말라고 얘기하는 이유가 뭐냐면, 국민들의 선택은 선악이 아닙니다. 그 자체로서 역사이고 그걸로 정당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을 선택했던 국민들의 마음은 제가 볼 땐 굉장히 착한 마음입니다. 지난 선거 때, 다 큰 애가 에미 애비가 없다고 불쌍타고 찍어주는 경우가 어디 있습니까. 거기는 뭐 엄청난 재산까지 물러받았는데.
근데 저에게 국민의 선택은 신의 선택, 신의 결정입니다. 역사와 국가의 주인이 국민이라면서요. 그러면 그 정치의 직업윤리는 뭡니까. 그 국민이 신이고 국민이 임금님입니다. 그 결정을 왜 했을까 저 스스로에게 물어봤습니다. 왜 박정희를 63년도에 대통령으로 뽑았고, 노태우를 87년도에 뽑았고, 2007년도, 2012년도에 이명박, 박근혜를 뽑았을까. 그건 내가 받들어야 될 현실일 뿐입니다. 그것은 하늘이시여 나를 버리시나이까 하고 원망하기보다는, 그 뜻에 제가 순종할 때 답이 나옵니다. 국민이 박근혜 대통령을 선택했던 그 마음에 이면을 들여다 보면 착한 마음입니다. 그래, 지난 시대에 지 에미 애비가 다 나라 일구다가 죽었는데, 그 자식들한테 기회 한 번 주고 우리도 갚자라는 국민적 정서가 바닥에 깔려 있는 겁니다. 그 마음은 참 좋은 마음이지, 그걸 욕할 일이 뭐 있습니까. 다만 민주주의 주권자로서 좀 더 현명하게 국가의 CEO를 뽑을 일이지, 왜 능력 검증을 안 하고 뽑으셨습니까 할 수는 있습니다. 그건 박근혜를 탓할 문제입니다. 왜 능력도 안 되는데 대통령 하려고 했는지. 임기도 못 채우고 저 망신을 당하게 되고 있는 거 아닙니까. 저는 이 탄핵 국면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찍었던 그 국민들마저도 마음을 위로해 드리고 싶습니다. 그렇게 지지했던 그 마음들은 비난받을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김: 여러분은 지금 종교 모임에 와있는 게 아니고, 안희정 지사와 함께 하는 민주주의 대화모임에 와있습니다.
E 씨: 저도 민주주의라는 게 국민이 주인이 되는 나라라고 믿고 있는데요. 저는 서울에서 자취를 하고 있는데, 저희집 밑에는 폐지를 수거하는 (성동)자원이라는 집이 있어요. 매일 아침에 노인분들이 수거하는 분들이 모이시는. 그리고 기사에서 여학생들이 생리대가 없어서 신발 깔창으로 생리대를 쓴다라는 이야기를 봤어요. 몇몇 학생들은 교복값이 없어서 교복을 입지 못해서 고통받는 학생들도 있어요. 자신이 원하는 진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인 이유로 자신의 진로를 포기하는 청년들이 있습니다. 저는 이런 사람들이 우리 국가의 주인인지에 대한 회의감이 들고, 이들이 조명받고 자신들의 권리를 인정받는 사회가 민주주의의 최소한의 기본 가치이다라고 믿고 있는데요. 이런 분들이 국가의 주인이 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가 궁금하고, 개인적으로 이 사람들이 정말로 민주주의 안으로 들어오게 하기 위해서는 저는 우리나라에 기본소득제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안: 인생을 살아가면서, 삶을 살아가면서 내 자신의 가장 기본 바탕이 뭘까. 저는 혁명의 시대가 끝날 때쯤에 정말로 인생을 살기가 싫었습니다. 16살 때부터 혁명하려 했는데 10년 만에 모든 것이 꽝 돼버리고 혁명의 시대도 끝났다고. 같이 운동했던 사람들은 죄다 고시 보겠다고 하고, 김영삼 쫒아가지고 출세해보겠다고 다 가고. 모든 것들이 나한테는 끝장이었습니다.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가장 기본이 되는 건 뭘까. 생명, 살아있는 것은 나에게 선택권이 없다는 겁니다. 우리는 그 인생을 즐겁고 보람있게 살아야 될 의무만 있는 것이지, 그 생명에 대한 선택권은 나에게 주어져 있지 않았구나 하는 것이 가장 기본입니다. 죽지 말고 살아야 합니다. 우리 죽지 말고 살아야 합니다.
어떤 경우가 있든 간에 너무 좌절하거나 슬퍼하지 마세요. 그 슬퍼하는 마지막에도 나는 한 생명으로서 살아야 될 권리가 있고, 나는 생명으로서 내 인생을 즐기면서 살 거야 라는 바탕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게 기본입니다. 난 90년 초반에 정말 고통스러웠습니다. 인생 사는 거 자체가. 하루하루가 모욕이었고 너무나 고통스러웠습니다. 몇 년을 그것을 겪고, 출판사 영업부장 하고 다녔을 때였습니다. 살자, 오케이, 살자. 어차피 생명은 취사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살자. 근데 어떻게 살 거냐 하는 문제가 나와요. 근데 어떻게 살거냐 하는 문제에 대해서 우리는 이 조건이면 살아갑니다.
나의 노력과 나의 근면함과 나의 성실함과 우리가 말하는, 양심으로 배워왔던 근면, 성실, 노력을 가지고서 살아가는 나의 노력이, 억울함으로 꺾이지 않는 환경이면 됩니다. 내가 성실하다고 해서 다 성공하는 건 아닙니다. 근데 내 성실한 노력이 내가 어쩌지 못하는 불공정한 구조에서 꺾일 때 우리는 좌절하는 겁니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갑자기 일자리 만들어 냅니까? 안 그렇습니다. 5000만 명의 살려고 하는 바둥거림과 노력이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것이지, 대한민국 대통령이 와서 만들어 내는 거 아닙니다. 근면 성실한 보통 사람들의 땀방울 때문에 역사가 유지됐던 것이지, 나라 이끄는 사람은 그 사람들한테 덜 뜯어 먹으면 그나마 다행이었던 역사 아니었습니까.
그렇다면 우리 인생에서 가장 기본이 뭡니까. 내 노력으로 성실하게 살고자 했던 그가 불공정한 구조 내에서, 어쩌지 못하는 차별과 구조 내에서 좌절당하지 않게만 해줘라. 난 이게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관점으로 보면 기본소득제에 대해서는 저는 좀 유보적입니다. 제도적으로 복잡할 게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내 노력으로 내가 살아가는 겁니다. 근데 문제는 정당한 나의 노력으로 노력을 하더라도, 아까 말한 대로 여성이라서, 지방대 출신이라서, 뭐라서. 이런 칸칸이 때문에 내 실력과 노력이 번번이 좌절당하기 때문에 지금 못 살겠다고 하는 거 아닙니까. 헬조선이라고 얘기하는 거고. 사실은 그러한 사람들의 실력과 노력이 새로운 진화를 만들어내고, 스타크래프트로 치면 새로운 영역과 에어리어를 개척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모든 사람이 그 어둠의 골짜기에 들어가지 않고서는 어떻게 맵이 완성됩니까. (웃음)
어찌됐든 새로운 일자리와 새로운 우리의 부의 창출은 배신당하지 않을 거라는 도전과 실력으로, 정정당당한 이 승부가 불공정한 경쟁으로 배신당하지 않을 거라는 그 희망이 우리의 번영을 약속합니다. 그게 인류 역사의 본질이었습니다. 거기다가 기본소득제를 주고 뭘 주고 하는 문제는, 조금 제고해봐야 될 것입니다.
단 여기서 우리는 내가 근로 능력을 원천적으로 잃어버리거나 장애를 입거나, 나이가 들거나, 경제 활동을 할 수 없는 아기이거나. 이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가 책임져야 합니다. 그러나 나머지 우리의 힘으로 걸어 다닐 수 있는 우리는, 성실한 나의 노력이 배신당하지만 않게 배신당하지만 않게 해줘. 이게 좋은 사회입니다. 저는 기본소득에 대해서 그 정도 답을 드리겠습니다. 충분히 전달 됐죠?
김: 지금 더 얘기를 하면 좋겠는데요. 저희가 시간이 워낙 짧아서. 그보다 한 분씩 한 분씩 사진도 찍고 인사도 나누고 하는 시간이 더 좋을 것 같아서요. 좀 일찍 끝내고요. 지사님 하고 사진 찍어서 SNS 올리면 팔로워 많이 느니까요. 한 분씩 사진 찍어 주실 거죠?
안: 물론.
김: 마무리 말씀 짧게 듣고 오늘 자리는 얘기는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지사님 마지막으로 인사 말씀 나누시죠.
안: 예. 지난 2012년 선거 때 손학규 민주당 전 대표께서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슬로건을 냈습니다. 우리 모두에게 큰 울림이 있었습니다. 울림이 왜 있었을까를 저에게 몇 해 동안 곱씹어 보고 물어봤습니다. 그 저녁이 있는 삶이 우리에게 주는 위로가 무엇일까. 저녁이 있는 삶이 내 마음을 뭔가를 땡기는 내 마음의 흐름이 뭐였을까. 각자 다양한 의미가 있을 겁니다.
저는 그 슬로건을, '철학이 있는 삶'으로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각자 자기 인생에 개성을 하나하나씩 갖는 것이 철학입니다. 우리 사회는 누가 더 예뻐, 누가 더 미워, 누가 봉급을 얼마 받는데, 누가 더 잘해 못해, 이 비교에 의해서 각자의 인성과 개성을 밟아 왔습니다. 근데 우리는 다 예쁘고, 다 멋진 인생입니다. 그렇게 살아야 될 권리가 있고, 충분히 그렇게 살 수 있습니다. 그런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 저는 노력할 겁니다.
그 노력은 국민소득을 갑자기 3만 달러에서 4만 달러로 올린다고 해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거기에는 반드시 우리의 지성과 철학이 들어가야 합니다. 가치를 묻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개성을 가지고서 설 수 있습니다. 돈으로 환산해 버리면, 한 달 얼마짜리, 연봉 얼마짜리에 인간이 돼버리지만, 가치와 철학으로 물어보면 하나하나가 다 우주이고... 아 우주란 단어 쓰면 안 되는... 박근혜 대통령 때문에 단어가 너무 많이 오염되는..(웃음). 칼 세이건이 말하는 우주입니다. 그래야만 우리가 인간답게 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철학과 가치를 묻는 시대로 가자. 그것은 바로 인간의 아름다움을 묻는 시대가 될 거다. 그런 말씀을 여러분께 올리고, 그런 마음으로 젊은 세대들이 대한민국을 확 크게 변화시켜 봅시다. 기죽지 말고. 가장 중요한 건 젊은 도전입니다. 새로운 도전이 반드시 극복해야 되는 것은 기죽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죽으면 안 됩니다.
제가 2010년도에 충청남도 도지사로 도전할 때, 제가 어렸을 때부터 봐왔던 우리 논산에 주먹 제일 잘 쓰는 아저씨가 있었습니다. 나이가 70이 되신 그 아저씨가 아직도 소주를 고뿌로(올바른 표현은 컵입니다-편집자 주) 드시는, 하루에 푸시업을 3000개씩 하는, 지역에서 노인회장을 아직도 하고 계시는. 그 아저씨가 저한테 이렇게 얘기를 했습니다.
“희정이, 일자무식인 무학자가 내가 뭔 얘기를 해줄 수 있겠나. 평생 싸움 판만 왔다 갔다 한 사람인데. 근데 딱 이말 한 마디만 해주고 싶어. 어떤 놈을 만나든 깜봐야돼.(깜보다: 깔보다의 충청도 말-편집자 주) 저거 대단한 놈이다 생각하는 순간에 그 싸움은 져버리더라고. 저놈 한 방에 날릴 수 있어라고 깜 봐야만 싸움이 되는 거지. 그러니까 앞으로 도지사를 도전하더라도 어떤 후보가 나오더라도 한 방에 날려버릴 수 있다고 깜봐 버리라고.”
제가 봤던 그 어떠한 교훈보다도, 평생 싸움터에 있었던 일자무식이라고 스스로 얘기했던 그 아저씨의 말이 나한테는 엄청난 지혜를 줬습니다. 그것은 교만에 빠지라는 것이 아니라 내 자신의 인생을 믿고, 그 무엇과 비교되거나 차별되어서 스스로를 스스로가 밟지 말라는 것입니다.
김제동 씨가 토크쇼에서 맨날 거울 보고 얘기하라고 그러죠. 제동아 너도 잘 생겼어. 너 얼마나 예쁘니. 하긴 김제동이 좀 못 생기긴 했는데, 근데 김제동도 거울 보면서 그렇게 우리 모두를 위로하자고 얘기하잖아요. 아 김제동이 못생겼다는 얘기는 취소. 김제동 씨 좋아해요. 김제동 씨 제일 잘 생겼어요. 하여튼 그렇게 자기를 위로하자는 말, 2010년도 나한테 도지사 선거를 할 때 평생 싸움만 했다는 초로의 동네 아저씨가 누구를 만나든 기죽지 말고 상대를 깜보라고 했던 말은, 자기 자부심을 가지라는 얘기 아닐까요. 우리가 자부심을 가지고 멋진 시민들로 살아가는 나라, 그 나라가 스파르타, 무적 300부대가 되는 것 아니겠어요?
그런 나라 한 번 만듭시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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