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문재인
문재인의 전략은 분명해보였다.
'지금의 지지율만 유지하자.'
토론에서 다른 지지층을 더 끌어올려는 노력을 못하기도 했지만
안했다는 생각도 든다.
지지율을 모으기 위해서는 인상을 남겨야하고,
이 과정에서 실책을 범하면 어떻게 되는지는 안철수가 잘 보여줬었다.
문재인은 본래 달변가가 아니었고, 캠프에서도 이것을 감안한 최소한의 공격만을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정말 열심히 방어했다.
좀 더 잘했다면 좋았을건데,라는 아쉬움은 남지만.
그의 토론 능력을 감안한다면-
특히 홍준표의 근본없는 공격+유승민의 나노단위 정책검증요구+심상정의 너네가 못했으니 너네책임이라는 다면공격 속에서
나름 잘 버텼다고 보인다.
다만, 안철수에게는 참 안좋은 감정이 남아있는게 토론 진행 내내 눈에 보였다.
그것이 바짝 추격하는 2위 후보에 대한 견제였는 줄 알았는데
오늘 와서 보니 그냥 안철수에게 진심으로 안좋은 감정이 있는 것 같더라.
이건 뭐 뇌내망상이니.
어쨌든 캠프나 후보의 목적이 지지층의 큰 이탈을 막는 것이었다면
이번 대선토론에서는 충분한 목적은 달성했다고 보인다.
2. 안철수
안철수의 가장 큰 약점은 그 목소리라고 생각한다.
대세였을때는 별 문제가 되지 않았으나, 본격적으로 세싸움이 시작되다보니
특유의 목소리가 후보의 무게를 가볍게 만들었다.
왜 경선 때부터 연설중에 목소리를 갈았는지 나름 이해가 되는 대목이었다.
그러나, 사람 톤이 어디 쉽게 가겠는가.
어쨌든 안철수 캠프의 목적은 확실했다.
문재인을 공격해서 좌측 표를 끌어오고, 기존 보수와는 다르다는 이미지를 내세워서 우측 표를 끌어오고.
이게 성공적으로 보이는 듯 했다.
만약 문재인의 굳건해 보이는 지지율이 요동쳤다면, 안철수도 큰 무리는 하지 않았을 것이지만
시간이 갈수록 더이상 오를 요소가 없어져갔다.
적폐를 청산하겠다는 문재인에게는 이미 많은 지지층이 넘어갔고,
박근혜를 앞세우며 뒤 없이 저돌적으로 표를 긁어모으는 홍준표에게 기존 새누리표들이 넘어갔다.
노동자를 공략하기에는 심상정이 있었으며,
인텔리한 이미지로는 유승민이 한발 앞서있었다.
안철수에게 표를 줄만한 매력적인 요소들이 하나 둘 빠져나가고 있었다는 것.
그리고 매력적인 무기를 들고 있었음에도 최악의 타이밍에 최악의 모습으로 보여준 공격력은
많은 지지자들이 이탈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3. 홍준표
대선토론에서 가장 큰 목적을 이뤘다.
이 사람 본인은 진지하게 대통령을 노리는 것 같지만, 어쨌든 소기의 목적달성에는 성공했다.
홍준표의 목적은 흩어진 보수표를 결집시키는 것이었다.
아니, 보수표라고 하면 좀 그러하니 예전의 새누리당 콘크리트 지지층을 다시 규합하는게 목표였다.
'우리는 아직 살아있습니다!' 이게 홍준표가, 혹은 자한당이 원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성공했다.
젊은, 혹은 인터넷을 보는 세대들이야 대선 때의 발언이 바로바로 팩트체크가 되겠지만
TV만 보는 어르신들은 모른다.
거짓말이건 뭐건 당당하게 외치는 모습에 '저게 보수!'라면서 찍는 사람들이 있다.
코메디같지만, 실제로 그렇게 표가 모였다.
홍준표가 뻔뻔하게 거짓말로 상대를 압박하고,
책임지라는 상대의 말에 오히려 '어떻게 그런 말을 할수가 있나!'라고 하는
진짜 얼굴에 철면피를 깔지 않는 이상 왜 저러나 했던 행동들은
사실 정확하게 자기가 노리는 지지자들을 노리고 한 행동들이었던 것이다.
그 결과 2위를 턱밑까지 추격하며, 혹은 이미 2위로 넘어서는 여론조사까지 내놓으며 선전했다.
내일부터는 여론조사 공개가 공개되지 않고 개별적인 루트(?)를 통해서만 알 수 있게 된다.
바로 그 전날 여론조사에서 2,3위가 박빙이라는 사실은 둘의 입장을 더욱 난처하게 만들 것이다.
안철수도 욕심이 강한 사람이고, 홍준표도 자기 욕심을 쉽게 버리지 않을 사람이다.
심지어 지금의 지지율이 자기의 능력으로 이루어졌다는걸 자랑스러워 할 사람이다.
과연 이 둘이 쉽사리 단일화를 이룰 수 있을까?
상황이 오히려 재밌게 되었다.
4. 심상정
심상정 또한 이번 토론회에서 재미를 본 후보다.
당 내의 문제는 당 내의 문제니 토론회를 기준으로 보면 확실히 돋보였다.
문재인을 공격하면서 반문 성향을 가진 지지자들에게 어필하고
홍준표를 공격하며 반새누리당 성향에게 어필하고
끊임없이 근로자, 혹은 약자의 편이라는 것을 어필하며 자신들이 절대 대다수의 편이라는걸 충분히 어필했다.
대중적으로는 확실히 인지도를 끌어올렸고, 여론조사에 반영까지 되었으니.
개인적으로는 그 과정이 어떠했는지, 후보 본인이 얼마나 기회주의적인지 보였기에
그나마 있던 호감까지 사라져버렸지만
적어도 많은 당 외 지지자들에게는 크게 어필했다.
남은 것은 이렇게 끌어올린 지지율을 손안의 모래처럼 빠져나가게 하지 않고 당의 추진력으로 돌릴 수 있냐는 것.
정의당 내부도 지금 만만치않게 터져나가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리는 상황이라.
5. 유승민
토론 자체는 참 잘했다.
다른 유권자들이 보기에는 참 어거지로 공격한다는 생각도 들었겠지만.
자기의 강점인 경제분야에서는 조목조목 파고 들었고
문재인에게는 끊임없이 공격을 걸어댔으며
심지어 안철수/홍준표와는 다른 노선을 걷겠다며 두 후보까지 공격했다.
불행한 일이라면 유승민에게 갈 표가 없었다는 것.
장제원이 파파이스에서 비굴할 정도로 사정했던. 남는 지지율, 남는 표 좀 달라고 했던 이야기가
사실은 자기들이 떠날 수 있으니 남을 수 있는 명분을 달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분은 나중에 '그러니까 거 진작에 표 좀 주셨으면 우리가 당을 옮겼겠냐'라고 할 것 같다.
뭐 이건 나중 문제고,
흩어진 보수 표를 모으기에는 홍준표처럼 뻔뻔하지 못했고
안철수의 표를 뺏어오기에는 전직 새누리(혹은 박근혜 측근)이라는 이미지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단일화를 하지 않겠다면서 버티는 것을 보면
선거 막판에 사퇴를 한다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그게 큰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고.
다만 이제 다음으로 향할 명분을 충분히 쌓고 있다는 생각은 든다.
만약 토론회에서 자신의 인지도를 끌어올리려는게 목적이었다면,
그래서 다음 대선을 노리고 있다면 충분히 성공적이겠지만
바른정당의 인지도와 정당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는게 목적이라면 의문부호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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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이 압도적인 득표를 이야기 했지만 실제 득표는 45~48% 정도에서 그칠 것 같다.
욕심 많은 홍이나 안이 단일화를 못하면 둘 다 20프로 미만의 득표로 그칠 것 같고
(홍준표에게는 그것마저도 성공이지만)
심상정이나 유승민 둘 다 10프로 미만으로 생각하지만
아직 일주일이나 남았으니 앞으로 무슨 일이 더 터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