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에 정직원으로 다니던 시절 마음 속으로 부끄러웠던 일들이 몇가지 생각이 나 적습니다.
1. 평소 친하게 지내던 계약직 직원을 팀장이 별로 마음에 안든다고 1년만에 내보냈을 때....말없이 떠나던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저도 모르게 왠지모를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2. 계약직 직원을 많이 쓰면 눈치가 많이 보이기 때문에 주로 외주 형식으로해서 파견직 직원들을 쓰게 됩니다. 저보다 10년은 더 경력이 많으셨던 계약직 직원분이 새파랗게 젊은 저에게 설계도면을 검토 싸인을 받으러 오셨을 때 저는 부끄러웠습니다. 설계는 그 분께서 다 하셨지만 설계자 서명란에는 부끄럽게도 제 이름이 들어가 있습니다.
3. 노조회의중, 정직원 TO를 늘리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었습니다. 새파란 사원인 저는 감히 끼어들 자리가 아니지요. 과장님들, 차장님들께서 말씀하십니다. 정직원 TO를 늘리면 나중에 경영 이익금을 위로금 형식으로 나누게 될때 혹은 경영성과급을 나누게될 때 직원들에게 돌아가는 금액이 줄어들지 않을까 걱정하십니다. 무언가 씁쓸했습니다.
4. 광화문에서 민주노총 집회를 나갔습니다. 앞에서 정말 생활고에 시달리시는 다른 사기업 노조분들께서 치열하게 연설하십니다. 저희는 노조집회를 나오면 노조에서 경비를 지원해 줍니다. 뒷쪽에 어설프게 우리 회사 노조원들이 앉아 있습니다. 노래부를때 같이 노래 부르고 나머지는 그냥 우리끼리 노가리를 깝니다. 사원 한명이 버거킹에서 햄버거를 사왔습니다. 햄버거와 콜라를 편하게 먹으며 앞에서 치열하게 생존권을 부르짖는 분들의 연설을 듣습니다. 제 연봉은 그 당시 10년 전이었는데도 성과급 포함하여 4,500 정도였습니다. 무언가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고 부끄러웠습니다.
글쎄요. 지금은 공기업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으려나요?
사람이라는 게 참 이기적인 존재여서 그 조직에 속하게 되면 그 조직의 생리에 순응하게 되고 그 조직의 힘에서 나오는 떡고물을 아무 양심에 거리낌이 없이 받아먹게 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