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 보니 말이 길어져서 다 지우고 요점 간략히
1. 본인은 80년대 말 학번으로, 고딩때부터 사적인 모임에서 대학생 선배들로부터 주입식 반공교육의 산물인 메트릭스 너머의 세상에 대해 약간이나마 알게 됨
2. 1로 인해 대학에 입학 후 빨간 약을 삼킨 충격은 다른 친구들에 비해 덜했고, 한국의 근현대사와 변증법, 유물론, 철학의 기초 등등 사회과학 세미나를 하면서 빠르게 좌경화 됨
3. 2의 과정에서 사실 사회 변혁 개혁 혁명 등도 화두였지만, 선배와 친구들과 술 마시고 토론하고 뭐 이런거 하는게 더 재밌기도 했음
4. 근데 2학기 들어 서면서 두 파로 나뉘는게 눈에 보였고, 두 파간의 갈등은 점점 심해짐
5. 아무래도 뭔가 있지 않나 싶어, 선배 하나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 삼민투니 민민투니 자민투니 하는 얘기를 들었고 NL과 PD에 대해서도 알게 됨
6. 총학 선거가 다가오니 점입가경이었고, 그들이 그리고 내가 그렇게도 치를 떨며 혐오하던 구 정치권의 구태를 그대로 답습한 모습을 보였으며, 심지어는 폭력(술 취한 핑계로 후배놈이 선배를 줘 패는 등)까지 행해지는 것을 목격함
7. 게다가 이들이 염불보다 잿밥(학생조합, 자판기 등 이권)에 더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극심한 실망감에 1학년 마치고 군대에 감
8. 복학후에 아는 인간도 없고, 원체 여자가 많은 과라 복학생도 별로 없고, 거짓말 안하고 정말 할일이 없어서 공부를 아주 열심히 하게 됨
9. 대학원 가고, 4학기 때 결혼하고, 애 낳고, 취직하고, 직장 생활 하면서 사회개혁, 평등, 인권... 그게 뭔데? 아주 평범한 소시민으로 살아감
10. 일하는 업종이 일은 빡세지만 나름 연봉이 높아서 그럭저럭 난 중산층입네 하면서 살아 가다, 노무현을 알게 됨
11. 비주류 민주화 세력으로 그야 말로 한번도 기득권에 속해 본적 없는 흙수저가 대통령 후보로 뽑히는 것을 보고 충격을 먹음
12. 노무현이 흔들리고 다시 일어나고 또 흔들리고, 끝내 다시 일어나지 못하는 과정을 보고, 그걸 막기 위한 어떤 노력도 안한 내 모습이 너무 싫었고, 자칭 보수라는 자들, 언론들이 싫었고, 진보입네 하며 엘리트 의식에 쩔어서 자기들만의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자들도 싫었음
결국, '나는 보수다'를 나 자신에게 선언...
제가 생각하는 보수는요, 아주 기본적인 상식와 논리를 중요하게 여기는, 급격한 변화엔 반드시 부작용이 따른다는 것을 아는, 전통적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지만 그 가치의 창조적 파괴를 응원하는,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결론, 수꼴 싫어, 입진보 싫어, 사람이 먼저인 사람 사는 세상을 원하는 그런 사람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