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떠한 감정에 대해.

케이즈 작성일 17.05.16 21:2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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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이 봉하마을에서 마이크를 잡고 자기 이야기를 덤덤히 하던 중,

자신의 안에 아직 부정적인 감정이 남아있다고 하는 말을 들었다.

정권은 바뀌었으나 아직 대통령만 바뀌었을 뿐 달라진 것은 없다는 말도 하면서.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괜히 공감이 되었다.

 

정권이 바뀌면 좋은 감정만이 남을 줄 알았건만

좋은 감정은 순간이었고, 또다시 다른 감정이 스물스물 기어올라온다.

 

우리는 노무현을 잃었다.

추상적인 의미가 아니라 정말 그를 잃었다.

그를 잃는 순간까지도 그게 어떤 의미인지 제대로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고,

나 또한 그런 사람 중 하나였다.

 

하지만 적어도 이명박근혜는 노무현이라는 의미를 정확히 알고 있었고

서거 전에도 서거 후에도 잔인하리만큼 짖밟았다.

친노라는 단어에 철저한 거부감을 심어주었다.

다시는 일어설 생각을 하지 못할 정도로 밟아댔다.

 

그렇게 밟혀졌던 사람들은 그제서야 노무현을 잃었다는 사실이 어떤 의미인지 깨닫게 되었다.

우리에게 기둥이 되어줄 사람이 하나도 남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했다.

기회주의자들, 배신자들, 비겁자들이 우리의 편이랍시고 날뛰는 꼴을 봐야했고

그럴때마다 정치에 눈을 돌리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들었다.

 

문재인은 그 척박한 환경에서 버텼던 잡초였다.

멋있는 잎사귀도, 화려한 꽃잎도 없이 묵묵히 그 땅에서 버텼다.

밖에서 몰아치는 바람은 둘째치고 그 뿌리를 갉아먹으면서 말려죽이려는 무리들 사이에서

정말 잡초처럼 버텼다.

 

문재인이 버텨주었고, 지지자들이 버텨주었다.

일생을 인내했던 본인은 그렇다치더라도

밟히면서 버틴 지지자들에게 남은건 무엇이었을까.

 

저들은 무식하고 지저분하게 가더라도 우리는 그러면 안된다며

고고하고 깨끗한척했다가 어떠한 결과를 맞이했는지를 충분히 경헙했었다.

그렇게 결론이 나왔다. 그동안 쌓인 악으로, 간신히 얻은 내 것을 지키겠다는 결론이.

 

그래서 굉장히 예민해져있고, 굉장히 공격적이다.

방어적인 수준을 넘어서 조금의 공격만 들어오면 격하게 때려부순다.

경우에 따라서는 맹목적이라고 느낄만큼.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박사모나 너네들이나' '너네들 문빠냐'의 프레임으로 걸고 넘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까'라고 말을 할 수 있는건 그동안 밟히면서 느낀바가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도가 지나치다고 생각할 정도로 한경오에게 가해지는 날 선 공격 또한 비슷한 선상에 있다.

그들이 노무현에게 가했던 난도질은 잊을수도 없고 잊지도 않는 것이다.

최근 한겨례 기자들도 어렴풋이 그것을 느끼고 있었다.

어쩌면 정권이 바뀌기 전부터 그것을 느끼고 있었을 것이다.

자신들이 가했던 일들이 어떻게 돌아올 것인가에 대한 것을.

 

최근 이슈가 된 한겨례 기자의 트윗 또한 비슷 모습이다.

해당 기자는 자신들에게 반발한 이들을 친문으로 단정짓고 있다.

한경오에 대한 반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여러 성향을 띄고 있음이 분명한데도 문빠들이라고 단정한다.

 

사람은 보통 내가 누군가에게 욕을 먹게 된다면 사람은 자기 나름대로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최근에 잘못한게 무엇인지. 누군가에게 반감을 살만한 일을 한적은 없는지.

즉, 기자가 욕먹는 대상에 대해 곧바로 친문을 떠올리게 된 것은

그 스스로도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사과나 해명은 고사하고 욕하는 무리들을 무지몽매한 자들로,

혹은 일베보다 더한 폭도들로 규정해버린다. 

그러지 않는다면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해야하는 상황이 오기에.

 

그래서 그들은 필사적으로 상대를 매도한다.

그렇게 하면 보통 부끄러움을 느끼고 스스로 물러섰고, 자신들은 고고한 지식인으로 남을 수 있었기에.

그러나 한과 악으로 버텨온 지지자들에게 그 방법은 더이상 통하지 않았고,

거세고 날선 공격들을 온몸으로 맞아가는 소위 진보 언론들은

결정해야만하는 상황이 다가오게 되었다.

버티면서 모든 공격을 맞던가,(그리고 그중에는 결벽한 그들이 제일 싫어하는 '너네나 조중동이나'라는 비난도 있다)

결국 굴복하고 현실과 타협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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