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비롯해 (미국ㆍ러시아ㆍ일본ㆍ중국의) 4강(强) 주재 한국대사를 모두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에서 '캐스팅보터'인 국민의당을 이끌고 헌정 사상 초유의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 부결을 끌어낸 직후 나온 얘기였다.
'안철수의 힘'을 보여준 표결을 둘러싸고 찬반양론이 일고 있는 가운데 안 대표와 국민의당은 향후 문재인 정부의 외교ㆍ안보라인 교체에 화력을 집중할 것으로 관측된다.
안 대표는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은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사람을 쓰는 게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첫 정상회담이 이례적으로 늦어진 것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소통에 크고 작은 문제가 불거진 사례를 들면서 "(정상 간) 신뢰관계가 떨어진 것이 가장 큰 걱정"이라고 했다.
이어 "지금의 외교 ·안보팀으로는 안 된다. 강 장관보다 능력 있고 경험 있는 사람이 많은 만큼 모든 옵션을 고려해야 한다"며 "4강 대사를 포함해 다 새롭게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지금 상대국에서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겠느냐. 이렇게 외교 전문가가 아닌 (캠프 공신으로 도배하니) 당연히 자신들을 우습게 본다고 생각할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안 대표는 조윤제 주미 대사에 대해선 "과연 실세인지 의문이 든다"고 했고, 노영민 주중 대사에 대해서는 "도덕적으로 문제가 생긴 사람이 간다는 것을 중국이 과연 어떻게 생각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특히 한미ㆍ한일관계를 우려했다. "일본과의 관계(개선)는 어려운 일이지만 (관계를 잘) 조성해야 한다. 미국과도 다른 우방에 비해 평균 이하가 됐다"고 말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배치 등 대외 관계에서 통상 외교 ·안보팀이 양국 간 협력의 문구나 복수형까지 따지지만 이번에는 이런 부분들을 놓치면서 중국의 불필요한 오해를 샀다는 얘기도 끄집어냈다.
안 대표는 앞서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에 대해선 "(여당인)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이탈표가 나왔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안 대표는 이날 표결로 자신과 국민의당의 존재감을 부각시켰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일각에선 대표 취임 이후 연일 '문재인 때리기'에 나섰다는 비판이 일지만 오히려 강성발언을 이어가면서 강한 리더로서 이미지를 각인시켰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