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시절 '좌파 연예인'으로 찍힌 이들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기 위해 남녀 연예인이 마치 부적절한 관계로 보이도록 합성 나체사진을 만들어 배포한 국가정보원의 현직 팀장급 직원에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강부영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는 22일 오전 10시30분부터 약 10시간에 걸쳐 국정원 직원 Y, S씨에 대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등 혐의를 적용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심사하고 Y씨에 대한 구속영장은 발부했으나 S씨에 대해서는 영장청구를 기각했다.
국정원 심리전단 팀장이었던 Y씨와 그 직원이었던 S씨는 2011년 이명박 정부 시절 '좌파 연예인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던 배우 문성근·김여진씨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기 위해 합성 나체사진을 만들어 배포하는 등 혐의를 받았다. 이 사진에는 '공화국 인민배우 문성근, 김여진 주연 육체관계'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강 판사는 Y씨에 대해 "도망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다만 S씨에 대해서는 "범행의 경위와 피해자의 지위, 가담 정도, 그 주거 및 가족관계 등을 감안하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 재임 초기인 2009년 7월 김주성 당시 국정원 기획조정실장 주도로 정부에 비협조적인 문화·예술계 인사들로 구성된 '좌파 연예인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이들에 대한 불이익을 가한 사실을 발표한 바 있다.
국정원도 이 사건을 정식으로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문씨와 김씨를 비롯해 방송인 김미화씨도 피해자로서 검찰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피해사실 등을 진술하기도 했다.
이와 별도로 국정원은 박원순 서울시장을 '좌파시장'으로 지목하고 박 시장의 정책을 비난하는 내용의 소위 '박원순 제압문건'을 작성해 해당 내용을 실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박 시장은 원 전 원장 등 당시 국정원 관계자들 뿐 아니라 국정원으로부터 정기적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고발·고소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