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공판에서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히자 법정 분위기가 무거워졌다.
"이제 정치적 외풍과 여론의 압력에도 오직 헌법과 양심에 따른 재판을 할 것이라는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저는 의미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박 전 대통령이 재판부까지 비난하고 나서자, 형사합의부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방청석에 앉아있던 박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며 법정 관계자들에게 "너희는 법을 안 지키는데 우리는 지켜야 하느냐"며 큰 소리를 냈다. 법정 밖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나라가 망하려고 한다" 등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규정하고 있는 무죄 추정의 원칙과 불구속 재판이라는 형사법의 대원칙이 힘없이 무너지는 현실을 목도하면서 저희 변호인들은 더 이상 본 재판부가 진행할 향후 재판에 관여할 어떤 당위성도 느끼지 못했고, 어떤 변론도 무의미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 박근혜 변호인 측
박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울음을 터뜨렸다. 박 전 대통령은 방청석에 눈길도 주지 않은 채 계속 무표정으로 검사석만 응시했다.
10시 48분께 박 전 대통령이 퇴정하자 지지자들은 모두 일어나 손뼉을 치며 "힘내세요", "대통령 박근혜"를 외쳤다.
하늘색 점퍼를 입은 노년 여성은 "판사님 저를 사형 시켜달라. 이 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다"며 일어나 고함을 쳤다.
그녀는 끌려나가면서도 거세게 저항하며 "대한민국 판사 아니냐. 사형 시켜달라"고 소리를 질렀다. 박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에 따르면 며칠 전부터 단식을 해왔다는 이 여성은 법정 밖에서 누워 있다가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했고, 주위에선 구급차를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