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주일 새 2명 자살…적폐청산 수사 제동 걸릴 듯
전날 사망한 변 검사는 검찰의 국정원 댓글수사와 관련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두 번째 수사대상자다. 지난달 30일 국정원 소속 정모 변호사가 자살한 지 일주일 만이다. 변 검사와 정 변호사 모두 국정원이 2013년 검찰 수사에 대비해 꾸린 ‘현안 태스크포스(TF)’에 참여했다. 현재 사건 수사는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이 담당하고 있다.
검찰 수사 대상자가 심리적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을 선택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 지난 9월에는 KAI(한국항공우주산업) 경영비리 수사와 관련 김인식 부사장이 목을 매 숨졌고, 지난해 8월에는 롯데 경영비리 수사과정에서 이인원 부회장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하지만 현직 검사로 수사에 익숙했을 변 검사의 자살은 이들과 같은 선상에서 보기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반응이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압수수색 및 조사과정에서 필요이상의 압박을 한 것은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수사를 총괄하는 윤 지검장의 책임론이 더욱 강하게 불거지는 이유다. 윤 지검장은 2013년 당시 댓글수사팀 팀장이었다.
법조계 관계자는 “변 검사가 조사과정 등에서 자살 징후를 보였다면 검찰은 긴급체포를 하는 등 신변보호를 했어야 했다”며 “두 명이나 사망자가 나온 국정원 댓글수사는 속도조절 내지는 축소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변 검사의 자살을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은 “변 검사는 조사를 받을 때 불안해하는 등 특별한 징후는 없었다”며 “또 소환 당시 언론에 노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안타깝고 참담하지만 해오던 대로 철저히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 동료 잃고 술렁이는 檢…윤석열, 계속 ‘강공모드’ 택할까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역대 어떤 정권에서도 이렇게 대규모로 전 정권을 상대로 검찰 수사를 한 사례는 없는 것 같다”며 “검찰 내부에서는 적폐청산 수사가 하명수사라는 반감이 있었는데 변 검사의 사망으로 반감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 정권 실세인 전병헌(59) 청와대 정무수석에 대한 금품수수 혐의가 구체적으로 드러날 경우 적폐청산 수사에 대한 반발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현 정권도 깨끗하지 않은데 전 정권을 상대로 한 하명수사에 힘이 실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신봉수)는 7일 전 수석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인 윤모씨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등 강제수사에 돌입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강골인 윤 지검장이 적폐청산 수사와 관련, 계속 ‘강공모드’로 나갈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하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조직 내부 다독이기 또는 속도조절 등의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