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토론서 시종일관 답답한 모습 보여
"그러니까 탄핵당했지 이 사람아" 핀잔 듣기도[한겨레]
제이티비시 신년특집 토론회 ‘2018년 한국 어디로 가나’ 화면 갈무리.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별명이 많다. 지난해인 2017년에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에서 특위위원장을 맡아 매끈한 진행을 선보이며 ‘MC 성태’라는 별명을 얻었다. 청문회장에서 자세 불량이었던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겐 “우병우 증인, 자세가 그게 뭐에요! 자세 똑바로 하세요”라고 다그쳐 ‘호통 성태’라 불리기도 했고, 계속되는 국조위원들의 추가시간 요청에 투덜대며 1분씩 시간을 보충해줘 ‘노래방 주인’이라는 츤데레(상대방에게 애정이 있지만, 겉으로는 쌀쌀맞게 행동하는 태도를 일컫는 유행어) 별명도 얻었다.
2018년에도 김성태 원내대표는 새 별명을 얻었다. 이번에는 지난해와 어감이 좀 다르다. 2일 저녁 <제이티비시>(JTBC) 신년특집 토론 ‘2018년 한국 어디로 가나’에 보수 쪽 패널로 참석한 김성태 원내대표는, 진보 쪽 패널로 참석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와 유시민 작가의 공격에 시종일관 답답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누리꾼들은 김성태 원내대표에게‘혼수성태’라는 새 별명을 지어줬다. 토론회 속 김성태 원내대표의 말을 정리했다.
■ “불났으면 비상구로 사람 빼내야”
이날 첫 주제인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최근 가장 첨예한 이슈였던 ‘한일 위안부 합의’ 문제가 중요하게 다뤄졌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박근혜 정부의 한·일 위안부 합의 흠결을 지적하며 후속 조처를 지시한 것을 두고 “박근혜 정부가 잘하든 못하든 분명히 공이 있다. 그런데 30년 간 보관해야 하는 외교 기밀을 2년 만에 깨버렸다는 건 옳지 않다”고 공격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어 “국민들 정서나 감정으로 볼 때 문 정부가 이 문제를 끄집어냄으로써 정치적으로는 엄청난 지지를 받을 수 있겠지만, 국가의 연속성은 부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정의당 노회찬 대표는 “건물 유리창 함부로 깨면 안 되죠. 하지만 안에 불이 났고 사람이 있으면 유리창을 깨서라도 사람을 구해야 한다. 외교 비밀이라는 이유로 잘못된 합의를 그대로 안고 가면 안 된다”라며 “(앞으로 재협상이 힘들더라도) 함부로 잘못된 합의에 쉽게 응하지 않는 그런 자세를 보여주는 게 우리 세대의 임무”라고 꼬집었다. 김 원내대표는 노 원내대표의 유리창 비유에 “(유리창을 깰 것이 아니라) 비상구로 빼내야죠”라고 답했고, 노 대표는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한편, 이날 진행을 맡은 손석희 앵커는 김 원내대표에게 ‘위안부 합의를 파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거냐’고 물었지만, 김 원내대표는 끝내 그 답을 내놓지 않았다.
제이티비시 신년특집 토론회 ‘2018년 한국 어디로 가나’ 화면 갈무리.■ 참다못한 노회찬 “그러니까 탄핵당했지 이 사람아”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의 아랍에미리트(UAE) 비공개 특사 방문을 놓고도 뜨거운 설전이 벌어졌다. 김 원내대표는 이 역시 “문 정부가 UAE 특사 건을 수습하려면 지금처럼 적폐청산이란 미명 하에 국제 외교 관계에서 화를 부르는 섣부른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며 “원전 수주와 함께 마치 뒷거래가 있는 것처럼 문재인 정권이 뒷조사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시민 작가는 “그 주장이 팩트냐. 근거가 뭐냐”고 캐물었지만 김 원내대표는 “언론에 다 나온 내용”이라는 말 외에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그러자 유 작가는 “이상 김성태 원내대표님의 아무 근거 제시 없는 주장이었다”고 마무리 지었다. 노회찬 원내대표 역시 김 원내대표에게 “열심히 좀 뛰어다녀라. 공부를 안 해서 시험 성적이 나쁜 걸 가지고 담임 선생님이 정답 가르쳐줬다 하면 되냐”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에 김 원내대표는 노 원내대표를 향해 “문재인 정부에게 꾸짖어야지. 대한민국 희한한 야당 다봤다. (정의당은) 야당 맞냐”라고 언성을 높였고, 결국 노 원내대표로부터 “그러니까 탄핵당했지 이 사람아”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 이 논쟁은 손석희 앵커의 중재와 3분짜리 광고 덕에 끝날 수 있었다.
■ 방청객마저 웃게 만든 김성태 의원
이날 토론의 하이라이트는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논란이었다. 보수 패널로 참석한 박형준 동아대 교수는 “적폐청산이 아닌 정치보복으로 보인다”며 “문재인 정부가 정치적 재미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성태 원내대표는 “정책·인사보복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라고 말한 뒤 “4대강은 몇 십억이 들어간 사업인데, 지금 보를 철거하고 물을 다 빼내라는 것이 잘하는 짓이냐”고 지적하면서 4대강 사업 이야기를 꺼냈다. 이에 노회찬 대표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그렇다. (잘하는 일이다)”고 답해 유시민 작가와 방청객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 손석희 “(김성태 대표님) 사과 안 하실 거죠?”
이날 김성태 원내대표는 자유한국당이 개헌에 찬성했다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반대 의견으로 돌아 선 상황에 대해서도 직접 해명했다. 김 원내대표는 “개헌과 지방선거를 함께 하면 일부 지역의 유권자는 7표를 행사해야 한다. 잘못하면 땡처리 여행상품, 패키지 상품처럼 흘러가 버린다”고 설명했다. 이에 노회찬 원내대표는 “홍준표 대표가 대통령 선거 때 개헌하겠다고 했고 심지어 상대 후보에게 개헌 안 하겠느냐고 공격까지 했다”며 “입장이 바뀌었으면 반드시 사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석희 앵커 역시 “노회찬 원내대표의 사과해야 한다는 의견을 당에 전달할 것이냐”고 물었고, 김 원내대표는 “개헌하겠단 약속을 한다”고 무루뭉술한 답변을 내놨다. 손석희 앵커는 “사과 안 하실 거죠?”라고 재차 물었고, 결국 김 원내대표는 “하게 되면 하겠다”고 답해야 했다. 손 앵커는 “정치인들이 사과할 것이 많아서 제가 꼭집어 사과하라고 하진 않겠다”고 마무리 지었다.
김성태 의원의 ‘토론회 맹활약’에 누리꾼들은 “‘그러니까 탄핵당했지 이 사람아’ 2018년 유행어 예감”, “혼수성태 어안이 벙벙”, “김 대표의 맹활약으로 개그맨들이 구직 활동을 벌이고 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