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초등학생 그림 달력' 규탄하러 거리로 나선 한국당

심의 허준 작성일 18.01.04 11: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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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자유한국당 중앙직능위원회, 우리은행 본점 앞에서 '인공기 달력 규탄' 회견

[오마이뉴스 글:곽우신, 사진: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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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부대 주옥순, 초등생 통일 그림 달력 소각 요구 자유한국당 김재경, 이종명 의원, 디지털소통 부위원장인 엄마부대 주옥순 대표(사진)를 비롯한 당원들이 3일 오후 서울 중구 우리은행앞에서 평화통일을 염원하며 초등학생이 그린 그림에 태극기와 함께 인공기가 그려져 있다는 것을 문제삼아 '달력 소각' '손태승 은행장 사퇴' 등을 요구하는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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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한국당, 초등생 통일 그림 달력 소각 요구 자유한국당 김재경, 이종명 의원, 디지털소통 부위원장인 엄마부대 주옥순 대표를 비롯한 당원들이 3일 오후 서울 중구 우리은행앞에서 평화통일을 염원하며 초등학생이 그린 그림에 태극기와 함께 인공기가 그려져 있다는 것을 문제삼아 '달력 소각' '은행장 사퇴' 등을 요구하는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권우성"일루 와! 이리 오라고! 집회 한두 번 해 봐?!" 
"아, 사진 찍으려고 집회해? 시민들에게 보여야지, 시민들에게!"

주옥순 자유한국당 디지털소통위원회 부위원장이 소리쳤지만 '집회 한두 번 해본 게 아닌' 자유한국당 당원들은 우왕좌왕했다. 3일 오후 2시, 자유한국당 중앙직능위원회가 주최한 '우리은행 인공기 규탄 기자회견'을 위해 서울 우리은행 본점 앞에 사람들이 모여 들었다. 모인 사람 수는 50여 명. 앞서 주최 측은 당초 200여 명이 모일 것이라고 공지했다.

지난 2017년 12월 28일,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노총 달력인 줄 알았습니다"라며 광화문 촛불집회, 태극기와 인공기가 함께 그려진 그림을 포스팅했다. 이는 제22회 우리미술대회 수상작들을 바탕으로 우리은행에서 제작한 2018년 달력이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난 1일, 신년인사회에서 "지금 인공기가 은행 달력에도 등장하는 그런 세상이 됐다"라면서 이를 비난했다. 자유한국당은 이번 사건을 '색깔론'으로 몰고 가며 신년부터 열을 올리고 있다(관련 기사: 황당한 우리은행 달력 그림 논란... 한국당, 초등학생까지 '종북 몰이'). 이날 기자회견 역시 이러한 종북몰이의 연장선상이었다. 

 

이세창 자유한국당 전국상임위원이 이날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그는 "북한 인공기가 은행 달력에 나오는 시대를 우리는 규탄한다"라며 "북한의 군사적 도발보다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충격적인 사건"이라며 "어린 아이의 그림을 종북 확산에 이용한 것"으로 규정했다. 그는 자유한국당 중앙직능위원회의 이름으로 ▲ 아이의 그림을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는 우리은행을 규탄 ▲ 우리은행은 인공기 달력 회수·소각하고 대국민 사과 ▲ 금융감독원은 우리은행을 철저히 감독 ▲ 국민을 기만하는 우리은행장은 즉각 사퇴 등을 요구했다.

'조국찬가'까지 틀며 정치공세에 나서는 모양새였지만, 결기에 비해 이날 행사는 원활하지 않았다. 기자회견문 낭독 도중 '평창동계올림픽'을 "평양올림픽"으로 잘못 읽는 해프닝이 발생하기도 했다. 추운 날씨 탓에 인원이 적게 모였을 뿐더러, 기자회견 장소를 두고 집회 전부터 참가자들 사이에 실랑이가 일었다. 세워둔 태극기는 바람에 넘어졌고, 애국가 제창은 준비한 MR과 박자가 맞지 않았으며, 구호를 외칠 때도 삼창이 제각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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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한국당, 초등생 통일 그림 달력 소각 요구 자유한국당 김재경, 이종명 의원, 디지털소통 부위원장인 엄마부대 주옥순 대표를 비롯한 당원들이 3일 오후 서울 중구 우리은행앞에서 평화통일을 염원하며 초등학생이 그린 그림에 태극기와 함께 인공기가 그려져 있다는 것을 문제삼아 '달력 소각' '은행장 사퇴' 등을 요구하는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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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한국당, 초등생 통일 그림 달력 소각 요구 자유한국당 김재경, 이종명 의원, 디지털소통 부위원장인 엄마부대 주옥순 대표를 비롯한 당원들이 3일 오후 서울 중구 우리은행에서 평화통일을 염원하며 초등학생이 그린 그림에 태극기와 함께 인공기가 그려져 있다는 것을 문제삼아 '달력 소각' '은행장 사퇴' 등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권우성자유한국당 중앙직능위원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재경 의원뿐만 아니라 이종명 의원 등이 함께했지만, 행사는 전혀 통제되지 않았다. 기자회견문 전달 때의 모습이 대표적이었다. 주최 측은 주요 당직자만 은행에 들어가 기자회견문을 전달하기로 했다. 그러나 참가자들은 '안내'를 무시하고 우리은행 본점 로비를 가득 채웠다.

이어 손태승 우리은행 은행장에게 직접 기자회견문을 전달하겠다는 주최 측과 우리은행 사이에 실랑이가 일었다. 그 사이 "다 태워버려!" "빨갱이!" "다음엔 문재인 정부를 박살내러 가자!"는 과격한 언성이 곳곳에서 간헐적으로 터져 나왔다. "의원이 야당 되더니 힘이 없네"라고 탄식하는 소리도 나왔다.

잠시동안의 실랑이 후, 기자회견문을 대리전달하는 것으로 행사가 마무리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주옥순 부위원장 등 일부 참가자들은 로비에 버티고 서서 우리은행장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맞섰다. 이들은 "초등학생들이 인공기를 알고 그렸을리 없다" "이게 초등학생의 실력이냐" "사전에 계획적으로 아이들에게 인공기를 주입교육한 것" 등을 주장했다. 이들은 "우리은행이 정권의 충신이냐" "손태승(우리은행장) 이 나쁜 X아 나와라!"라며 은행 영업을 방해했다. 이들은 주최 측 인사들의 만류로 몇 분 후, 피켓을 내리고 은행 밖으로 나왔다.

한편, 김재경 자유한국당 중앙직능위원회장은 행사를 마친 후 "직능위원회가 가장 기동성이 있는 조직이기 때문에 나선 것"이라며 "앞으로 중앙당 차원에서 이에 대한 문제제기를 지속적으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박근혜 정부 당시 통일부 주최 공모전에서 인공기가 그려진 작품이 수상한 등의 이전 사례에 대해 묻자 "그런 사례에 대해서는 전혀 들은 바가 없다"라면서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지 않느냐"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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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부대 주옥순, 초등생 통일 그림 달력 소각 요구 자유한국당 김재경, 이종명 의원, 디지털소통 부위원장인 엄마부대 주옥순 대표를 비롯한 당원들이 3일 오후 서울 중구 우리은행앞에서 평화통일을 염원하며 초등학생이 그린 그림에 태극기와 함께 인공기가 그려져 있다는 것을 문제삼아 '달력 소각' '은행장 사퇴' 등을 요구하는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가운데)가 우리은행 안으로 들어와 시위를 벌이고 있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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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한국당, 초등생 통일 그림 달력 소각 요구 자유한국당 김재경, 이종명 의원, 디지털소통 부위원장인 엄마부대 주옥순 대표를 비롯한 당원들이 3일 오후 서울 중구 우리은행앞에서 평화통일을 염원하며 초등학생이 그린 그림에 태극기와 함께 인공기가 그려져 있다는 것을 문제삼아 '달력 소각' '은행장 사퇴' 등을 요구하는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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