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봉근, 국정원에 '靑이 요즘 어렵다' 특활비 요청
이병호 前원장, '곧 추석이니 특활비 2배 상납' 지시정호성(왼쪽부터), 이재만, 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이 2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국정원 특활비 관련 5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8.2.2/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박근혜정부의 청와대가 계속 상납받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가 잠시 중단되자 국정원 측에 "요즘 경제적으로 어렵다"며 넌지시 요청했다는 정황이 제시됐다. 당시 국정원장은 이를 듣고 "추석도 얼마 남지 않았다"며 기존 상납액보다 두 배로 상납하도록 지시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영훈) 심리로 2일 열린 이재만·안봉근·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에 대한 공판에 이헌수 전 국정원 기조실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전 실장은 '2014년 7월부터 안 전 비서관을 통해 이 전 비서관에게 특활비를 전달한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특활비를 청와대에 전달한 계기를 묻는 질문에는 "이병기·이병호 당시 국정원장의 지시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특활비는 박근혜 전 대통령 개인이 아니라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에게 지급하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 특활비가 박 전 대통령 개인적으로 사용되리라고는 몰랐다고 설명했다.
이날 이 전 실장은 2016년 9월 2억원의 특활비를 청와대에 건넨 당시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그는 "다른 문제로 안 전 비서관과 통화하다가 제가 '청와대 내부 분위기는 어떠냐'고 묻자 제게 '팁을 주겠다'면서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당시는 2013년 5월부터 2016년 7월까지 국정원이 청와대에 매월 1억원씩 정기적으로 건네던 특활비가 중단된 상태였다. 이 전 실장은 '2016년 9월 국정농단 사태가 발생해 그런 것 아니냐'는 질문에 "안 전 비서관이 더 이상 돈을 보내지 말라고 했다"며 인정하는 취지로 답했다.
하지만 이 전 실장은 "2016년 9월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말을 듣고 '어딘가에 집행을 해야 하는데 (돈이 없어) 그걸 못 하는 게 아닌가'하는 취지로 생각했다"며 "이병호 당시 국정원장에게 그대로 전달하자 '추석도 얼마 남지 않았고 어렵다고 하니 (2억원을) 지원하자'고 하셨다"고 밝혔다.
그는 "왜 1억원에서 2억원으로 늘어난 것이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당시 지원도 중단됐고 추석도 앞두고 있었다"며 "이 전 원장은 아무래도 청와대가 돈을 사용할 용도가 많을 것 같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전 실장은 "이후 안 전 비서관으로부터 '대통령께선 우리(청와대) 사정을 국정원에 귀띔해줬냐고 하셨다, 매우 흡족해하셨다'는 말을 들었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를 이 전 원장에게 전달하자 "'이번 일은 정말 잘한 것'이라고 이야기하셨다"고 말했다.
그는 특활비의 용도를 묻는 질문에 "수석비서관들이 매달 쓸 수 있는 활동비가 많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비서관이나 비서관들에게 매달 조금씩 나눠줄 것으로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안 전 비서관 측 변호인은 "돈을 받은 건 (국정원장들의) 횡령액을 받은 것이지 뇌물수수는 아니다"라며 "안 전 비서관은 그 돈이 뇌물인지 몰랐기에 박 전 대통령과 뇌물수수 공범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다음 달 22일 증인신문 일정을 진행하고 4월12일 결심공판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결심 후 통상 2~3주 후에 선고하는 점을 고려하면 4월 말에서 5월 초쯤 선고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