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훈 국정원장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문재인 정부 첫 대북특사로 평양에 갈 것으로 전해졌다. 4일 청와대는 두 사람이 포함된 대북특사단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두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의 통일.외교.안보분야 핵심 참모들이다. 이들에게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출구'를 만들기 위해 북미대화라는 '입구'를 열어야 하는 중대한 임무가 주어진다. 이들의 방북은 이번주에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의용 실장은 방북을 마친 뒤 미국으로 건너가 방북 결과를 미국과 공유할 예정이다.
서훈 원장은 남북관계에 정통한 대북전문가이고, 정의용 실장은 미국의 신뢰가 높다는 점이 대북특사에 발탁된 요인으로 꼽힌다. 이는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만들어진 남북대화를 북미대화로 이어가겠다는 문 대통령의 강한 의지를 보여준 인선이다. 특히 정 실장의 발탁은 미국의 동의를 얻고, 국내 보수진영의 반발을 고려한 측면이 있다.
서훈 원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남북대화 채널을 복원하기 위해 노력해왔고, 평창올림픽 기간 동안 방남한 1.2차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김여정 특사(2월 10일)와 김영철 단장(2월 25일과 27일)을 모두 만났다. 지난 2월 10일 문 대통령이 김여정 특사 등을 만난 자리에서 서훈 원장과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김대중ㆍ노무현 전 대통령 때 북한을 자주 방문했던 분들이다 제가 이 두 분을 (이 자리에) 모신 것만 봐도 남북관계를 빠르고 활발하게 발전시켜나가려는 의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라고 소개했다.
서 원장은 지난 1996년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대표로 2년간 북한에 상주한 바 있다. 지난 2000년과 2007년 남북정상회담 실무를 주도했고, 장성택.김양건 등 북한 고위급 인사들과도 협상을 벌인 경험이 있는 대북전략통이다. '북한 가정교사'로 불리는 그는 스스로 "종북이 아닌 지북(知北)파"라고 말한다. 지난 2012년과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프에서 각각 남북경제연합위원회와 안보상황단장을 맡았다.
정의용 실장은 평창올림픽 기간에 방한한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과 문 대통령의 비공개 사전접견(2월 23일)에 배석했다. 또한 김여정 특사가 포함된 1차 북한 고위급 대표단과 문 대통령의 접견.오찬에도 배석했고(2월 10일), 김영철 단장 등 2차 북한 고위급 대표단과 2시간 동안 오찬을 함께 했다(2월 26일). 다자외교와 통상분야에서 풍부한 경력을 쌓았고, 한미관계와 북미관계에 정통하며 미국의 신뢰를 받고 있는 '한미동맹파'다. 다만 한반도 비핵화 등 남북관계를 이해하고 대응하는 역량에서는 서훈 원장이나 조명균 장관에 뒤처진다는 평가도 있다.
정 실장은 지난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의 외교자문단(전직 외교관 그룹)인 '국민아그레망'을 이끌며 문재인 정부의 외교정책 수립을 총괄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그를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 발탁하면서 "외교와 안보는 동전의 양면이고, 현재 북핵과 사드 등 외교와 경제, 안보가 얽혀있는 상황에서 적임자라고 판단했다"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동안 이후락 중앙정보부장(1972년 5월), 장세동 국가안전기획부장과 박철언 안기부장 특보(1985년 10월), 서동권 안기부장(1990년 10월), 임동원 국가정보원장.외교안보통일보좌관.특보(2000년 5월, 2002년 4월, 2003년 1월), 정동영 통일부 장관(2005년 6월) 김만복 국정원장(2007년 8월) 등이 대북특사로 평양에 갔다.
서훈-정의용 대북특사의 주요 이력
서훈 : 1954년생 / 서울대, 존스홉킨스대학원 국제정치학 석사, 동국대 대학원 북한학 박사과정 수료 /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대표, 국가안전보장회의 정보관리실장, 국정원 대북전략실장, 국정원 3차장, 문재인 캠프 안보상황단장
정의용 : 1946년생 / 서울대 외교학과, 미국 하버드대 정책대학원 석사 / 외무부 통상국장, 주미공사, 주이스라엘 대사, 외교통상부 통상교섭조정관, 주제네바대표부 대사, 국제노동기구 이사회 의장 / 열린우리당 국제협력위원장, 제17대 국회의원, 국회 정보위원회 위원, 국회 한미자유무역협정 체결 대책특위 위원, 법무법인 세종 고문, 문재인 후보 외교자문단 '국민아그레망' 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