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때인 2006년 543명에 3111만원 상당 선물 보내
전직 대통령·종교계 원로들엔 홍삼 등 건강식품 전달◇전직 대통령·종교계 원로에게 홍삼·송이버섯·쌀·꽃
28일 검찰에 따르면 지난 23일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신봉수)와 특수2부(부장 송경호) 수사팀이 서울 서초구 영포빌딩에서 확보한 ‘2006년 추석 선물 대상자’라는 문건과 해당 출금전표에는 이 전 대통령이 지난 2006년 10월 11일 추석 선물비 명목으로 정치권과 종교계 인사 등 543명에게 총 3111만 4700원 상당의 금품을 건네기 위해 출금한 내역이 기록돼 있다.
이 전 대통령에게 추석 선물을 받은 정치권 인사는 ‘전직 대통령·원로’ 7명과 ‘한나라당’(옛 새누리당) 325명으로 나뉜다. 문건에는 세 명의 전직 대통령과 한 명의 전직 국무총리에게 25만원 상당의 홍삼 세트를 4개씩 보낸 것으로 돼 있다. 한 사람에게 100만원 꼴이다.
A 전 대통령에게는 금액 불상의 은 제품을 건넸다. B 전 대통령과 C 전 한나라당 총재에게는 30만원 상당의 송이버섯을 선물했다.
D 전 한나라당 대표, E 당시 도지사 및 당시 한나라당 대표와 원내대표에게는 화분 한 개씩을 전달했다고 돼 있다. 당 상임고문 30명, 전·현직 의원 한나라당 의원 227명, 한나라당 최고위원 2명에게는 4만 3500원 상당의 20㎏짜리 쌀을 보냈다.
종교계 주요 인사들도 빠트리지 않고 챙겼다. 당시 불교계와 천주교계 원로 4명에게 25만원 상당의 홍삼세트 1개씩을 보냈다. 주요사찰 스님 26명에게는 10만원 상당의 원방청심환을 한 개씩 보냈다. 기독교계 주요 목사 26명에겐 4만 3500원 상당 20㎏짜리 쌀을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전 대통령은 동문과 주변 지인들도 알뜰히 챙겼다. 추석 선물로 155명에게도 20㎏짜리 쌀을 보냈다. 여기엔 고려대 동문 모임인 ‘고무모임’ 회원, ‘싱크탱크’(Think Tank)인 GSI 관계자, 고대교우회 회원, 대한민국재향군인회 핵심간부가 포함돼 있다.
측근 김희중(50)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은 이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다음 달인 2007년 9월 21일에도 ‘업무협조인 추석선물’ 명목으로 358만 9200원을 지출했다고 적었다. 이때 서울 소재 경찰서 형사·정보과에도 수고비 명목으로 각각 50만원씩 전달했다.
이에 대해 김희중 전 실장은 “당시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이명박 캠프 회계책임자가 저로 등재돼 있어 제 이름으로 집행된 것 같다”며 “차후 발생할지도 모르는 법적 책임을 의식해 아무도 회계책임자를 맡지 않으려 해서 제가 이름을 올렸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화환값으로만 한 달에 1000만원 쓰기도
이 밖에 이 전 대통령이 당 대선 후보로 확정되기 전후인 같은 해 7~9월 석 달간 지출한 ‘경조사 화분/화환 대금’이 1889만원이나 됐다. 이중 박근혜(66) 당시 의원을 상대로 대선 경선을 치르던 7월에 지출한 화환 대금만 1034만원이다.
검찰은 명절 선물을 구입한 자금 출처가 이 전 대통령이 받은 뇌물과 다스를 통해 조성한 횡령 자금이 뒤섞여 있는 차명계좌라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출금전표를 통해 불법자금의 사용처를 구체적으로 확인한 만큼 자금 세탁을 거치기 전 불법자금의 원천인 뇌물과 횡령과 관련한 혐의를 입증하기가 쉬워졌다는 것이다.
검찰은 지난 19일 청구한 구속영장에서도 “피의자는 처남 고 김재정과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에게 영포빌딩 지하 2층 사무실에서 다스의 비자금, 뇌물 또는 부정한 방법으로 수수한 정치자금, 차명재산을 관리하게 했다”고 적시했다. 또 “위 자금의 불법적인 출처와 사용처를 수사기관 등에 발각될 위험을 피하기 위해 위 직원들 명의로 된 차명계좌를 이용해 김 전 실장을 통해 자금세탁하게 했다”고 적었다.
윤여진 (kyle@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