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UAE 방문 하루 전 도착해 칼둔과 의제 등 조율
주로 국내 문제 총괄해오다 외교까지 보폭 넓히는 계기문재인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 순방 동행을 마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2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8.3.26/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서울=뉴스1) 김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첫 중동 방문이었던 아랍에미리트(UAE) 순방에서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두고 지난 28일 귀국한 가운데, 숨은 조역으로서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의 역할에 눈길이 쏠렸다.
임 실장은 문 대통령의 UAE 순방에 동행했다. 임 실장이 문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 동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오는 4월말 개최되는 ‘2018 남북정상회담’의 실무준비를 담당하는 남북정상회담준비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상황인 데다 지난해 연말 불거졌던 UAE 특사 방문 논란의 당사자였다는 점에서 임 실장의 동행은 그 자체로 주목을 받았다.
당시 청와대는 임 실장의 UAE 방문을 두고 이곳에 파병된 아크부대 장병 격려 차원이라고 했지만, UAE측에서 ‘국교단절’ 가능성을 거론할 정도로 한·UAE 관계가 틀어진 게 특사 방문의 이유로 알려지면서 임 실장은 야당의 집중공세 대상이 됐다.
야권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리 조사 등이 UAE 정부의 심기를 건드려 갈등이 촉발됐다고 공격했지만, 결국 이명박 정부 당시 체결된 한·UAE간 비공개 군사 양해각서(MOU)로 인한 갈등 때문이었고, 임 실장은 이런 갈등을 진화하기 위해 급파됐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의식한 듯 임 실장은 문 대통령의 UAE 순방 당시 철저하게 ‘로우키’ 행보를 유지하면서 철저하게 이번 순방이 성과를 내는데 주력했다.
임 실장은 문 대통령이 2박3일간의 베트남 일정을 거쳐 UAE에 도착하기 하루 전인 지난 23일(현지시간) UAE에 도착해 실질적 통치자인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왕세제의 최측근인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아부다비 행정청장과 만나 정상회담 의제 등을 사전에 조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칼둔 청장은 지난해 12월 임 실장이 문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UAE를 찾아 모하메드 왕세제를 만났을 당시 배석했고, 지난 1월 모하메드 왕세제의 특사 자격으로 방한해 임 실장과 문 대통령을 접견했던 인물이다.
임 실장은 3개월여 기간 동안 세 차례나 대면한 칼둔 청장과 만나 자신만의 친화력을 앞세워 의제를 조율했다고 한다. UAE 측에선 쏟아지는 야당의 공세 속에서도 임 실장이 묵묵히 버텨내며 UAE 측을 배려했던 데 대해 상당한 신뢰를 보냈다는 후문이다.
임 실장의 이같은 숨은 공헌은 문 대통령과 모하메드 왕세제가 중동에서 유일하게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양국관계를 격상하고, 석유·가스 협력 분야에서 삼성·SK 등 한국 기업들과 추가로 250억불 규모의 협력을 진행하겠다는 UAE측의 제안이 나오는 데 밑거름이 됐다.
모하메드 왕세제가 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우리측 수행원들과 인사를 나누던 도중 임 실장 차례에 "안녕하세요"(How are you)라고 안부를 물으며 친근함을 표시한 뒤 양국관계 발전을 위한 임 실장의 역할을 칭찬한 것은 이를 방증하는 장면이었다.
임 실장은 모하메드 왕세제의 칭찬에 웃음을 띠며 "별 말씀을요"(My pleasure)라고 답했고, 이를 문 대통령은 웃으며 지켜봤다.
문 대통령과 모하메드 왕세제는 또 앞으로 두 나라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데 있어 어려움이 생길 경우 임 실장과 칼둔 청장이 해결하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임 실장은 그간 대체로 국내 현안을 처리하는 데 주력해 왔지만, 이번 UAE 순방을 계기로 외교로까지 활동폭을 넓혔다는 점에서 향후 임 실장의 역할은 더욱 무게가 실릴 전망이다.
청와대 내에서도 이번 UAE 순방 당시 임 실장의 ‘조연 역할’에 긍정적 평가를 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31일 뉴스1과 통화에서 "UAE 순방에서 성과를 낸 것은 오롯이 문 대통령의 외교력이었지만, 문 대통령이 맡긴 외교적 임무를 임 실장이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책임감 있게 잘 마무리해 냈다는 점은 임 실장의 능력이 다시금 주목받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 실장은 UAE 정상회담이 끝난 당일 귀국행 비행기에 올라 26일 도착한 뒤 곧바로 수석비서관·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는 등 문 대통령이 자리를 비운 상황에서 남북정상회담 등 국내 현안을 챙기는 데 매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재 임 실장의 유일한 목표는 문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이 되는 데 일익을 하는 것으로 안다"며 "임 실장은 앞으로도 지금처럼 드러내지 않고 조용한 행보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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