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북미회담, 美의 군사행동 명분축적용"이라 했었는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남북정상회담을 ‘성공’이라고 평가했다. “김정은 위원장과의 회담을 고대한다”면서 북미정상회담 시기를 더 앞당기기로 했다. 한국 정부에는 높은 신뢰를 보냈다. ”문재인 대통령의 전화를 최우선적으로 받겠다”는 말까지 했다. 여야 정치권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마저 이런 평가를 내놓으면서 남북정상회담을 “위장평화쇼”라고 규정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더욱 ‘외롭게’ 됐다.
홍 대표는 지난 3월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수용하자 “미국의 군사행동 명분 축적용”이라고 말했었다. 북한의 대화 제의는 속임수이며 미국이 이를 그냥 보아 넘기지 않으리란 것이었다. 이후 남북정상회담이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위장평화쇼”란 주장을 폈고 결과물이 나온 뒤에도 같은 시각을 고수했다. 홍 대표의 이런 논리에 트럼프 대통령이 커다란 ‘구멍’을 뚫어버린 상황이 됐다.
◆ 트럼프 “완전한 비핵화 확인, 세계에 매우 반가운 소식”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8일 밤 1시간15분 동안 전화통화를 하며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공유하고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긴밀한 공조를 이어가기로 약속했다. 두 정상은 남북의 ‘종전선언’ 합의에 공감했으며 북미정상회담 후보지 2~3곳을 놓고 장·단점에 대한 의견도 교환했다.
청와대는 29일 오전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이 전날 오후 9시15분부터 10시30분까지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치러진 것을 축하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번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이 북·미 정상회담 성공의 토대가 될 것으로 본다”면서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통 큰 결단이 크게 기여했다는 데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공감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판문점 선언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핵 없는 한반도 실현 목표를 확인한 것은 남북한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매우 반가운 소식”이라고 평가했다. 두 정상은 북·미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합의에 이를 수 있도록 한·미간에 긴밀한 협의를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 정상 사이의 종전선언에 관한 합의에 대해서도 공감을 표명했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또 “두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방안들에 관해서도 폭넓게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남·북 정상회담 성공 기류를 유지하기 위해 북·미정상회담도 가급적 조속히 개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개최 후보지는 2~3곳으로 압축됐으며 각 장소의 장단점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회담을 고대하고 있으며 북·미 정상회담에서도 매우 좋은 성과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나타냈다. 또 문 대통령의 전화를 언제라도 최우선으로 받겠다고 하면서 한·미간의 긴밀한 공조가 매우 긴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 정치권·주변국 유력인사 중 홍준표 대표만 “위장평화”
남북 정상회담이 끝나자 정치권은 ‘역사적인 순간’이라며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판문점선언이 선언에 그치지 않도록 국회 비준을 적극 돕겠다는 입장까지 밝혔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위장평화쇼”라며 상반된 시각을 고수했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정상회담이 끝난 뒤 판문점선언의 국회 비준이 빨리 추진돼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권성주 미래당 대변인은 “남북정상회담의 성과가 실질적 변화와 행동으로 이행되기 위해선 정치권의 초당적 협력이 요구된다”고 논평했고, 최경환 평화당 대변인은 “판문점 선언에서 밝힌 역사적 합의의 이행과 실천을 위해서는 국회의 전폭적 협력과 지원이 필요하다”며 “이제 국회가 나서야 할 때”라고 했다. 정의당 최석 대변인도 “오늘을 한반도 평화 1일차로 일컫고 어제와는 완전히 다른 내일의 태양을 맞이하게 되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루캉 대변인 담화를 통해 “오늘 남북 정상은 성공적으로 회담을 가졌다. 회담의 긍정적인 성과는 남북 간 화해와 협력 증진, 한반도 평화와 안정 수호,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에 도움이 된다”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루 대변인은 “남북한은 하나의 민족이며, 중국은 일관되게 남북이 대화 협상을 통해 상호 신뢰를 구축하고 관계를 개선하는 것을 지지해 왔다”고 덧붙였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북한의 비핵화 등을 진지하게 논의한 것을 포괄적 현안 해결을 향한 전향적인 움직임으로 보고 환영한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판문점 선언이 나온 뒤 기자들과 만나 “회담을 실현시킨 한국 정부의 노력을 평가한다”면서 “이번 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이 구체적 행동을 취할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반면 홍 대표는 ‘위장평화쇼’ ‘외눈박이 외교’라는 원색적 비난을 쏟아냈다. 홍 대표는 정상회담 당일인 27일 페이스북에 “결국 김정은과 문재인 정권이 합작한 남북 위장평화쇼에 불과했다”고 적었다. 다음날에도 “이번 남북 공동성언은 (중략) 말의 성찬에 불과하다. 문 정권의 외눈박이 외교를 국민과 함께 우려한다”고 썼다. 앞서 일본 아사히TV 인터뷰에선 “한국 여론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적극 지지하는 계층은 좌파뿐”이라고 말했다.
◆ 북미정상회담을 “미국의 군사행동 명분 축적용”이라 했던 홍준표
국내에선 28일 하루종일 홍 대표를 둘러싼 논란이 벌어졌고, 29일에도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정상회담을 평가절하한 그에게 ‘십자포화’가 쏟아졌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정치권은 ‘비난을 위한 비난’이라며 홍준표 대표를 공격하고 있다. 김정화 미래당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배배 꼬인 생각으로 언제까지 배배 꼬인 정치를 하려는지 모르겠다. 의심병부터 빨리 고치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김효은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은 “가을에는 2018년 제2차 남북 정상회담이 있을텐데 위장병 생기겠다. 홍 대표님 ‘위장(胃腸)’의 ‘평화’를 위한 쇼라도 하길 권한다”고 꼬집었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에 앞서 홍 대표를 청와대에 초청해 정상회담 준비 상황을 설명하며 이해를 구했다. 그럼에도 ‘무조건적 비난’ 자세를 고수하는 홍 대표를 가리켜 표창원 민주당 의원은 “인륜에 벗어나는 행동”이라고까지 했다.
홍 대표는 지난 3월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수용하자 “미국의 군사행동 명분 축적용”이라고 말했었다. 북한의 대화 제의는 속임수이며 미국이 이를 그냥 보아 넘기지 않으리란 것이었다. 이후 남북정상회담이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위장평화쇼”란 주장을 폈고 결과물이 나온 뒤에도 같은 시각을 고수했다.
이 논리에 트럼프 대통령이 커다란 균열을 만들었다. ‘명분 축적용’에 불과하다고 했던 북미정상회담을 트럼프는 “고대하고 있다”면서 “매우 잘 돼가고 있다”고 준비 과정을 높이 평가했다.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킨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서는 “앞으로 문 대통령 전화는 최우선으로 받겠다”면서 북미정상회담을 어디서 하는 게 좋을지 개최지 후보를 놓고 상의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