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명운을 건 세기의 '도보다리 대화' 진실은?

심의 허준 작성일 18.05.01 17:2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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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션임파셔블> 시리즈에서 톰 크루즈는 상대방의 입술만 읽고 말을 알아챈다. 영화 속에서나 있을 법하다 싶었다. 실제 구화판독 전문가를 만났다. 혹시나 했다. 그는 세상의 모든 소리를 들을 수 없다. 그러나 묻는 말을 거의 똑같이 반복했다. 입술 모양을 보고 내용을 분석 판단한 것이다. 취재진은 신뢰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화면 분석을 시작했다.

도보다리 위에서 무슨 말이 오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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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선언'의 백미는 단연 도보다리였다. 전쟁과 갈등의 시간이 잠시 멈춰진 듯한 시퀀스와 미장센. 30분간 롱테이크는 세계적인 주목을 끌 만했다. 그러나 현실은 냉정하다. 둘 사이에 무슨 말이 오갔나 궁금해하지 않을 수 없다. 협상을 끝내놓고 마주한 둘 사이에서 진심이 무엇인지... 김정은 위원장은 내내 카메라를 의식했다. 그러나 거침없이 말을 했다. 본인의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분석 대상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정상회담에서는 정상의 건강이 상대국에 알려질까 봐 변기도 별도로 준비해 따로 쓰고 다시 가져간다. 조선 시대 매화틀처럼….

구화판독으로 해석한 김정은 위원장의 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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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모양을 유심히 관찰하고 또 관찰했다. 몇 단어들을 찾아낸다. 다시 같은 구간을 보고 또 보고, 또 다른 단어를 발견한다. 그렇게 문장을 추려내는 것이다. 100%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비공개라는데 왜 쓸데없는 짓을 하냐는 지청구도 있다. 그 반대로 궁금함을 풀어줬다는 반응도 있다. 두 정상 간 진심을 알고 전하고 싶어서였다. 그것이 이번 정상회담에 대한 소모적인 논란을 재우는 일이라 판단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털어놓은 말로 볼 때, 김정은 위원장은 적어도 회담에 진지하게 임했다. 북미회담에 대한 고민도 묻어있었다. '핵무기', '트럼프'란 단어가 등장했다.
간혹 미국의 의도를 묻는 내용의 발언도 포착됐다. 뉴스에는 못 말했지만, 의미심장한 듯한 문장도 더러 있었다. 김정은 위원장의 입에서는 "우리 측이 그렇게 좀 해야 되는데~"라거나 "아직은 미국이 뭐~"라고 말하는 듯한 움직임도 읽혔다. 입 모양이 또렷하지 않거나 영상 문제로 판독에 한계가 있었다.
전문가가 분석한 마지막 말은 김정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동의하는 듯한 말이었다. "그래야 하는지... 그렇지요." 두 정상은 순간 무엇인가 통한 것이다. 취재 막판까지도 혹시나 도보다리 대화를 희화화할까 걱정이었다. 기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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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보다리에 불어오는 '변화의 바람'

도보다리 대화의 고갱이는 아마 우리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전달했을 것이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도 오갔을 수 있다. 그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구화판독으로 파악할 수 있는 건 여러모로 한계가 있다. 오차도 있다. 성급한 샴페인을 터뜨리자는 게 아니다. 덮어놓고 헐뜯자는 건 더더욱 아니다.
오직 그 순간, 남과 북을 넘나드는 바람과 그 바람을 타고 날아오른 새들만이 두 정상 간의 진심을 오롯이 들었을 것이다. 조용필의 노랫말처럼 "살면서 듣게 될까~언젠가는 바람의 노래를~" 그때 도보다리에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는 소식을….

사족:그래도 우리가 말이 같아 다행이다.

박경호기자 (4right@kbs.co.kr) 

 

http://v.media.daum.net/v/201805011302488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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