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0 "반성 없는 보수에 반대"..고령층은 "정권 견제 위해 한국당 밀어야"
민주, 지난 총선 이어 수성구?북구 약진 노려지난 16일 동대구역 광장에서 만난 대학생 김모(25) 씨는 자유한국당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거침 없이 답했다. 대구 토박이라는 김 씨는 자신 뿐만 아니라 주변 친구들도 자신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역 앞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던 택시기사 이모(52) 씨의 반응은 김 씨와 확연히 달랐다. 이 씨는 "그래도 대구 이런 데는 한국당 지지층이 그대로 갈껍니더. 젊은 사람들은 약간 그런 게 있어도 우야(어떻게)든 홍준표를 밀어야지예"라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강조했다.
한때 보수의 심장으로 불렸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에서 세대 별로 표심이 갈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6?13 지방선거를 20여일 앞두고 '보수의 아성' 대구의 표심 한국당을 선택할지를 놓고 고심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 탄핵?막말 여파 속 2040세대에 '반(反)한국당' 확산
대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2012년 대선에서 얻은 평균 득표율인 51.55%를 훌쩍 뛰어넘는 80.14%의 득표율을 기록한 곳이다. 최고 득표율을 기록한 경북(80.8%)과 간발의 차이다. TK가 '보수의 아성'으로 불리는 이유다.
동대구역에서 만난 직장인 장모(43) 씨는 "대구에서도 젊은 사람들은 한국당 별로 안 좋아한다. 학력이 높을수록 그렇다"고 말했다. 장 씨는 한국당에 반감을 갖게 원인에 대해 "정부가 남북회담이든 뭐든 뭐만 하면 무조건 반대만 하니까 안 된다. 반대도 대안이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20대~40대 사이에서 형성된 한국당에 대한 반감은 일부 노령층으로까지 확산되고 있었다. 철옹성 같던 대구 표심도 지난해 박 전 대통령의 탄핵과 보수분열, 홍 대표의 막말 등이 이어지면서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대구 동구에 위치한 반야월 시장에서 생선가게를 운영하는 최모(72) 씨는 한국당을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국민학교 1학년잉교?"라고 대뜸 되물었다. 이어 "생각을 해보소. 몬 했을때는 다음에 잘할 수 있게 이리 해야지, 정치를 그 따구로 했놓고 그기 정치라고 하나"라고 성토했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당을 지지한다는 시민들도 다수 있었다. 연령이 높을수록 한국당에 대한 충성도가 비례했다. 이들은 홍 대표의 직설화법에 문제가 있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민주당이나 바른미래당을 한국당의 대안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이른바 골수 지지층인 셈이다.
반야월 시장에서 떡집을 운영 중인 이모(68) 씨는 홍 대표의 평판에 대해 묻자 "아직까지 좋아요. 대구는 막강 한국당이라 안카나"라고 답했다. 이어 "여(여기) 시장 바닥 여론조사해보면 할매들은 백프로 한국당이다"라고 강조했다.
옆집에서 야채 가게를 운영 중인 김모(61) 씨는 "근데 왜 그렇게 대통령 지지율이 높아요?"라며 대화에 불쑥 끼어들었다. 그러자 이 씨가 "가짜다. 그거는. 내 암만 봐도 가짜다"라며 "설문조사하는데 나이 묻고 하드만 딱 끊어 뿌드라(버리더라)"라고 답했다.
대구 북구에 위치한 칠곡시장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임모(57) 씨는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된 다음에는 정치에 별로 관심이 없다"면서도 "그케도(그렇다고해도) 한국당 밖에 없다 아이가"라며 지지 의사를 나타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대구에 공 들이는 홍준표…동구?북구 등 격전지 공략지방선거를 앞두고 홍 대표는 이날 오후 대구를 방문했다. 지방순회 행사가 아닌, 대구 지역을 콕 찝어 방문해 공을 들였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공동대표의 지역구인 동구 반야월 시장과 자신이 당협위원장으로 있는 북구 칠곡시장 등 두 곳만 방문한 것은, 그만큼 두 지역이 홍 대표에게 지역적 중요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동구의 경우 바른정당 소속인 강대식 동구청장이 강세를 보이고 있고, 북구에서는 민주당 홍의락 의원의 지지를 받는 이헌태 후보가 한국당을 추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구청장 중 어느 한쪽이라도 뺏길 경우 홍 대표가 타격을 입을 수 있는 격전지다.
홍 대표가 반야월 시장에 들어가자 일부 상인들이 "홍준표"를 연호했다. 홍 대표도 웃음을 띤 표정으로 상인들과 악수하며 화답했고, 핸드폰으로 '셀카'도 찍고 순대를 먹는 등 스킨십에 주력했다.
그러나 홍 대표에 대한 거부감도 목격됐다. 홍 대표 일행과 취재진이 뒤엉켜 좁은 시장 골목을 지나가며 간이 천막에 부딪히자 일부 상인들은 "뭐하러 여기까지 오노. 장사 방해하나"라는 항의가 제기됐다. 보수당 대표에 대한 상인들의 반응이 예년 같지 않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 민주, '바람' 타고 변화 이끌 수 있을까
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 수성구(김부겸)와 북을(홍의락) 등에서 이변 일으키는 등 최근 변화된 대구 분위기에 기대하는 분위기다. 수성구청장 당선과 북구에서 광역의회 입성을 노리고 있다.
지방선거의 꽃인 광역단체장 선거에선 지난 2014년 대구시장 선거보다 격차를 줄이는 것이 과제다. 당시 새누리당 권영진(현 시장) 후보가 55.95%를 얻어 40.33%를 득표한 새천년민주당 김부겸(현 의원 겸 행안부 장관) 후보를 약 15% 차이로 따돌렸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전국적으로 유리한 구도에서 치르는 만큼 한자리 수로 격차를 좁힐 수 있다는 기대감이 민주당 임대윤 후보 측에서 감지된다. 김 장관에 비해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임 후보가 권 시장의 격차를 좁힐 경우 민주당으로선 변화의 바람을 타는 셈이다.
하지만 구청장, 시의회 등에선 여전히 보수 텃밭의 아성이 견고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당 지지율에서 민주당이 앞선 결과가 자주 나오지만, 인물의 영향력이 큰 지방선거의 특성을 감안하면 실제 득표로 이어지는 것이 쉽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CBS노컷뉴스 이정주 기자] sagamore@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