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마저 초박빙.."이런 선거 처음" "막판 보수 뭉칠 것"

심의 허준 작성일 18.06.08 10:3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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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6·13] 격전지를 가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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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저녁 중구 서문시장에서 더불어민주당 임대윤 대구시장 후보가 거리 유세를 펼치고 있다. 임 후보는 “대구의 미래에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며 지지를 부탁했다. 정유경 기자

지난 5일 밤 11시께 대구 수성구 범어4동 한 술집에 ‘1-나 수성구의원’이라고 적힌 파란색 어깨띠를 한 박정권(46) 민주당 후보가 들어섰다. 그가 여성 4명이 앉은 테이블로 다가가 “대화 중에 끼어들어 죄송합니다. 우리 동네 구의원 출마했습니다”라며 허리를 숙이자, 받아든 이는 “민주당이네요? 저도 당원이에요”라며 웃었다. 박 후보가 “표가 좀 모자랍니다. 도와주세요”라고 하자, 술집 사장이 반가운 기색으로 끼어들었다. “10시에 오시지. 손님 꽉 차 있었는데….”

대한민국 보수의 ‘심장’ 대구가 심상치 않다. 선거 때면 ‘빨간색’(새누리당·자유한국당의 상징색)으로 물들던 대구 거리에, ‘파란색’(더불어민주당)과 ‘민트색’(바른미래당) 펼침막이 당당히 펄럭인다. 지난 6일 방송 3사가 칸타퍼블릭·코리아리서치센터·한국리서치에 의뢰해 2~5일 실시한 광역단체장 여론조사에서, 임대윤 더불어민주당 후보(26.4%)가 권영진 자유한국당 후보(28.3%)를 1.9%포인트 차이로 바짝 추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고)

‘보수 텃밭’ 대구가 ‘접전지’로 탈바꿈하면서 이미 대구는 선거 열기로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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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꾸고 싶다”…“믿을 사람이 없어”

민주당 임대윤-한국당 권영진 
대구시장 선거서 1.9%p차 접전

“대구(경제)가 좀 안 좋지. 더불어민주당 쪽에 사람들 눈이 많이 가는 것 같던데…. 기초(단체장)는 자유한국당이고 시장은 민주당 되지 않겠나.”

6일 대구 남구 봉덕시장에서 만난 김아무개(61)씨는 오지 않는 손님을 기다리며 나른하게 말했다. “권영진이가 뭘 할 줄 아나? 해놓은 것도 없지. 지금 너무 힘들어. 자영업자들 다 죽어요. 그런데 믿을 사람(후보자)이 없어요. 바른미래당이 좀 하면 믿어보려고 했는데, 바른미래당은 선명하지가 않아 골치가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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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남구 봉덕시장을 찾은 자유한국당 권영진 대구시장 후보가 차량 난간에 손을 짚은 채 유세 연설을 하고 있다. 권 후보는 “대구에 기업들이 작년부터 돌아오고 있다. 변화의 희망을 중단시키지 말라”고 호소했다. 정유경 기자

대구에서 만난 시민들은 박 전 대통령 탄핵의 ‘충격파’와 지역경제 침체로 인한 어려움, 자유한국당에 대한 실망감을 쏟아냈다. ‘경제 심판론’은 “대구에선 집권야당” 민주당이 아니라, 자유한국당에 화살이 돌아갔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택시기사는 “국회의원들이 시민들 알기를 뭣같이 안다. 등신같이 공천해서, 우리를 물로 보고. 회초리를 쳐야 한다”고 말했다. 30년간 잡화점을 운영했다는 정아무개(57)씨는 “옛날에는 대구가 야당이었다가 바뀌었잖아요. 대구 사람 줏대 없다 한대도 (할 수 없지), 이참에 다 바꿔버리고 싶지. 그런데 이 사람 저 사람 바꿔봐도 바뀌는 게 없으니까…”라며 말을 흐렸다. 그는 “생각있는 사람들은 이것도 저것도 아니면 바른미래당으로 가지만, 30% 정도는 (투표를 안 하는 쪽으로) ‘너희는 너희대로 정치해라’ 이럴 것”이라고 덧붙였다. 채장수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구 보수의 정서는 한국당은 아닌데, 바른미래당도 아니고 어정쩡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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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층은 한국당 명함 거부하기도”

“문재인 금마 빨갱이” 힘잃은 구호 
‘경제심판론’ 화살 되레 한국당에
“이참에 다 바꿔?” 달라진 분위기 바른미래당 ‘대안 보수’ 노리지만
민심은 “영 선명치 않아” 반신반의

반면, 민주당에 대한 거부감은 누그러졌다. 젊은 층은 한결 호의적이다. 5일 밤 서문시장 인사를 하던 임대윤 후보를 향해 30대로 보이는 청년은 “얼마 안 남았습니다. 이번엔 꼭 될 겁니다”라고 외치며 응원했다. 서문시장에서 만난 이아무개(29)씨는 “확실히 예전보다 선거를 소신대로 하려는 움직임이 생겼다”고 말했다.

달라진 분위기는 후보와 운동원들이 먼저 느낀다. 한 민주당 구청장 후보는 “예전엔 명함을 주면 패대기치고 침을 뱉기도 했다. 숨어서 ‘대구도 바꿔야 한다’고 설득했다. 지금은 (상대편이) ‘문재인 금마 빨갱이다’ 같은 소리는 숨어서 해야 할 판이다. 이것만 해도 엄청난 변화”라고 말했다.

이소영 대구대 정치학과 교수는 “대구 젊은이들은 대북 문제엔 극보수이고 복지·경제 정책엔 진보적이었는데, 최근 남북관계의 변화로 안보에서도 민주당 정책에 공감하는 이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탈한국당’ 기류에 바른미래당도 대안정당을 노린다. 윤석준(49) 바른미래당 대구 동구 광역의원 후보는 “출근시간 후보들과 명함을 돌려보면 50대 이하 직장인들은 한국당 후보 명함을 거부하는 일도 자주 본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당에 실망한 사람, 민주당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은 바른미래당을 택할 거라 본다. 충분히 해볼 만한 승부”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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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바람, 지속될까?

“염치없어 대놓고 한국당 지지못해”
여론조사선 무응답층 40% 웃돌아
‘샤이 보수’ 투표장서 결집할 수도

대구의 바람은 ‘돌풍’이 될 수 있을까. 이소영 교수는 “젊은 층은 인구도 적고, 투표율도 낮은 편이다. 반면 나이 드신 분들은 자유한국당의 약화를 우려하며 결집하는 경향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른바 ‘샤이 보수’로 숨어버린 대구의 보수 민심이 투표장에선 자유한국당에 쏠릴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시내에서 만난 한국당 지지자들은 실제로도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았다. “우리도 염치가 있는데,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지지한다고 말할 수 있나.” 택시기사 황아무개(54)씨는 ‘예전 같은 선거 분위기가 통 나지 않는’ 이유로 ‘최순실-박근혜 게이트’가 대구 시민들에게 남긴 ‘상처’를 꼽았다.

6일 발표한 방송 3사 여론조사에서 대구·경북의 무응답층은 40%를 웃돌았다. 지난해 대선에서도 4월 <영남일보> 여론조사에서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는 33.7%였지만 실제 득표율은 45.4%로, 10%포인트 넘게 많아졌다. 김상훈 한국당 대구시당 위원장은 “대구가 예전 같지는 않지만, 보수적 유권자들은 단단하게 뭉친 느낌을 받는다. 실제 투표 결과가 나오면 여론조사가 포착하지 못하는 민심이 드러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구 민심의 변화가 지속될 것인지를 두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김규원 경북대 교수는 “향후 전체 정국의 변화와 맞물리겠지만, 보수라는 큰 우산 속에서 합쳐진다면 다시 ‘보수의 본산’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최철영 대구대 교수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변화가 오고 있다는 느낌이다. 민주당이 경제 분야까지 잘하면 본격적인 정치 지형의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역 인사들은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대구 민심의 ‘흐름’에 주목하고 있다. “대구가 뒤집힐 것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그러나 분명히 이런 선거는 처음이다.”(이소영 교수)

대구/정유경 김일우 기자 edge@hani.co.kr 

 

http://v.media.daum.net/v/20180608050622603?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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