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 검찰의 재심 청구로 무죄 선고받아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 [연합뉴스 자료사진](서울=연합뉴스) 성서호 이보배 기자 = 1974년 유신헌법을 반대하는 문인들을 간첩으로 몰아 처벌했던 이른바 '문인 간첩단 조작사건'의 마지막 피해자가 검찰의 재심 청구 끝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로써 전체 피해자 5명의 간첩 누명이 무려 44년 만에 모두 풀렸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7단독 홍기찬 부장판사는 21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임헌영(본명 임준열·77) 민족문제연구소장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당시 접촉했던 사람들이 재일조선인총연맹계인 것은 인정되지만, 그들이 반국가단체 구성원이라는 점과 원고 청탁을 받은 잡지가 위장 기관지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또한 당시 수사 주체가 될 수 없는 국군보안사령부 수사관들에 의한 피의자 신문조서는 모두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임 소장은 일본에서 발행되는 잡지 '한양'이 반국가단체의 위장 기관지라는 점을 알면서도 원고를 게재하고 원고료를 받는 등 회합했다는 혐의로 김우종, 이호철, 장병희, 정을병 등 다른 문인들과 함께 1974년 1월 국군보안사령부에 구속됐다.
그해 6월 28일 법원은 임 소장 등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조사 결과 이들 문인은 국군보안사령부의 가혹 행위를 이기지 못해 허위자백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을병씨는 당시 무죄를 선고받았고 김우종, 이호철, 장병희씨는 재심 청구를 통해 마찬가지로 무죄 선고를 받았지만, 임 소장은 재심을 청구하지 않았다.
검찰은 임 소장에 대한 재심을 지난해 9월 당사자 대신 청구했다.
임 소장은 선고 직후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그때만 해도 보안사에서 수사 기록을 넘기면 그게 그대로 검찰 공소장이 됐다"며 "판결 역시 법정에서 무슨 항변을 하든 상관없이 공소장대로 이뤄졌다"고 기억했다.
그는 "다른 세 분의 문인들이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을 당시는 이전 정권 때였다"며 "그때는 민족문제연구소와 내가 보수 정권으로부터 직간접적으로 많은 탄압을 받던 때라 나까지 재심을 청구하면 다른 이들의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겠다는 공포감에 청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나보다 더 억울한 사람도 많을 텐데 이번 기회에 모든 관련자가 누명을 벗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soho@yna.co.kr, bob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