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 전 총리 죽음 미화, 안타까워
정치인의 죽음은 '영향력'으로 평가해야200억 축재, 욕심으로 정치했단 증거
지난 토요일 별세한 3김 시대 마지막 인물이죠. 고 김종필 전 국무총리. 어제 행정안전부 장관이 장례식장을 찾아서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했습니다. 국무회의 의결 사항이지만 국무회의가 장례 뒤에 열리기 때문에 우선 추서를 한다, 이렇게 밝혔습니다. 그런데 이것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어제는 저희가 훈장 추서를 해야 한다는 이완구 전 총리와의 인터뷰를 진행했는데요. 이완구 전 총리는 그랬죠. “누구에게나 명암이 있는데 우리 사회는 영웅에 대해서 너무 인색하다. 자기 자신을 먼저 돌아봐라.”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이 인터뷰를 듣고 청취자분들의 문자가 상당히 많이 들어왔습니다. 비판적인 문자도 상당히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오늘은요, 어제가 찬성의 뜻을 가진 분의 인터뷰였다면 오늘은 반대 뜻을 가진 분들을 대표하는 인터뷰가 될 것 같은데요. 훈장에 반대하는 분들은 왜 반대하는 것인지 들어보죠.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 연결이 돼 있습니다. 황교익 선생님, 안녕하세요?
◆ 황교익> 네, 안녕하세요. 황교익입니다.
◇ 김현정> 사실은 음식평론으로 제가 늘 인터뷰를 하다가 오늘 이런 주제로 모시니까 좀 어색해요, 제가.
◆ 황교익> 저도 어색합니다. 직종 관련된 것은 제가 페이스북이나 SNS상에서는 자주 시민의 자유니까 그걸 달지만 정치 관련되는 것은 사실 인터뷰나 이런 것은 하지 않거든요. 그런데 지금 상황이 이렇게 된 마당이니까 제가 반대하는 사람의 시민의 대표적인 사람으로 언론이 내세우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인터뷰를 합니다.
◇ 김현정> 논쟁이 너무 커졌기 때문에 사실은 뭔가 나와서 말씀을 하실 필요가 있겠다 싶어서 지금 좀 망설이다가 오늘 나오셨어요. 인터뷰에 나서셨습니다. 우선 그러면 이유부터 들어보죠. 왜 SNS에다가 고 김종필 전 총리의 죽음을 애도하지 말라고 쓰신 겁니까?
◆ 황교익> 김종필 전 총리의 부음이 전달되면서 언론들이 내는 기사들의 뉘앙스가 그 한 사람, 정치인의 한 사람에 대한 평가라기보다는 그 주변의 말들. 그러니까 김종필 전 총리가 가지고 있었던 예술적 취향이라든지 정치인으로서의 풍운의, 정말 길게 정치를 했잖아요. 그래서 그 과정에서의 에피소드라든지 이런 것으로 포장이 되는, 미화되는 느낌을 받았어요.
◇ 김현정> 미화가 되는 느낌을 주말 내내 받았다.
◆ 황교익> 우리는 한 사람이 죽으면 그 죽음에 대해서 무조건 애틋하게 생각해야 된다는 그런 정서들을 가지고 있죠. 그런데 개인에 대해서는 그런 애틋함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정치인의 경우는 좀 다르거든요. 정치인은 그냥 한 개인이 아니라 그 정치인이 끼친 영향력을 생각하면 그냥 개인적인 애틋함 가지는 것을 뒤로 미뤄야 됩니다.
◇ 김현정> 무조건 미화하기에는 정치인은 공인이다, 사회에 끼친 영향이 크다. 그런 말씀이신 거예요.
◆ 황교익> 그렇죠. 그 정치 행위를 통해서 온 국민들의 삶에 영향을 미 친 거잖아요. 그래서 정치인의 죽음은 사실 개인적인 죽음, 생물학적 죽음이 아니죠. 정치인은 죽어도 죽지 않습니다.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평소의 정치적인 스탠스가 후세에 다 영향을 미치죠. 그래서 그 정치 행위를 한 것에 대한 죽음 앞에서는 오히려 더 좀 냉정한 그런 평가의 말들이 있어야 되는 것인데 우리는 사적인 죽음으로 공적인 일에 대해서 덧칠을 하고 미화하는 그런 언론의 뉘앙스들을 느꼈고요. 그러면서 어떻게 5.16 군사 쿠데타 세력에 대해서도 미화하고 하는 이런 움직임이 있다는 것이 좀 시민의 입장에서는 보고 듣기가 많이 거북했습니다.
◇ 김현정> 거북하셨다. 그런 와중에, 그런 와중에 정부가 관례에 따라 무궁화장. 민간인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훈장이죠. 무궁화장을 추서하겠다, 입장을 발표하면서 논쟁이 더 격화가 됐습니다. 그건 어떻게 보세요? 그냥 미화하는 문구, 기사 정도가 아니라 훈장이 수여가 된 건데.
황교익 맛칼러니스트 (사진= 황교익 페이스북)◆ 황교익> 국가의 이름으로 훈장을 수여한다는 것이 공과 과가 있다, 이렇게 이야기하는데 모든 사람의 인생사는 다 그렇죠. 잘한 일만 있고 잘못한 일만 있겠습니까? 그런데 김종필 전 총리가 가지고 있는 정치의 가장 중요한 지점은 쿠데타 세력의 일부였다는 거죠.◇ 김현정> 5.16.
◆ 황교익> 자신의 입으로는 스스로 주역이라고 이야기했어요. 박정희는 그냥 얼굴마담이었다라고까지 이야기를 했는데.
◇ 김현정> 내가 주역이고 박정희는 얼굴마담이었다 라고까지 스스로 말씀하신 분이다?
◆ 황교익> 그렇죠. 그렇게 말씀을 하신 것을 근거로 한다 그러면 민주공화정의 국가 운영의 기본 틀을 훼손시킨 장본인이거든요. 총을 가지고 권력을 찬탈한 사람이잖아요. 민주공화정인 대한민국, 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시민으로서 총으로 권력을 찬탈한 자한테 훈장을 수여한다는 것이 지금 올바른 일인가. 그렇다 그러면 그와 유사한 경우, 전두환도 마찬가지죠.
◇ 김현정> 5.18 학살의 장본인인데.
◆ 황교익> 공과 과, 이렇게 따진다고 그러면 전두환의 공도 없겠습니까? 따지고 보면 있겠죠. 어딘가에서 나오겠죠.
◇ 김현정> 알겠습니다.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해서 찬성의 입장을 밝혔던 이완구 전 총리는 그러셨어요. “누구에게나 공과가 양면이 존재한다. 반대하시기 전에 본인들 인생은 어떤지 돌아보시라.” 이 말을 어제 여러 번 하셨거든요.
◆ 황교익> 본인들 인생을 왜 돌아보라는 그런 말씀을... 무슨 철학자이십니까? 요즘 정치 안 하고 철학하시는 건가요? 본인 인생 돌아보고 말고는 각자가 알아서 하는 일이고 시민의 입장에서는 정치인들이 바른 정치 행위를 하고 있는가를 늘 들여다봐야 되는 거죠.
◇ 김현정> 정치인과 일반 시민은 일단 다르다, 그 말씀하시는 거예요. 돌아볼지 말지는 시민들 각자가 결정할 문제다. 하지만 정치인의 과거에 대해서는 같이 돌아봐야 된다.
◆ 황교익> 정치인이 해야 될 말과 하지 말아야 될 말의 분별이 있어야 되는데 분별력을 잃은 거죠. 어떻게 정치적 의견을 드러내는 시민들한테 대고 “당신의 삶을 돌아봐라.” 이런 말을 해요? 정치인이 시민의 위에 서가지고 지도하고 이끌고 나간다는, 아직까지도 유신시대의 생각을 가지고 있는 건가요?
◇ 김현정> 그렇게까지 보셨군요.
◆ 황교익> 굉장히 기분이 나빠요. 그런 말은 하는 것이 아니죠. 적어도 각자의 삶을 되돌아봅시다. 이런다고 그러면 돼요. 그런데... (웃음)
◇ 김현정> 알겠습니다. 그런데 이완구 전 총리가 어제 방송 인터뷰 끝낸 후에 저희 제작진한테 문자를 하나 보내오셨어요. “우리 정치 민주화의 중요한 전환점이 됐던 김대중 정부의 탄생. 이 탄생 배경에는 DJP 연합이 있었다. DJP 연합 없이는 불가능했는데 JP가 황교익 선생 생각처럼 문제 있는 사람이라면 JP와 손잡은 DJ에 대해서는 뭐라고 평가하시겠는가.” 이런 문자를 주셨습니다.
◆ 황교익> 김종필 전 총리가 가지고 있었던 정치의 스탠스는 '무조건 살아남기'죠. 김대중과 김영삼, 두 정치 거물은 각각 전라도와 경상도를 대표하는 그런 위치에 있으면서 대통령이 되려고 할 때 뭔가 지지를 얻는 게 참 힘들었죠. 이런 것을 지역을 나누는 것으로 김종필은 자기의 정치 권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겠죠. 박정희가 지역감정을 유발시켜서 장기 집권을 기획을 한 사람이고 그것을 고착화시킨 사람이 김종필이죠. DJP 연합은 그 정도의 일이죠. 그게 국민을 위해서 좋은 일을 한 것이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 김현정> 그것도 대단한 것처럼 얘기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사진= 황교익 페이스북)◆ 황교익> 김종필 전 총리가 국민을 위해서 뭔 일을 했다고 할 수 있는 것들. 공의 경우야 뒤져보면 있겠죠. 그런데 정치라는 게 거의 대부분이 자기의 권력욕과 물욕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한 그 정도 일이죠.◇ 김현정> DJP 연합 역시 그런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 황교익> 사실 박정희와 김종필의 후배라고 할 수 있는 전두환이 집권했을 때도 얼마나 많은 부정 축재를 했기에 김종필의 뒤를 다 털어가지고 부정축재가 한 200억이었나요. 넘었죠. 그때 당시 이백몇십 억이라고 그러면 어마어마한 돈이죠.
◇ 김현정> 어마어마한 돈이죠.
◆ 황교익> 그 돈을 부정 축재하고 했던 그게 국가를 위해서 총을 들고 나선 그런 사람입니까? 자기 일신상의 욕심으로 정치를 한 사람이지. 그 정도의 사람한테 어떻게 국가가 훈장을 수여할 수 있습니까? 시민의 입장에서는 그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 김현정> 어제 김부겸 장관이 가서 훈장 추서를 하고 오셨거든요. 이거 그러면 어떻게 다 물려야 된다고 생각하세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 황교익> 뭐 규정이 그렇게 돼 있는가 봐요. 국무총리를 하게 되면 그냥 당연히 훈장. 이거는 일종의 정치인들이 정부 관료나 이렇게 되고 나면 그냥 훈장이 자동으로 수여되게 만들어놓은, 일종의 훈장 나눠먹기인데...
◇ 김현정> ‘훈장 나눠먹기다. 국무총리 지낸 사람은 왜 다 주는가.’ 이 말씀이세요.
◆ 황교익> 그렇죠. 시민들의 뜻이 훈장에 좀 반영되게끔. 민주공화정에서 훈장이라는 것은 국가가 수여하는 것으로 모양을 가지고 있지만 시민이 수여하는 것과 마찬가지거든요. 그래서 시민의 뜻이 좀 반영될 수 있는 그런 훈장이 돼야 되는 거 아닌가...
◇ 김현정> 지금 문자가 굉장히 많이 들어오는데 응원 문자도 들어오지만 일각에서는 “이러다가 정치 칼럼니스트 하시는 겁니까?” 정치적인 의견 제시하신 다음부터 욕문자도 많이 받으시죠, 황 선생님?
◆ 황교익> 그렇죠. 정치 칼럼니스트로 전업한 거냐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데 민주공화정의 시민은 정치에 대해서 누구든지 이야기할 수 있는 자유가 있죠. 저는 정치와 관련되는 칼럼을 쓰지도 않고요. 정치 시사 프로그램에 고정 패널로 나와서 떠들지도 않고 그런 일에 대한 제안들이 있지만 일체 거절하거든요. 정치 관련되는 일로 돈벌이하지 않습니다. 정치도 하지 않을 거고요. 어떤 공직도 저는 하지 않겠다는 것을 선언한 것은 참 오래됐고요. 저는 음식과 관련되는 일로 밥벌이를 하는 맛 칼럼니스트라는 직업을 그대로 유지를 하고요. 시민으로서, 민주공화정 시민은 당연히 정치 이야기를 어떤 말이든지 할 수 있는 자유가 있습니다. 그 자유의 말을 하는데 반향이 좀 크니까 이렇게 불려나와서 이야기를 하는 거지.
◇ 김현정> 다음에는 제가 음식 이야기로 모실 가능성이 큽니다마는 정치적 발언도 굳이 꾹꾹 눌러서 참지 마시고요. 다음에 또 기회 있을 때 모시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황교익> 당연히 해야죠. 고맙습니다.
◇ 김현정> 황교익 씨였습니다. < 속기= 한국스마트속기협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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