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령 문건' 알고도 4개월 보낸 송영무, 文 '질책성 수사지시"

심의 허준 작성일 18.07.11 16: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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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무사 개혁 '큰틀'에서 해결하려 하고, 사실관계 파악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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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송영무 국방부장관이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브리핑실에서 기무사 특별수사단 대통령 지시 관련해 브리핑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과거 촛불집회 당시 국군기무사령부가 계엄령 검토 문건을 작성한 것과 관련, 독립수사단을 구성해 신속하고 공정하게 수사할 것을 국방부장관에게 지시했다. 2018.07.10. amin2@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문재인 대통령이 '위수령·계엄령 검토 문건'을 작성한 국군기무사령부에 대해 고강도 조사를 주문한 것은, 송영무 국방부 장관에 대한 질책성 성격도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11일 청와대 및 국방부에 따르면 송 장관은 지난 3월 기무사의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수행방안' 문건에 대해 보고를 받았다. 지난해 3월10일 있었던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결정에 따른 시나리오가 담겨있었던 그 보고서다. 탄핵안이 기각될 경우 위수령과 계엄령을 통해 시위를 막는 방안까지 언급이 됐었다.

송 장관은 이후 약 4개월 동안 기무사의 '계엄령 검토' 사실을 인지하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방부측은 '문건 내용을 은폐하려고 한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그렇지 않다"면서도 "현재 단정적으로 답변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국방부가 본격적인 조사에 나선 것은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5일 관련 문건을 폭로한 뒤의 일이다. 송 장관은 지난 6일 문건이 언론에 보도되자 "철저히 확인하라"고 지시했지만, '뒷북'에 가까웠다. 국방부가 처음 문건을 파악한지 4개월이 지나서야, 그것도 언론에 보도가 된 이후에 군검찰단의 수사가 시작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10일, 문 대통령이 국빈방문을 한 인도 현지에서 기무사에 대한 독립수사단을 구성해 신속하고 공정하게 수사할 것을 송 장관에게 명령하기에 이르렀다. 문건 내용이 알려진 이후 청와대 참모진들이 관련 논의를 진행해왔고, 사건의 위중하다고 판단한 문 대통령이 순방 중임에도 즉각적인 지시를 내렸다.

문 대통령의 해당 문건 인지 시점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려진 게 없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송 장관이 파악한 지난 3월 해당 문건을 인지했는지,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이 보고를 했는지 여부 등에 대해서는 "칼로 두부를 자르듯 말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회색지대같은 부분이 있다"고만 설명했다. 다만 문 대통령이 계엄령 문건을 인도 현지에서 처음 본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분명한 것은 송 장관이 4개월 동안 해당 건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고, 해결 방식의 초점도 정확한 사실관계 파악에 맞춰져 있지 않았었다는 것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송 장관은 기무사 개혁이라는 큰 틀에서 계엄령 문건 문제를 같이 해결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그는 전날 "기무사 개혁과 수사는 별도"라며 "누구의 지시로 병력과 탱크를 어떻게 전개할지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이 담긴 문건을 기무사가 만들게 됐는지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던 바 있다. 송 장관의 접근 방식에 청와대가 만족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결국 문 대통령이 송 장관에 질책이 담긴 특별지시를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전날 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전달하면서 "현 기무사령관이 계엄령 검토 문건을 보고한 이후에도 수사가 진척되지 않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한 것"이라며 "기존 국방부 검찰단 수사팀에 의한 수사가 의혹을 해소하기에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독립수사단이 국방부 장관의 수사지휘를 받지 않고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는 점에서도 이같은 기류가 읽힌다.

문 대통령의 질책성 지시는 '개각'을 앞둔 시점에서 이뤄졌다. 송 장관은 최근 "(성범죄 예방을 위해) 여성들이 행동거지라든지 말하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고 말해 입지가 흔들리는 상황이기도 하다. 김 대변인은 이날 개각과 관련해 "아직 대통령이 결심을 하거나 생각의 범위를 좁힌 것 같지는 않다"며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하고, 이야기를 듣고 있다"고 말했다.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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