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스코이 첫 발견 잠수사 "보물 못봤고 얘기도 안나와"

심의 허준 작성일 18.07.22 11: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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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견 당시 조타기 실외로 흘러나와..선적물 유실 가능성도"

(서울=연합뉴스) 탐사보도팀 오예진 기자 = 침몰한 러시아 군함 돈스코이호로 추정되는 선체를 2003년 처음으로 발견했던 잠수 기술자가 '보물선 소문'에 대해 첫 발견 당시엔 없었던 얘기라며 회의적 의견을 내놨다.

러시아 발틱함대 소속의 1급 철갑순양함 드미트리 돈스코이(Dmitri Donskoii)호는 1905년 러일전쟁 당시 울릉도 인근에서 침몰했으며, 2003년 5월 이 배로 추정되는 선체가 해저에서 처음 발견됐다.

해저탐사 전문업체 S사 이모 대표는 22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2003년 탐사로 선체를 발견할 당시) 금화나 금괴 얘기는 못 듣고 '배를 찾아달라'는 용역만 받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당시 동아건설과 한국해양연구소(현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의뢰를 받고 저동 앞바다 탐사작업을 벌여 경북 울릉군 저동리 해안에서 2km쯤 떨어진 약 400m 깊이의 물 밑에서 돈스코이호로 추정되는 침몰선을 찾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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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스코이호 추정 선박 발견' 기자회견 (서울=연합뉴스) 동아건설 김시웅 사장(가운데)과 변상경 한국해양연구원장 등이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돈스코이호로 추정되는 침몰선체 탐사 과정과 결과 등을 공개하고 있다. 2003.6.3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 대표는 "동아건설에서 (발굴사업) 의뢰를 받은 한국해양연구소 측이 3년간 실패를 거듭하다가 저에게 연결이 됐다"며 의뢰 당시나 첫 발견 당시에는 금괴나 금화 등 보물에 관한 얘기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동아건설의 발굴 사업에) 금괴 발견 목적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선체에 금괴가 있었는지에 관한 질문은 안 나왔다"고 밝혔다. 동아건설 측이 그런 내용은 물어 보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당시 1차 목표는 일단 배의 실존 여부를 파악하는 것이었다며 "금화나 금괴가 있다는 얘기는 일이 다 끝난 후 신문에 나왔다"고 말했다.

돈스코이호에 엄청난 양의 금화와 금괴가 실려있다는 소문은 오래 전부터 아련한 전설처럼 이어져 왔으며, 1981년에도 민간 업체가 이 배를 찾아내려고 시도했으나 실패한 적이 있다. '돈스코이 보물선' 얘기가 일반에 널리 알려진 것은 1999년 동아건설이 탐사에 착수하면서부터다.

이 대표는 선체 발견 당시 금화나 금괴 등은 전혀 보지 못했고 볼만한 여건도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물 속 배의 모습에 대해 "(배의) 운전대와 같은 '조타기'가 밖으로 흘러나와 있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이어 "배가 침몰하면 물의 저항이나 배의 무게 때문에 보통 두 동강이 난다"면서 "조타기가 튀어나왔을 정도면 연돌(증기기관의 굴뚝) 정도는 다 날아갔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선적물이) 유실됐을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다만 이 대표는 "우리가 본 건 선체의 일부분이고 전체를 보지는 못했다"면서 "선체나 선적물의 유실 가능성이나 유실 정도까지 다 조사를 한 것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그는 "인양까지 하는 조건으로 계약했지만 동아건설이 부도가 나 추가 작업을 하지 못했다"면서 "그 이후 (바다에) 들어가 본 사람은 없었다"고 말했다.

동아건설은 2000년 11월 부도를 낸 상황에서도 돈스코이호 발굴 추진설로 한동안 주가가 급등하는 등 부침을 겪다가 2001년 상장이 폐지됐다. 이 대표가 돈스코이호를 처음 발견한 것은 동아건설이 파산절차 도중 소액주주 등의 요구로 한동안 탐사작업을 계속하던 때였다. 동아건설이 받았던 발굴승인의 기간은 2014년 만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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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스코이 호 (서울=연합뉴스) 러시아순양함 돈스코이호 출항 모습. 2018.7.22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 제공]

당시 발견한 선체가 돈스코이호가 맞는지에 대해 이 대표는 "배 앞부분이 튀어나온 그 시기의 방식으로 돼 있는 것으로 발견됐고 함포가 거치된 것이 보였다"고 설명하고 "또 러일전쟁 당시 기록된 침몰 위치 인근에는 돈스코이호 외에 침몰한 다른 전함이 없다"며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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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년 만에 드러난 이름 '돈스코이' (서울=연합뉴스) 신일그룹은 지난 15일 오전 9시 50분께 울릉군 울릉읍 저동리에서 1.3㎞ 떨어진 수심 434m 지점에서 돈스코이호 선체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돈스코이'(Donskoii)로 보이는 선체 표면의 영문자. 2018.7.22 [신일그룹 제공=연합뉴스]

최근 돈스코이호 탐사가 다시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신일그룹이 17일 돈스코이호 선체를 발견해 인양을 추진키로 했다고 밝히면서부터다. 이 기업은 지난 15일 오전 울릉군 울릉읍 저동리에서 1.3㎞ 떨어진 수심 434m 지점에서 돈스코이호 선체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돈스코이호에 현재 가치로 약 150조원의 금화와 금괴 약 5천500상자(200여t)가 실려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으며, 관련 테마주가 급등락하는 등 파장도 커지고 있다.

돈스코이호에 실렸다는 보물에 대한 소문이 한 번도 확인된 적은 없다

2000년대 초 돈스코이호 탐사 때 정부와 동아건설에 선박 인양에 따른 국제법상 문제의 자문을 제공했던 이석용 한남대 법대 명예교수는 "(러일전쟁 때) 금괴나 금화가 중요 가치저장 수단이었을 테니 필요한 돈은 갖고 다닌게 맞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액수가 너무 크게 부풀려져서 150조 원 등은 지나친 것 같다"면서 "어느 정도 (배 안에) 있어도 유실됐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신일그룹 돈스코이호 국제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우리도 공식적으로 150조 원 이라는 발표를 한 적은 없다"면서 "(금괴 여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 지금 현재 '정답'"이라고 말해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20일 신일그룹으로부터 돈스코이호 인양을 위한 발굴승인 신청 신청서류를 접수했으나 서류가 미비해 보완을 요구했다. 신일그룹이 서류에 적어 낸 추정 가치는 10억원에 불과했다.

첫 발견 당시 발굴사업을 했던 동아건설 측은 1999년 발굴승인 신청 당시 추정 가치로 50억원을 적어 냈으며, 최근에는 "우리는 돈스코이에 금 500㎏ 정도 있는 것으로 추정하며 현재 가치로는 220억원 수준으로 본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한편 동아건설 측은 '돈스코이호 최초 발견'의 권리를 주장하고 있어 앞으로 신일그룹 측과 다툼이 예상된다.

이 회사는 지난 19일 기자회견을 열어 "포항 해양청에 허가를 받아 정상적인 루트로 해당 함선을 찾아낸 우리에게 최초 발견자의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동아건설은 "신일그룹이 한 일은 우리가 먼저 발견한 좌표에 가서 과거보다 좋아진 장비로 비교적 선명한 영상을 촬영한 것에 불과하다"며 "아직 정식 발굴 허가를 받지 않은 신일그룹이 만약 금화 한 개라도 끌어올리면 그것은 도굴"이라고 강조했다.

ohyes@yna.co.kr 

 

http://v.media.daum.net/v/20180722101006240?rcmd=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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