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정부의 대북 정책에 심대한 영향을 미쳤던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그의 유가족이 주장한 것처럼 북한에서 고문 등 가혹 행위를 당하지는 않았고, 그가 북한에서 자살을 시도하다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의 언론 매체인 GQ 매거진은 ‘미국인 인질 오토 웜비어의 밝혀지지 않은 이야기’라는 제목의 8월호 특집 기사를 통해 관광 목적으로 북한을 방문했다가 의식불명 상태로 미국으로 돌아와 사망했던 웜비어 사건의 전말을 심층 추적한 장문의 탐사 보도를 통해 이같이 전했다.
웜비어는 2016년 새해를 북한에서 맞기 위해 방문했고, 숙소인 평양 양각도 호텔에서 북한 체제 선전물을 훔치려 했다는 혐의로 1월 2일 공항에서 체포됐다. 그는 그해 3월 반국가범죄 혐의로 15년 노동 교화형을 선고받았고, 그 후에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2017년 6월 미국으로 돌아왔다가 6일 만인 6월 19일에 사망했다.
그의 부친 프레드 웜비어는 “아들이 북한에서 극심한 고문을 당했다”면서 “북한 측 관계자가 집게로 그의 아래쪽 치아를 건드려 치열이 흐트러졌고, 팔과 다리가 심하게 뒤틀려 있었다”고 주장했다. GQ 매거진은 그러나 웜비어를 북한에서 데리고 나왔던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담당 주치의 마이클 플루엑키저 등과의 광범위한 인터뷰를 통해 웜비어가 북한에서 고문을 받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전했다. 북한은 웜비어가 보툴리누스균(식중독)에 중독된 상태에서 수면제를 복용한 뒤 혼수 상태에 빠졌다고 밝혔다.이 매거진은 웜비어가 뇌에 손상을 입은 것은 그가 자살 시도를 한 데 따른 결과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웜비어가 강제 수용소와 같은 북한에서 15년 동안 징역을 살아야 함에도 북한 당국자들이 2개월 동안 미국 정부가 그를 도와줄 수 없다는 얘기를 했을 때 그가 가족, 여자 친구, 월가에서 일할 꿈 등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웜비어의 고문으로 사망에 이르렀다는 주장이 나온 것이 미국 내부의 정치적 선전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코리아위기그룹(KRG)의 안드레이 란코프는 “웜비어가 북한에서 육체적인 고문을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나 그를 북한의 잔인성을 폭로하는 상징으로 만들어 대북 군사 작전을 정당화하려는 캠페인이 전개됐다”고 강조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