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무사증 입국 '악용' / 中 출신 일당 2명 구속 기소
“제주에 무사증으로 입국한 뒤 체류 자격을 변경해 서울로 보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중국 출신 A씨는 올해 초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위쳇 등에 이런 광고를 올렸다. 제주특별법상 제주도에 사증(비자) 없이 입국하면 제주도 밖으로 나갈 수 없는데, 난민 신청을 하면 가능하다는 점을 알고 나서다.
혼인 귀화한 그는 평소 알고 지내던 중국 국적 조선족 B씨와 한국에서 돈을 벌려는 중국인들을 상대로 허위 난민 신청을 대행했다. A씨가 위쳇 등을 통해 연락해 온 중국인을 B씨에게 소개하면, B씨가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 동행해 난민 신청과 체류 자격 변경 허가 신청을 도와줬다.
“파룬궁을 믿는다는 이유로 중국에서 박해를 받고 있다.”
이들이 작성한 난민 인정 신청서에 공통적으로 들어간 문구다. 중국 정부는 기공 수련 단체인 파룬궁을 사교로 규정하고 국내 활동을 금지하고 있다.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제주지검으로부터 제출받은 이들의 공소장에 따르면 이들은 올해 3∼6월 이 같은 수법으로 중국인 9명의 허위 난민 신청을 알선했다. B씨는 이들 외에 2명을 추가로 도왔다. 한 명당 5만5000∼6만5000위안(약 900만∼1645만원)을 받았다.
올해 6월 초쯤 예멘 난민 신청자 급증으로 제주도 난민 문제가 불거지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난민 신청자의 도외 이탈이 제한돼서다.
이들은 결국 위조된 주민등록증을 사용해 무단 이탈을 돕다 덜미를 잡혔다.
B씨는 지난 8월 제주국제공항에서 중국인 C씨에게 또 다른 브로커를 통해 위조한 주민등록증을 주며 탑승 수속 과정에서 제시하게 했다. C씨가 이 과정에서 경찰에 붙잡히면서 이들의 범죄 행각은 약 3개월 만에 끝났다. 이들 모두 출입국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제주 무사증 입국자 무단 이탈 방지는 제주 현안이다. 지난 4일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은 대책 마련을 위해 제주경찰청과 제주해양경찰청 등 유관 기관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들 기관은 무사증 입국자의 무단 이탈 시도와 알선 브로커 검거를 위해 정보 공유와 무단 이탈에 쓰인 선박 등에 대한 행정 제재 강화 방안을 마련하는 등 업무 공조를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