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말고요.
얼마 전 토론회에 나온 유시민이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에 어떤 이들은 이 '진영'이 진보/보수 진영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단정짓고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라며 눈에 쌍심지를 켰고
어떤 이는 자신이 진영논리를 극혐한다면서도 정작 진영논리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어버버하는 모습을 보여줬죠.
우리는 진영논리에 따르지 않고 공정하게 바라봐야한다는 취지인 것 같은데...
이에 어떤 사람은 핵심을 찌르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인간은 어떠한 주제에 대해 주장을 펼치기 위해서는 자기 생각을 정해야합니다.
이 생각이 모두 같을 수는 없고, 같을 이유도 없을 뿐더라 다르기 때문에
더 나은 방향을 찾을 수 있는 토론으로 연결되기도 하죠.
페미니즘에 관한 주제를 예로 들자면
페미니즘 자체를 극혐하는 사람들이 있는가하면
페미니즘의 사상에는 찬성하지만 급진적인 메갈/워마드는 꺼려하는 사람도 있고,
극단적 페미니즘을 찬성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죠.
열사람이 있다면 열사람 모두 각자의 성향에 맞게 생각을 하게 되고, 입장을 정하게 됩니다.
단순히 페미니즘에 대한 논쟁으로 가는 경우에는
페미니즘을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의 진영으로 갈리게 되겠지만,
메갈/워마드의 사상에 찬성하느냐한다면
페미니즘을 찬성하는 세력 내에서도 찬성/반대가 갈리게 됩니다.
즉, 주제에 따라서 각자가 선택할 수 있는 성향은 갈리게 되고
때문에 나와 의견이 같은 사람이 다른 주제에도 같은 의견일 수는 없는겁니다.
(같은 생각을 공유할 수 있었던 프로토스는 이제....)
즉, 유시민이 하는 이야기는 진영은 진보/보수의 이야기가 아니라
어떠한 주제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말하는겁니다.
조국장관을 찬성하는 입장/반대하는 입장.
조국장관 가족에 관한 현재 수사가 과도하다는 입장/적절하다는 입장.
이러한 입장들이 모이면 하나의 진영이 됩니다.
조국장관을 찬성하는 진영/ 반대하는 진영.
조국장관 가족에 관한 수사가 과도하다는 진영/ 적절하다는 진영.
자신이 보고 들은 정보와 살아온 삶으로 형성된 가치관이 만나서 입장을 정하게 된다면,
그 때부터는 자신의 입장 혹은 주장에 맞는 근거를 찾게 됩니다.
불리한 정보는 축소시키고 유리한 정보는 믿게 되죠.
정보를 편취적으로 선택하여 자신의 입장을 좀 더 공고히 하려하고
이것을 보통 진영논리라고 합니다.
인간이 항상 양쪽 면을 볼 수 있다면야 좋겠지만,
입장을 정하고 그 주장을 대변해야하는 상황이 오면 그럴 수 없습니다.
사람은 그렇게 냉정하고 객관적이지 못합니다.
사실 냉정하고 객관적이 되는 방법은 쉽습니다.
철저하게 방관자가 되거나 철저하게 해당 주제를 무시하는 방법.
즉, 어느 진영에도 속하지 않려고 노력하면 됩니다.
그러나 주제에 뛰어들어야하면서도 중립적이 되어야하는 몇몇 역할군이 있습니다.
이분은 여상규입니다.
자한당의 국회의원이자 법사위원장으로 청문회 사회를 맡았던 인간입니다.
자한당이라는 포지션과 조국에 반대하는 입장에 섰던 인간이지만
청문회 날 만큼은 중립자의 위치를 지켜야했죠.
그러나 그러지 못했습니다.
이분은 손석희입니다.
언론인이죠.
유시민이 말했던 '이분만 그러지 않으면 된다'라고 말했던 그분입니다.
(그리고 토론회에서 사회자이기도 했습니다)
왜냐면 그는 양쪽의 주장을 충분히 비교하여 실체적 진실에 다가가야할 의무가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 스스로가 사람들이 내리는 정보를 제공하는 주체자이기 때문에 더욱 엄격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쪽에게 유리한 정보만 일방적으로 제공을 하게 된다면 편파적이라는 논란에 빠지게 되죠.
사람이 어떠한 주제에 대해 판단을 하고 입장을 정하고 그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주장하는 것은
결코 나쁜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그러한 행위는 필연적으로 편향적 사고에 빠지게 합니다.
스스로 유리한 정보만 취득하고 불리한 정보는 배제하거나 별것 아닌 정보로 넘기는 행위도 그 일부고요.
그리고 보통 가장 진영논리에 심취하여 편향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은
그 스스로 편향적이지 않고 진영논리에 속해있지 않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입니다.
그 스스로 편향적이라고 인정을 할 수 있어야 상대의 주장이 뭔지 들을 수 있으니까요.
스스로에게 유리한 정보만 옹호하고 부정적 정보는 거부하는 행위,
내편과 니편을 갈라서 싸워대는 행위에 혐오감을 느끼고 이에 반대하는 것 또한 틀린 생각이 아닙니다.
아 물론 '그래서 진영논리가 정말 필요한 것이냐 필요없는것이냐'의 논제로 간다면 그 사람들 또한 진영논리에 속해서 싸우게 되겠지만요.
머리 아픈 논쟁이지만, 앞서 말했듯 이러한 논쟁들이 있어야 다음 단계로 갈 수 있는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어렵지만 필요한 행위들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보통 이런것들을 하는 인간들을 정치인이라고 하고요.
모든 사람의 목소리를 한번에 낼 수 없으니 목소리를 대변해줄 수 있는 사람을 뽑는 행위를 투표라고 합니다.
뭐 여튼.
이런 재미도 없고 광화문에 몇십명이 모였네 몇백명이 모였네가 중요한 상황에서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자꾸 이런 멍청한 댓글이 달리는걸 방지하기 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