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 ◀ 앵커 ▶
어제 추가로 공개된 기무사 계엄령 문건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MBC가 이 문서를 자세히 분석해보니 노골적으로 쿠데타를 모의한 계획도 담긴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사실 작년에도 이런 문건이 하나 공개됐었는데 작년 문건은 이 쿠데타 모의를 은폐하기 위해서 민감한 부분을 삭제, 수정한 거라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먼저, 조국현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지난해 7월 기무사령부 계엄령 문건이 공개됐습니다.
민주주의가 정착한 21세기에 군이 계엄령을 검토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격적이었습니다.
당시 기무사 대령은 조사를 지시한 국방장관에게 대들었고, "만약을 대비하기 위해 위수령과 계엄령 모두를 검토했을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민병삼 대령/100기무부대장] "위수령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법조계에 문의해보니 최악의 사태를 대비한 계획은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새로 공개된 원본 문건은 이 해명과 다릅니다.
촛불시위가 절정이던 2017년 2월 기무사가 작성한 <현 시국 관련 대비계획>이라는 문서입니다.
기무사 해명과 달리 위수령 얘기는 전혀 없고, 계엄령 추진 계획만 총망라돼있습니다.
추진 계획은 훨씬 더 구체적이고 노골적입니다.
먼저 당시 상황에 대해 보수-진보 대립이 지속되고 있다고 했는데, 진보는 종북이라고 적시했습니다.
국가비상사태 조기 안정화를 위해 비상계엄 선포 필요성이 대두됐다고도 했습니다.
위수령이나 경비계엄은 처음부터 고려 대상이 아니었고, 전국 비상계엄만 추진한 겁니다.
계엄 계획은 철저하게 비밀리에 추진했습니다.
정부부처간 협의 시에는 "대북상황과 시국안정화 논의로 위장"하라고 돼있고, "언론에 미리 나가면 계엄의 성공, 실패와 직결"된다고도 했습니다.
계엄 명분을 만들기 위한 여론 조작 계획도 담겼습니다.
보수 언론이 계엄 선포가 필요하다고 제언하면, 경제단체에서 동조하도록 한다. / 정부부처가 먼저 군의 개입을 요청하는 분위기를 조성한다고 썼습니다.
또 보수언론을 동원해 시위대의 폭력성을 부각하는 보도를 하게 하고, 문체부와 방통위가 담당한다고 써놨습니다.
기무사가 주도하는 강력한 합수부를 설치해, 군 내부의 반계엄세력을 색출, 처리한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계엄 선포 이후 정부부처가 군의 통제에 부정적 자세를 표출할 경우를 대비해, 24개 정부부처에 장교 48명을 <계엄협조관>으로 파견하고, 각 부처 공무원 58명을 정부연락관으로 소집한다고 했습니다.
또 계엄사에 보도검열단을 조직해, 계엄에 유해한 보도를 금지하고, 시위대의 사기를 꺾는 내용은 확대보도하라고 돼있습니다.
2016년 터키 군부의 쿠데타를 예로 들며 포털과 SNS를 차단하는 조치까지 준비했습니다.
계엄군은 기계화사단 4개, 기갑여단 2개, 특전여단 3개를 동원합니다.
광화문, 여의도, 신촌, 대학로, 서울대 주변을 "점령", "진압"한다고 돼있습니다.
한강다리 10개와 톨게이트 3곳, 주요 간선도로 통제 계획도 있습니다.
국회가 계엄을 해제하는 걸 막기 위해, 반정부 활동 금지 포고령을 선포하고 국회의원들을 현행범으로 체포해 의결 정족수 미달을 유도한다고 돼있습니다.
[김정민 변호사/전 군법무관] "결국 대비계획의 핵심은 뭐냐. 해결하는 방법은 비상계엄밖에 없다. 그것도 비상계엄을 얘기하잖아요. 경비계엄은 안된다는 거예요. 자기들이 그걸 못 박아 버려요."
기무사는 2017년 5월 9일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자, 바로 다음날 관련 문서의 제목을 바꿔 훈련계획 문서인 것처럼 위장하고 비밀문서로 등재했습니다.
작년에 공개된 문서는 이런 핵심적인 내용들을 모두 삭제하고 쿠데타 계획을 은폐하기 위한 문서였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MBC뉴스 조국현입니다.
(영상편집: 우성호)
조국현 기자 (jojo@m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