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잉원, 10만 대만 군중 앞에서 "오늘의 홍콩 봐라"
16일 밤 대만 남부 항구 도시 가오슝(高雄) 도심의 집권 민주진보당 대형 유세 현장.
행사가 막바지로 향해가는 가운데 주인공인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중앙 무대가 아니라 유세장 뒤편에서
깜짝 등장했다.
민진당의 이번 초대형 유세를 시작으로 50여일 앞으로 다가온 대만 총통 선거전이 본격적으로 달아올랐다.
대만 대선은 내년 1월 22일 국회의원 선거와 함께 치러진다.
부총통 후보로 지명된 라이칭더(賴淸德) 전 행정원장, 쑤정창(蘇貞昌) 행정원장, 천쥐(陳菊) 총통부 비서장 등
당 지도부가 총출동한 가운데 이날 민진당의 유세는 중국에 맞선 '주권 수호 총궐기 대회'를 방불케 했다.
중국의 전방위 압박에 오히려 지지도를 회복한 차이 총통이 이번 대선을 민진당 대 국민당의 대결이 아니라
중국 본토와 대만의 대결 구도로 끌고 가려는 전략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중앙 무대에 양측에 세로로 걸린 대형 현수막에는 '대만 보위(保衛台灣)'와
'가오슝 해방'(光復高雄)라는 문구가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연단에 오른 차이 총통은 홍콩의 위기를 직접 거론하면서 중국 본토와 거리 두기를 강조했다.
"오늘의 홍콩 보라" 외치는 차이잉원 대만 총통 (가오슝=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16일 가오슝시에서 열린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2019.11.17 cha@yna.co.kr
그는 "오늘날의 홍콩을 보라. 대학은 전쟁터처럼 변하고, 어떤 이들은 숨지고 실종이 되는데도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모두 이런 일국양제(一國兩制)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야당 후보인 한궈위 가오슝 시장도 최근부터 '장기 휴가'를 얻어 본격적으로 총통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연설하는 한궈위 시장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전통적으로 중국 본토와의 '양안 관계'를 중요시하는 국민당 후보인 한 시장은 대만에서 중국 경계심이
고조되면서 효율적인 선거 전략을 짜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민들이 돈을 잘 벌게 해 주겠다'는 단순 명료한 메시지로 작년 11월 지방선거에서 민진당의 20년 텃밭인
가오슝 시장에 당선되면서 혜성같이 중앙 무대에 등장했던 한 시장은 대선에서도 '경제 대통령'이 되겠다는
메시지를 설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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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이슈'가 대만 대선 정국을 집어삼키면서 불과 1년 전인 작년 11월 지방 선거에서 한 시장의 열풍을 등에 업은 국민당에 참패해 정치적 '사망 선고'를 받았던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은 화려하게 부활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연초 대만 무력 통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초강경 발언을 내놓는 등
중국이 군사·외교·경제 등 전방위적 압박을 가하고 있지만 이는 오히려 대만인들 사이에서 '망국(亡國) 위기감'을
확산시키면서 차이 총통의 지지율이 회복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6월부터 이어지고 있는 홍콩의 정치적 위기가 심화하자 대만에서 반중 정서가 한층 커지면서
차이 총통의 지지율은 급상승하는 추세다.
지난 5일 대만 빈과일보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차이 총통은 42.7%의 지지율로 25.7%에 그친 한 시장을 앞서갔다.
차이 총통은 올해 상반기까지는 작년 지방선거에서 국민당 압승이라는 파란을 연출한 한 시장에게
내내 열세였는데 지난 8월부터 본격적으로 한 시장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이는 차이 총통이 홍콩 사태의 정치적 수혜자임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연합뉴스 차대원 특파원 https://news.v.daum.net/v/20191117143549319
홍콩 사태가 대만의 대선, 총선에도 크게 영향을 끼치는 모양입니다.
야당 후보에게서 747 MB의 냄새가 물씬 풍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