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현지 재택근무자입니다.
구정 이 후부터 재택근무 중인데 사실상 휴가? 유배? 감옥? 과 다를 바 없습니다.
우한 사태가 한창이던 약 4주 전쯤인가?
사회 전문가들이 이번 질병이 전 세계 확산이 불가피 할 경우
앞으로 벌어질 사태에 대한 방송을 봤는데
이번 질병은 사람들의 생활 패턴과 사람과 사람의 커뮤니티가
변화될 것이라는 부분에 대해 토론하며 대화를 이어가더군요.
그런데 현재 일상이 그렇게 돌아가는 것을 직접 경험하니 참 씁쓸합니다.
오늘 오전에 직원에게 전달할 것이 있어 아파트 아래로 내려가는데
마스크와 비닐장갑을 꼈습니다.
직원을 만나러 가는 길에 반대편 쪽에 사람이 오는데
의식적으로 그 사람과 최대한 떨어져서 걸었고요.
평소에는 아파트 관리자들도 꽤 많은 편인데
고향 갔다 못 돌아오는지 별로 없습니다.
직원을 만나 물건을 전달하고 약 5분간 대화를 하는데
서로 마스크를 낀 채 약 3미터 정도 떨어진 채 얘기를 했어요.
얘기가 끝나고 다시 집에 들어오는 길에
애들이 음료수와 과자를 먹고 싶다는 말이 생각나서
아파트 아래 편의점을 들려서 과자를 사고 난 뒤
현금으로 계산을 하고 거스름돈을 받는데
누군가가 만졌을 이 돈을 받아서 주머니에 넣어야 할지
손에 들고가야 할지가 잠시 고민 되더군요...
평소에는 핸드폰으로 결제했는데 핸드폰을 두고 온 것이 후회 되었습니다.
집으로 들어오자마자 마스크를 낀 채 화장실로 직행해서
손을 30초 동안 씻고 난 뒤 마트에서 사온 과자와 음료들 꺼내서
탁자위에 두고 소독제를 뿌리고 다시 화장실 가서 손을 씻었습니다.
바이러스 사태 터지기 전까지는 단 한 번도 상상해 본적 없는 일상입니다.
아이들은 아파트 아래도 내려가지 않은지 약 2달 되어갑니다.
항상 북적이든 놀이터에도 애들이 없습니다.
아주 간혹 밑에서 애들 소리가 들리는데 저러다 전염되면
가족 전체가 전염되는 건데 무슨 생각으로 내려 보냈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오늘 학교(초등)에서 일괄 공지가 내려왔습니다.
3월2일부터 온라인 수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고요.
즉 학교가 언제 시작될지 기약할 수 없습니다.
커피를 마시는데 갑자기 예전에 본 좀비 영화가 생각이 나더군요.
애들은 밖에 절대 못나가고 건물 안에만 있으면서 살아가는 생활.
부모들이 식량을 구하러 나갈 때는 철저하게 중무장하고 나가야 했던 장면들...
그러다 물리면 그것으로 끝인 상황.
지금 생활이 딱 그러합니다.
현재 중국은 지역별로 격리를 조금씩 풀기 시작했습니다.
확산을 완벽하게 차단해서가 아니라
더 이상 경제가 버틸 수 없어서 그런 겁니다.
경제문제로 비관하며 자살한 사람들에 대한 기사도 보이고요.
일부 지역 학생들에겐 생활비를 지급하기 시작했습니다.
말이 생활비지 사실상 식대비 입니다.
과거엔 쌀을 배급했다면 지금은 소액을 주는 거죠.
특히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은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으면 뭐라도 먹고 죽어야 겠다는 심정으로
나가서 일하는 것 같습니다.
백신으로 끝내든 뭐든 질병 확산이 끝나더라도 트라우마가 한동안 가겠구나 싶습니다.
지금 한국에 계신 분들께 어떤 말로도 위로는 안 되겠지만
그래도 살아남는 게 승자라고 건강 잘 지켜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