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의 새 당명

윾시엘 작성일 20.06.29 20:20:27
댓글 9조회 1,208추천 1
경제민주당

미래통합당의 새 당명은 경제민주당이었으면 좋겠다. 민주당이 민주라는 단어를 잠식하긴 했지만 지금 민주당은 더불어독재당에 가까우니 민주를 뺴앗는 시도를 했으면 좋겠다. 대체 언제부터 좌익 정당이 민주란 단어를 독점하게 됐는가.

만약 그렇게 된다면 대선구도가 흥미진진해질 거다. 더불어민주당 대 경제민주당이 붙게 된다. '더불어'랑 '경제' 가운데 내후년 향방은 어딜 향하겠는가. 경제로 향하겠지. 왜냐. 지금 나라가 개 망하고 있으니까. 이건 철저하게 현실적인 이야기다.

민주라는 단어에 흠칫 놀랄 수 있겠지만 한국의 정당사를 살펴 보면 우익 정당은 이승만이 자유당을 만든 이래 민주공화당 - 민주정의당 - 민주자유당 - 신한국당 - 한나라당 - 새누리당 - 자유한국당 - 미래통합당이란 이름으로 이어졌다. 김영삼이 '민주'를 빼버린 1990년 신한국당부터 민주가 사라졌지만 전통적으로 대통령을 배출하던 정당에는 민주라는 두 글자가 자주 붙었다.

보수라는 글자를 포기하지 말자는 사람이 많다. 현실적으로 보자. 나가서 누구한테 "저 사람 보수적이야"라고 해보자. 말을 듣자마자 상대 표정을 봐라. 수박 먹다가 언 부위 씹어 나오는 이 시린 표정이 바로 나온다.

이게 정상인가. 단어가 훼손됐다면 적당히 버리고 가는 것도 좋다. 공화라는 단어가 박정희의 유신을 소환해 아직도 쓰기 어려운 것처럼 말이다. 쓸 때가 되긴 했는데 최근에 우리공화당과 자유공화당이 나오며 다시... 쓸 수 있는 시기는 뒤로 미뤄졌다. 양공화당 지지자껜 죄송하다. 개인 감정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니다. 난 바닥 이야기를 전하는 것뿐이다. 오해는 마시기 바란다.

그렇게 되면 우익의 이념이 훼손될 수 있다는 말이 많다. 이념도 일단 이기고 챙겨라. 1990년 월드컵에서 우승한 독일이 3-5-2 전술을 계속 하다가 '늙은 전차' 소리 들으며 첫 출전국에게 무자비하게 개털렸던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역사를 우리는 기억하지 않는가?

일단 이겨라. 이긴 다음 3-5-2를 해라. 이태리가 유로를 우승하고 다시 3-5-2를 유행시킨 것처럼 말이다. 이긴 다음 3-5-2를 하든 3-6-1을 하든 해라.

솔직히 이념부터 꺼내며 부들부들 거리는 사람치고 정상인을 본 적 없다. 누군가를 이념화 하려면 일단 멋진 사람이 돼야 한다.

"대체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이길래 저렇게 멋있어?"라고 했는데 그 사람이 멋쩍은 듯 "저는 보수적인 사람입니다 ㅎㅎㅎ"라고 하면 끝이다. 선망적 동일시 대상이 돼 닮아가고 싶어지는 게 지금 우익 정당에 필요한 스피릿이다.

근데 지금 보수라고 불리는 사람 가운데 그런 사람이 있나? 아 맞다. 요즘 보수라는 단어에 목숨 걸고 지키자며 길길이 날뛰는 사람이 있지. 장제원이라고. 선거 땐 "경청하겠습니다"라며 줍줍하더니 페이스북 댓글창은 조국처럼 닫아놓은 그 사람. 보수라는 단어는 이미 그만큼이나 버려진 단어다.

경제민주란 뭘까. 내가 생각하는 경제민주란 이런 거다. 일단 복지중심주의가 아니다. 기초적인 사회적 안전망부터 만들어 놓고 뭘 하자는 거다. 사회적 안전망은 포퓰리즘이 아니다. 투자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두고 정규직 시켜주지 말자고 싸울 게 아니라 왜 비정규직이 정규직을 그리 원하는지 핵심을 봐야 한다.

한국은 당장 회사에서 짤리면 최대 실업급여 200만 원으로 9개월만 버틸 수 있는 나라다. 보통 해고되는 사람은 부장급이다. 부장급이 200만 원으로 버틸 수 있나. 없지. 부장은 보통 400만 원쯤 번다. 그럼 실업급여로 4.5개월 버틸 수 있단 계산이 나온다. 퇴직하고 한 달 가족과 좀 쉬고 나면 3.5개월 안에 취직해야 한다. 급하고 바쁘다.

그런 상황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두고 고용유연화가 중요하다고 먼저 말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연락하는 여자가 많으면 여자친구의 이별 통보가 두렵지 않은 것처럼 버림 받는 게 두렵지 않아야 할 말 하고 살지 않겠나. 그래야 기업인도 창의적인 일을 해보고 새로운 것 시도할 수 있다. 내부 고발도 난 실업급여가 확충돼야 많이 나올 거라고 생각한다.

"능력을 키우면 된다"는데 세상에 능력이 좋은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능력도 유전이다. 다들 알잖나. 회사에서 20%만 일하잖아. 그걸 아는 사람이 그래?

애를 낳지 않아 나라가 망해간다. 1990년 이후 태어난 사람은 국민연금을 받을 수 없다. 1990년생이 지금 30살이다. 얘들 소득세 겁나게 내기 시작하는 녀석들이다. 난 이 동생들 생각하면 맘이 아프다.

그런 애들을 가리켜 왜 결혼 안 하냐고 왜 아이 안 낳냐고 한다. 아이를 낳을 수 없는 환경을 두고 왜 안 낳냐고 하는 건 정신병자다. 출생률을 높이는 게 포퓰리즘인가? 난 투자라고 본다. 남녀 육아휴직 2년씩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복지인가? 투자다.

아주 기초적인 사회 안전망을 만들고 그 다음에 점진적 개혁을 하자는 게 바로 경제민주화라고 난 생각한다. 포퓰리즘식 복지가 아니라 미래를 향한 투자란 소리다. 이념충일 땐 나도 오세훈의 무상급식 반대 논리를 찬성했다. 지금도 사실 반대하긴 한다. 하지만 어렵더라도 그건 시류에 맞지 않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아직 한국은 사각지대가 많다. 힘들어도 그거 좀 살피고 가자는 게 지금 시대를 관통하는 염원이다. 시류에 맞지 않는다고 그냥 퍼주면 되냐는 질문이 나올 수 있다. 민주당 2중대가 되자는 거 아니냐는 말이 나올 수 있다.

아니. 우익은 좀 더 똑똑해져야 한다. 그게 우익 정당이 할 일이다. 모두에게 겉으론 무상으로 다 주고 선별적으로 다른 곳에서 그 돈을 걷으면 된다. 그럼 가난한 아이가 쭈뼛대며 "선생님, 저 급식비 없어요"란 말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면서 더 있는 집이 조금 더 내도록 만들면 된다.

어렵지 않다. 조금만 정교해지면 된다. 민주당이 복지를 이야기하는 척하며 선거운동만 하는 것처럼 우익 정당은 복지를 이야기하며 실제 미래에 '투자'를 하고 재정 건정성을 확보할 방법을 많이 고민하면 된다.

고민은 누가 해야 하나. 똑똑한 사람이 해야 한다. 똑똑하다는 게 뭔가. 좀 더 정교하게 정책을 만들고 상처 받는 구간을 줄여가는 것 아닌가. 똑똑한 사람은 우익일 수밖에 없다. 우익이 해야 할 건 이런 거다.

우익은 다만 재수가 좀 없다. 재수 없는 모습을 덜어내자는 거다. 그게 경제민주화를 바라봐야 할 우익이라고 생각한다.

참고로 한국의 보수주의자가 그렇게 물고 빠는 박정희는 똑똑했기에 경제민주화에 최선을 다했다. 당시 경부고속도로를 깔 때, 의료보험 도입할 때 이뤄진 경제민주화를 보고 김대중은 반대했다.

이상하지? 보수라는 단어를 사랑하는 사람이 그토록 물고 빠는 박정희가 경제민주화의 1등 공신이었다. 민주주의 왕이라는 김대중이 박정희식 경제민주화를 반대했다는 게 말야. 대처 얘기도 그만 하자. 석탄 캐던 때 이야기해서 뭐 할래. 지금은 21세기다.

김종인이 말한 경제민주화가 내가 생각하는 경제민주화랑 비슷한지는 모르겠다. 김종인식 경제민주화는 재벌 개혁을 필두로 한다. 보수주의자나 우익은 "기업은 무조건 우대해줘야 한다"고 한다.

근데 난 좀 다른 관점을 가진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 해결 안 되고 흉기차 거리는 걸 볼 때 우리는 무슨 생각을 하나? "이 자식들. 다 죽여야지. 족쳐야지." 그런 생각 하지 않나. 근데 왜 못 족칠까. 재벌 공화국이 된 세상이니까. 재벌이 정치에 개입하는 세상이니까. 기업을 죽이자는 게 아니다. 최소 기업이 소비자에게 예의를 지키고 소비자인 국민을 존중하는 환경을 만들자는 거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의 핵심이 서울대 교수의 비윤리적 일처리라는 사실은 한국이 얼마나 일그러진 기업 윤리로 지탱되는 나라인가를 잘 보여준다. 그거 중심인 김상조가 청와대에 가 있다. 한국은 소비자 기관은 '원'이고 기업 기관은 '부'다. 게다가 기업 기관인 부는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2개나 된다. 소비자가 많나 기업이 많나. 누가 더 중요한가?

한국은 산업화, 민주화를 거치며 국민소득 n만불 어쩌고 목표는 거의 다 이뤘다. 근데 우리가 선진국인가? 아니다. 민도가 낮다. 민도는 적당히 먹고 살아야 올라간다. 산업화, 민주화 다음은 선진화다. 민주화 세대가 망치고 있는 이 나라를 다시 살리려면 필요한 건 선진화다. 이명박이 선진화를 외쳤지만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그 기초는 미래를 향한 투자, 인본주의로 돌아가는 사람 중심 자본주의, 곧 경제민주화에서 온다고 본다.

그래서 나는 우익 정당이 경제민주라는 개념을 잘 정립하고 국민에게 널리 알린 뒤 설득해서 경제민주당이란 이름으로 항해를 떠났으면 좋겠다. 이 글을 보고 나를 빨갱이라고 해도 좋다. 당신이 뭐라고 해도 난 오줌조차 오른쪽으로 싸고 술값은 웬만해선 내가 다 내는 보수주의자니까.

새는 양 날개로 난다. 한쪽이 무너져서 나라가 기우뚱 한다. 무너진 나라 재건은 정말 어렵다. 우익 정당의 건강 회복을 난 제3지대에 서서 정말 간절히 염원한다.
윾시엘의 최근 게시물

정치·경제·사회 인기 게시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