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파업> 동네 한 의사의 호소문

sdkhert 작성일 20.08.28 16: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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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퍼온 글에 대한 반응을 보고, 뉴스 댓글을 보며 많은 국민들이 의사 파업에 실망이 큰거 같네요

참고로 전에 쓴 글은 퍼온 글이라 반말이나 내용에서 기분 나쁘신 분들이 있으면 죄송합니다.

저는 30대 중반 의사이고, 이전 보수 정부가 하는 짓들에 너무 실망해서 현 정부에 총선이고 대선이고 

표도 주고 응원했던 사람입니다. 적어도 이전 정부들보다 이성적이고 논리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번 파업 사태를 보면 의사들이 무조건 잘했다고 보진 않습니다.

그러나 언론이나 여론이 이번 파업이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의사들의 밥그릇 싸움을 한다고만 일방적으로 표현되어 안타까워서 글을 써봅니다.

 

1. 공공의대 만들어 의사수 늘린다고 그들이 제대로 트레이닝 받을 수 있을지, 받는다고 해도 실제 공공의료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입니다. 

 현재 공공의대 설립 취지나 의료 취약 지역의 지원 및 공공의료 확대 및 그에 따른 필요한 의사 수 확대는 의사들도 공감하는 바입니다. 의사를 늘려서 국민들의 진료 환경이 좋아진다면 당연히 필요한 정책들은 진행해야죠, 단 정치인들끼리만 논의하고 정할게 아니라, 해당 전문가들 및 의료인들과 대화를 통해 설립취지가 잘 이루어 질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을 진행해야 한다고 봅니다. 

지금 공공의대를 설립한다고 부지도 매입하고 많은 부분이 진행된걸로 보이는데, 이 정책이 진행되는 동안 의협 혹은 의사 단체와 제대로 된 대화가 있었던 적은 없는 것으로 압니다. 대화를 했다고 한다면 자기들 입맛에 맞는 말만 하는 무리와 얘기를 했겠죠..

정부에서는 의사가 더 필요하니 우선 의대 더 짓고 보자 이런 생각인 듯 한데, 의사들이 의대생을 여러명 더 찍어낸다고 다 멀쩡한 의사가 되는게 아닙니다. 10년 가까이, 그이상 트레이닝이 제대로 되야 사고 안치고 의사짓을 할 수 있습니다. 트레이닝 시킬수 있는 환경이 안되서 없어진 서남대 사례가 있는데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연 400명을 제대로 트레이닝 시킨다는 건지가 의문이죠. 그리고 그들이 의료취약지역에 10년 근무한다고 해도 인턴 레지던트 군의과 펠로우 다 하고나면 2~4년 정도 취약 지역에서 일하는 겁니다. 그후에는 가고 싶은 수도권 가서 일하겠죠. 아니면 어디가서 편하고 돈 잘 버는 것 골라 일하고 있겠죠..

여러 문제들이 산재해 있는데 우선은 짓고 보자는 방식은 위험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진행한게 4대강 아닌가요..

 

2. 의료 질 저하로 이어질 의험이 높고, 의료보험 재정은 악화될 것이며, 이 피해는 결국 10년, 20년 뒤 국민들, 우리 자녀들에게 갑니다. 

의사들 트레이닝 문제로 자격 미달의 의사들이 배출될 확률이 높다는건 말씀드렸고, 의료는 공급이 증가하면 그만큼 수요가 따라서 증가할 가능성이 큽니다. 로스쿨 생기며 변호사가 많아지면서 소송이 증가한거와 비슷한 거겠죠. 그에 따란 의료보험 재정은 악화될 것이고, 게대가 한약 등 효과가 명확하지 않은 것들까지 보험 적용 시켜주면, 결국 의료보험 재정은 나빠지고 의료보험비는 증가될 수 밖에 없습니다. 아니면 필요한 치료들이 의료보험이 적용을 못받겠죠.. 

 

3. 항상 말하는 OECD 평균 인구당 의사수는 정말 말같지도 않은 기준치입니다.

우리나라 의료환경이 좋다는 것은 어느 누구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야간에 어디 아파서 응급실 가는 것을 편의점 가듯이 갈 수 있는 곳도 우리나라 외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소위 빅 5 병원에 예약하는게 어려울 뿐, 병원 찾아가는게 의사 만나는게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정말 극히 드뭅니다. 중요한 것은 의료 접근성이고, 이건 우리나라가 절대 뒤떨어 지지 않고 상위권입니다. 물론 시골, 외딴 곳에 계신 분들은 병원 가는게 쉽지 않고, 지방 소도시에는 큰 수술 받는게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것은 각 지역 의료원이 제대로만 돌아가게 해준다면 어느정도 커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의사수가 부족해서 지금의 코로나가 문제가 되는 것이 절대 아니고, 의료 환경이 나빠지는 것도 절대 아닙니다. 지방에 의사가 부족하다고 의대생을 몇백명 더뽑아서 몇년만 그 지역에 일하라고 하자 라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4. 국민들 생명을 담보로 힘싸움을 하는 것은 국가와 의사 모두입니다. 이렇게 급하게 진행해도 10년 뒤 나올 의사들에 대한 정책을, 제대로 된 논의 없이 이런 코로나 시국에 진행하고 있는 것은 국가입니다. 

의협과 전공의협의회에서 바라는 것은 의사수를 절대 늘리지 말라는 것이 아닙니다. 제대로 된 대화를 통해 올바른 방법으로 하자는 거죠. 의료현장 일선에서 일하고 있는 의사들과 대화 없이 의료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은 현 정부입니다. 그것도 지금처럼 위험한 시기예요. 정부는 파업을 그만 하면 정책 진행을 잠시 중단한다고 하지만, 결국엔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면 정부 마음대로 진행할 것이 너무 뻔합니다. 원점부터 다시 논의하자고 하면 파업 문제도 끝납니다. 

자기들 돈벌이가 적어질까 무서워서가 아니라... 국가 의료 환경이 엉망이 될 것이 너무 보여서, 아직 자기들 밥그릇이 뭔지도 모르는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중심이 되어 파업을 하고 있는 겁니다. 

우리나라에서 대학생들이 시위하는 현장이 밥그릇 싸움 때문이였던 적이 있나요.. 의사들에 대한 편견이 있는것은 알지만, 적어도 의대생의 90%가 국가고시를 취소하는 정도인데, 그 90% 의 대학생들이 전부 밥그릇 뺏기는게 무서워서 이러는 걸까요.. 이게 너무 억울하고 슬프네요. 이들에 대해 더러운 밥그릇 싸움마냥, 면허나 뺏으라고, 나라는 고소를 하겠하고 하는 지금 사태가 너무 씁쓸하네요

 

오늘 뉴스 보니 환자가 응급실 진료를 못봐서 사망하였다고 뜨더라구요.. 누구나 그렇듯 저도 지금 파업사태가 무섭습니다. 점점 더 실제적으로 환자에게 피해가 갈수록 더 두려워 질 것이고, 그냥 의사들이 포기하고 하라는 대로 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데 더 무서운 것은 10년뒤 난장판이 될 의료 환경입니다. 그때는 누가 책임질 건가요.. 결국 피해는 국민에게 갑니다. 우리 자식들에게..

 

지금 우리나라의 높은 수준의 의료환경이 있는 배경에는 의사만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의사들도 큰 몫을 했다는 것을 잊지 말아주세요. 제발 의사들의 말에도 귀를 기울여주고, 정부는 제발 표를 얻으려고, 대중들에게 뭔가 보여주고 싶어서 정책을 진행하는 게 아니라, 제발 대화로 풀고 바른 정치를 해주길 바랍니다. 정부는 원점에서 다시 논의한다고 하는게 그렇게 어려운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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