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멀쩡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의사편..

나무의미소 작성일 20.08.31 12:3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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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페북 퍼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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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트

어제 오전 11: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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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 체크 좀 해드릴께요. 전공의 협의회 성명서를 보고 하도 기가 차서, 얘기 이어서 하겠습니다. --

 

성명서 주장 1) 현재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의대정원확대, 공공의대 설립정책은 본래 취지인 지역 공공 필수의료 활성화가 아닌, 의료를 더 왜곡시키고 건보 재정을 고갈시키는 자승자박 정책이다.

 

-- 첫째, 의대 정원 문제는 빼놓고 본다고 해도요. 사람들이 자꾸 혼동해서 얘기가 나오던데 공공의대 설립에 관한 법안은 이미 20대 국회에서부터 나온 얘기구요. 2017년 사실상 폐교한 서남의대의 유휴 부지를 처리하는 겸 해서 여당에서 전북 남원에 개교하는 것을 검토하였는데 20대 국회가 회기가 끝나면서 다 폐기됐고 21대 국회 들어서 다시 법률안이 올라오고 있는 문제입니다.

즉 서남의대의 원래 입학생 정원 49명을 그대로 살리는데 그걸 이왕 살리는 거 공공의대로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의사들 키우자. 이런 정책이니 솔직히 공공의대 설립에 관한 법 자체는 현 의대 정원 확대와는 완전히 다른 사안입니다.

단, 장소를 어디로 하느냐 꼭 전북에 해야 하냐 다른 데는 안 되느냐 그리고 4년제 의전원으로 하느냐 6년제 의학교로 하느냐를 놓고 치열하게 논쟁을 할 수는 있어요. 사실 이런 사안이지, 공공의대 문제를 갖고 그게 파업, 진료거부의 명분으로 삼는다는 것은 그건 누구도 이해시키기 어려워집니다.

 

 

성명서 주장 2) 한국이 인구 소멸국가인데 의사 증가율은 매년 2.4%로 OECD 국가 중 1위이다.

-- https://www.humanmed.org/index.php?module=Board&action=SiteBoard&sMode=VIEW_FORM&iBrdNo=1&iBrdContNo=181&sBrdContRe=0&sSearchField=&sSearchValue=&CurrentPage=1

위의 인도주의 실천의사협의회 팩트체크 자료를 참조하시고... '증가율'이라는 게 뭔지 생각해 봅시다.

지금 의사 수가 10명이고 올해 졸업생이 1명이라고 가정할께요. 현재의 연 증가율이 1/10. 즉 10%네요? 근데 졸업생이 나오게 되면 의사수는 11명이 돼요. 그럼 내년부터는 증가율이 여전히 10% 인가요? 아니쟎아요. 분모가 변했어요. 1/11이니 증가율이 9%에요.

즉 의사 수의 분모가 계속 커지니까 의대 정원이 고정돼 있는 한 증가율은 해가 갈수록 줄어드는 거에요.

증가율이 일정하려면, 의대 정원이 계속 늘어야 말이 돼요. 그러니 이 성명서에서 "의사 증가율은 매년 2.4%." 이 명제부터 벌써 허위사실이에요.

 

 

성명서 주장 3) (의사 증원 정책은) 전공의 수련 비용에 단 한 푼도 지원한 적이 없는 정부, 정원 50명의 서남의대도 제대로 관리 감독하지 못해 폐교시킨 나라에서 또다시 부실의대를 양산하는 포퓰리즘적 정책을 내놓은 것이다.

-- 서남대는 언제 생긴 학교냐 하면 거의 30년 전 김영삼때 생긴 것이고요. 당시 정부가 전국 각지에 대학교를 우후죽순으로 마구 도장을 꽉꽉 찍어주면서 부실 대학교들이 신나게 생길 때였어요.

근데 부실 학교가 우리나라 역사에 참 많았지만 이홍하의 서남대는 진짜 부실 법인의 끝판왕이었어요. 여긴 진짜 할 말이 없을 정도로 엉망으로 개교시킨 데였고 의대 승인까지 해줬다는 그게 경악할 일인 거에요. 재단 비리도 어마어마했고 재산을 여기저기 막 숨겨놔서 지리하게 소송전 끌고 들어가고 지역 주민들간에 갈등 생기게 하고 이런 짓을 한, 즉 제대로 사고 친 재단이 싸질러 놓은 똥을 지금에야 치우고 있는 거에요.

세상에 그걸 "지금 정부가 관리 감독하지 못해 폐교시켰다"고 비난 하는 거는 진짜 허위 사실 유포도 너무 나간 겁니다. 물론 논점은 있어요. 예산을 얼마나 세워놨느냐는 거죠. 그건 기재부에다 대고 물어야 돼요. 이왕 공공의대 만들꺼면 부실로 만들지 말고 예산 제대로 들여서 똑바로 만들어라. 예산 얼마 해 놨냐? 이렇게 묻고 따질 수는 있지요.

근데 뭐 아직 법안 통과도 안 된 걸갖고 국회도 아닌 정부에다 대고 "또다시 부실의대 양산, 포퓰리즘 정책" 이렇게 비난하는 거는 이거 뭡니까. 비판을 근거 갖춰서 제대로 해야지, 입에서 나오는 대로 욕만 하면 안 돼요.

 

 

성명서 주장 4) 우리나라 인구당 간호사 수는 OECD 평균보다 1.5배 많지만, 수도권 상급종합병원부터 지역 의원까지 간호인력 수급에 차질을 겪고 있다. 처우개선 없이 단순한 인력 증원은 근본적 해결책이 아님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 간호사는요 우리나라는 말도 못하게 많이 뽑아서 계속 늘려 놨어요. 즉 의대 정원은 20년째 증가가 1도 없이 통제돼 왔지만 간호사 정원은 계속 늘렸거든요. 그래서 간호사 면허증 소지자는 엄청 많아졌어요.

그러나 간호사 월급이 너무 적으니까 장롱 면허가 많아진거죠. 그러니 간호사 처우 개선을 똑바로 해야 된다. 이건 분명한 사실이고 전공의들이 그걸 촉구하고 싶다면 별도로 청원을 하든가 아니면 간호사 협의회랑 연대해서 일을 해 줘서 그들을 돕든지 해야죠.

그런데 의사는 처우개선을 먼저 약속해야 인력 증원에 동의하겠다. 이건 간호사랑 단순비교하면 어떤 국민도 곧이 들을 리가 없고 사실 굉장히 나쁜 비유에요.

 

한국에서 평균적인 간호사들에 대한 처우와 의사들에 대한 처우를 비교하면서 나가게 되면 이건 굉장히 여론의 동정을 얻기 힘들어지거든요.

의사의 평균 급여, 즉 처우 개선에 대한 부분을 공론화시키겠다면 그걸 시민단체, 복지부 등과 함께 공청회를 하고 토론을 의협에서 해 줘야 합니다. 허나 분명히, 그건 의사들에게 불리하게 진행될 겁니다. 그러니 지금 간호사 얘기는 할 이유도 필요도 없고 완전히 부적절한 비유를 한 겁니다.

 

 

성명서 주장 5) 우리 젊은 의사들은 남 탓만 하지 않고, 의료계의 자정에도 힘쓰겠다. 그 움직임의 시작이 바로 이것이다. 잘못된 정책과 그것이 불러올 암울한 미래를 막기 위한 최후 수단으로 전공의들이 단체 행동에 임하는 것을 양해해 달라. 그로 인한 모든 불편 (책임) 등은 전공의가 아닌 의료 왜곡시킬 정책을 펴는 정부,여당에 물어 달라.

-- 헌법에 보장된 쟁의 행위에 대한 권리, 단체행동권은 당연히 단위사업장별로 의사들에게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헌법에는 또한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라고 명기돼 있듯 상식과 법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 역시 당연합니다.

 

이런 코로나 19 시국에 갑자기 환자가 치솟는 시점에 딱 맞춰서 중환자실, 응급실을 포기하면서 쟁의 행위에 돌입한다는 건 법적으로도 여론적으로도 다수의 동의를 받기 매우 어렵습니다.

 

그리고 "잘못된 정책 교정"을 위해 쟁의 행위를 하겠다는 것은 사실 일반적인 임금투쟁 등의 노동쟁의행위로 볼 수 없고 정치적 의미를 내포한 행위로 간주될 가능성조차 있어요.

 

차라리 저는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인다면 오히려 공감대를 넓힐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우리 처우 얘기가 아니다. "의료를 살리기 위한 진료 거부"이다. 이런 모토를 내놓고 파업한다는 것이 훨씬 더 국민적 분노를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정치 투쟁을 하건 노동쟁의를 하건 중환자실과 응급실은 어떤 경우에도 비우면 안 됩니다.

 

일반적으로 의사가 환자를 살리려 하다가 사망하는 경우는 의도성 고의성이 없기 때문에 과실치사에 해당하지, 살인 행위로 처벌하는 일이 없는 반면, 중환자실을 비워놓고 거기서 환자가 사망하는 일이 만약에 생기면 그건 급수가 높은 살인으로서 온 사회적 분노의 표적이 될 수 있습니다. 결과적, 장기적으로 이러한 행위는 오히려 의사들 전체의 이익에 반하는 더더욱 반 의사적인 강경한 정책들을 양산시킬 가능성마저 있어요.

 

-- 파업을 지속한다손 쳐도, 전공의들 일단은 중환자실 응급실 복귀부터 합시다. 만약 거기서 사고가 터지면 국민적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합니다. --

 

 

- 의사 이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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