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들, 기회 주면 사과 이상도 한다”

미뿔 작성일 20.10.09 14:4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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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8월 서울 여의도에서 집회를 열었다. 전국 전공의 1만6000명 중 70%가 이날 오전 7시부터 24시간 동안 업무를 중단하는 단체행동에 참여했다. 국민일보 DB
 

 

김영훈 고려대학교 의료원 원장이 일부 의대생들이 대학병원장들의 사과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상황에 대해 “기회가 주어지면 사과 내지는 감사의 인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9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부 의대생들이 대학병원장들의 사과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상황에 대해 “전공의들은 다 복귀했고 병원은 정상화되고 있다. 그런데 마지막 관문을 넘어야 할 의과대학생들만 남았다”며 “집단 파업한 결과를 ‘받아들일 만하냐. 믿을 만하냐’는 논의를 한다고 학생들이 (국가고시에 응시할) 기회를 놓쳐버렸던 거다. 그런 게 너무 안타깝다”며 감쌌다.

 

진행자가 이 답변에 “전공의나 의협 등이 합의한 이후에도 의대생들이 시험 거부를 유지했다면 그 뜻대로 가야 하는 거 아니냐고 이야기하는 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김 원장은 “의대생들이 현실을 인식하면서 ‘우리가 코로나 위기에 의료 공백이 발생하니까 시험을 치겠다’는 의지를 밝힌 거다”라며 “의료계에서 의견을 잘 모으고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못한 선배들의 잘못이다. 학생들은 피해자”라고 반박했다.

 

‘의대생들이 국민에게 사과할 계획은 없다고 하나. 대화를 나눠봤나’라는 질문에는 “학생들도 ‘기회를 받을 수 있을까’라며 굉장히 난감해하고 있다”며 “기회가 주어진다면 사과 내지는 감사의 인사를 할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진행자가 “‘기회가 주어진다면’의 선후가 어떻게 되나”라고 묻자 김 원장은 “국민의 공감이 있어야 한다. 국민이 의료계 전체가 당장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인식을 같이 해주신다면 학생들이 사과 이상의 어떤 것도 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형평성과 공정성의 문제에 걸리기 때문에 더한 액션이 나와야 하지 않냐는 국민의 요청이 있는 것 같다. (의대생들이) 그걸 할 용의가 충분히 있다고 보냐”는 질문에는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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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고려대학교 의료원장을 비롯한 대학병원장들이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위기상황에서 의대생들의 국가고시 미응시 문제'관련 사과성명을 발표하기 앞서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윤동섭 연세대의료원장, 김연수 서울대학병원장, 김영모 인하대의료원장, 김영훈 고려대학교 의료원장. 권현구 기자
 

 

“의대생 몇 명의 사과만으로 (국시 재시험 기회 부여에 대한) 국민 수용성이 높아질 것 같지는 않다”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의 주장에 대해서는 ‘의료공백’ 논리를 펼쳤다.

김 원장은 “충분히 (박 장관의 주장을) 이해한다”면서도 “이탈리아는 코로나 방역을 위해 의대생들을 바로 현장에 투입하는 결정을 했다. 많은 영연방 나라들은 의과대학 졸업하면 의사면허 없이 (현장에) 간다. 심각한 상황에 대한 인식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인의 문제를 떠나서 (국시 재응시 거부가) 미칠 파급효과를 고려해 달라”며 “내년에 2차, 3차 (코로나) 파도가 올 가능성이 있는데, 대비해야 하지 않겠냐라는 현실 인식을 지키고 싶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의료공백 상황을 구체적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그는 “2700명이 시험을 치지 않으면 공중보건의(공보의) 750명, 군의관 750명, 약 1500명 의사 배출이 안 된다”며 “병원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인턴도 1500명 (빠진다). 상상하기조차 힘든 아주 심각한 의료공백이 오는 거다”라고 주장했다.

 

김 원장은 이어 “선배 의사들이 조금씩 나눠서 (인턴이 빠진 곳에) 역할을 하면 일시적으로 부담을 덜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턴은 의료 현장에서 전문적인 트레이닝을 받아야 할 기본적인 인력”이라며 “(국시 재응시 허용이 안 되면) 그다음 인력 수련 단계에도 심각한 영향”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의사 부담 가중으로 인한 기피과 인력 공백 현상을 예측하기도 했다.

그는 “심각한 중증환자를 다루는 과들은 인턴이 빠지면 레지던트만으로는 어렵다. 그러면 ‘내년에 내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과로 바꾸겠다’는 마음으로 휴직을 할 수도 있다”며 “이런 현상이 도미노로 생길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공보의·군의관 인력 수급 문제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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