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범죄유발 가능성 많고 재범 위험성 높아"
당시 재판장은 현 지방법원장, 배석판사들은 수도권 법원 재직
아동 성폭행 혐의로 징역 12년을 복역 후 출소한 조두순(68)이 12일 오전 경기도 안산준법지원센터에서 행정절차를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2020.12.12/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안산=뉴스1) 이상휼 기자,최대호 기자 = 자신의 어긋난 욕구를 채우려고 8살 초등학생을 유인해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른 조두순(68)이 12일 12년의 형기를 마치고 사회로 나오자 사법부를 향한 분노의 여론이 쏟아지고 있다.
당시 재판부는 조두순에게 '심신미약감경'을 적용해 12년형을 선고했다. 형량이 적다는 여론에 재판부는 '당시로서는 중형이었다'는 변명으로 일관했다.
무기징역을 구형했던 검찰은 1심 '12년 선고' 판결 이후 항소를 하지 않았고, 항소심과 대법원을 거쳐 원심의 판결이 확정됐다.
조두순은 1시간에 1000번의 팔굽혀펴기를 하는 체력을 갖추고 불과 12년 만에 세상으로 나왔다.
술에 취했기 때문에 심신미약으로 감경해줬던 당시 수원지법 안산지원 형사합의1부 3명의 판사는 여전히 현직에 있다.
조두순의 1심 재판장이었던 A판사는 지방법원장으로 재직, 배석판사였던 B와 C판사는 각각 수도권 지방법원에 재직하고 있다.
A판사는 서울지방변호사회의 2020년도 법관평가에서 우수법관으로 선정됐다.
포털사이트 인물정보에서 A판사의 프로필에는 '안산지원' 경력이 누락돼 있다.
조두순 1심 재판부 관계자는 과거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판사가 판결에 대해 말하는 건 적절치 못하다"면서 "12년형은 당시 일반적 판례보다 2~3배 무거운 형량이었다. 하지만 수사단계에서 심신미약이 인정됐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아동 성폭행 혐의로 징역 12년을 복역 후 출소한 조두순(68)이 12일 오전 경기도 안산준법지원센터에서 행정절차를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2020.12.12/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사법부와 별도로 검찰에 대한 비판 여론도 높다. 범행 당시 조두순이 만취 상태라는 사실을 입증할 만한 근거가 빈약했음에도 경찰과 검찰이 반박을 제시하지 않아 주취감경이 재판부에서 그대로 받아들여졌다는 비판이다.
검찰이 항소를 통해 더 높은 형량을 이끌었어야 했지만 노력조차 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특히 당시 검찰은 조사과정에서 범죄피해로 심신이 불편했던 어린 피해자를 검찰청으로 소환해 딱딱한 의자에 앉게 한 뒤 장시간 조사를 감행했다.
대검찰청 감찰위원회는 "법 조항을 잘못 적용해 법률전문가로서 검사의 주의 의무를 소홀히 하고 피해자가 동일한 조사를 거듭 받게 하는 등 아동 성폭력 피해자 보호에 만전을 기하지 못한 잘못이 인정된다"고 사과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법 이수진 판사(현 서울 동작구을 국회의원)는 2011년 '검찰로부터 2차 피해가 인정된다'면서 '국가는 피해자 가족에게 손해배상금 13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2009년 3월27일 선고된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조두순은 1983년 강간치상죄로 3년 등 18건의 범죄를 저질러 처벌(선고결과 구분 기준, 징역형 7회·벌금형 8회·소년보호사건 2회·기소유예 1회)을 받았다.
조두순이 1995년 저지른 폭행치사 범죄의 경우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 '음주에 따른 심신미약'이 인정되면서 징역 2년으로 감형됐다.
술 마시고 범죄 저지르면 우리나라 판사들이 관행적으로 '죄를 깎아준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가 바로 조두순이다.
'술로 형량 깎기'를 경험한 그는 노상 술을 마시고 나름대로 마음 편하게 범죄를 저질렀다. 무당 폭행, 경찰관 폭행, 초등학생에게 극악무도한 범행 등 모두 '술·술·술'과 함께였다.
뉴스1 취재에 따르면 조두순은 17세 때부터 술을 마셨고 알코올 중독자 수준의 술에 찌든 생활을 했다. 소주를 박스채 사다두고 매 끼니 때마다 2병씩 반주로 마셨다. '밤샘 술'을 1주일 동안 지속하기 일쑤였다. 조두순은 주변인들에게 "목에서 술을 요구한다. 내 주량은 소주 15~20병이다"고 자랑스레 떠들어댔다고 한다.
아동 성폭행 혐의로 징역 12년을 복역 후 출소한 조두순(68)이 12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내 거주지로 향하고 있다. 2020.12.12/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이날 새벽 조두순이 출소하면서 그가 거처할 동네 주민들은 '악마 출현'에 대한 걱정과 분노를 동시에 표출했다.
조두순은 '사과를 하고 싶다'는 명목을 대며 '피해자를 만나게 해달라'고 수십차례 탄원서를 냈다고 한다.
현문정 범죄심리학 교수는 "조두순의 범죄 행태를 보면 주취상태에서 자제력을 잃고 타인과 시비가 붙어 폭력을 행사한 경우가 대다수"라며 "알코올 중독 및 행동 통제력 부족으로 범죄유발 가능성이 상당히 많고, 재범 위험성도 높다"고 평가했다.
전성규 한국심리과학센터 이사는 "범행의 수법과 그 결과, 범행 후의 반성없는 태도 등 재범 위험성이 매우 높다. 범죄예방을 위한 '성충동 약물치료' 조치를 심각하게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화학적 거세 필요성을 주장했다.
조두순 사건 피해자 주치의인 신의진 교수는 "조두순은 일반인하고 굉장히 다른 판단력 행동을 보이는 사람이다. 성범죄자 중에도 굉장히 폭력성과 재범위험도가 높은 '익스트림 그룹'에 속한다. 교화가 제대로 이뤄졌을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12년을 선고했던 1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범행으로 인해 피해자와 가족은 평생토록 지울 수 없는 참담하고도 심각한 고통과 정신적 상처를 입었으며, 특히 피해자는 신체가 심하게 훼손돼 그 기능을 상실함으로써 앞으로도 정서적∙육체적 성장 과정에서 심한 고통을 받을 것이 분명하고, 평생 동안 장애인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범행의 죄질이 극히 중함에도, 피고인(조두순)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기는 커녕 그때 그때 여러 변명을 하면서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 피해자의 피해회복을 위해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에 대한 판결 전 조사보고서의 기재에 의하면 알콜중독 및 행동통제력 부족으로 범죄유발 가능성이 많고, 재범위험성이 비교적 높다"면서 "피고인으로 인한 추가 범죄의 발생을 막아 이 사회를 보호하고, 피고인의 악성을 교화·개선시키기 위해 피고인을 장기간 이 사회에서 격리시킬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재범 가능성이 극도로 높은 조두순은 1시간에 1000번의 팔굽혀펴기를 하는 다부진 체력을 갖추고 안산으로 복귀했다.
daidaloz@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