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5대 민폐족'
지난 6일 강원도 내 한 스키장에서 리프트 탑승을 기다리는 스키어들이 줄지어 밀집해 있는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스키족-지금 아니면 언제 즐기나요
▶파티룸족-소규모 파티는 괜찮아요
▶교회출석 사수파-성탄절 축하해야죠
▶해돋이 직관족-새해맞이는 동해에서
▶손소독 나몰라라-대충 씻지 귀찮게해
"마스크 잘 쓰니까 괜찮아? 이렇게 생각하는 당신이 코로나 민폐족!"
코로나19와 열심히 싸워온 K-방역이 중대 기로를 맞았다. 백신없는 올 겨울, 향후 2주에 대한민국의 운명이 달렸다. 김장이라는 '국민 행사'를 넘고 나니 스키장과 종교모임, 송년회 파티룸, 새해맞이 등이 새로운 '코로나 미꾸라지'로 등장했다. 가장 위험한 생각은 "올해 얼굴도 자주 못봤는데, 가족끼리 밥이나 먹자"는 생각이다. 크리스마스와 새해 연휴를 즐기려다 2021년을 영영 맞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만 걸리고 끝나면 모르지만, 나의 부주의로 가족은 물론 애꿎은 사람 수십 명에게 전파할 수 있다. 스키족, 파티룸족, 교회 출석 사수파, 해돋이 직관(직접관람)족, 손소독 나몰라라형…당신도 혹시 코로나 시대 민폐인간은 아닌가.
◆ 사재기는 없는데…해돋이는 굳이 봐야 하나요
국민의식이 많이 성숙해졌다. 정부가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을 고심하고 있는데도 '사재기 현상'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SNS와 인터넷에는 '양재동 코스트코에 차들이 몰려 2차선을 막고 있다' '이마트에 갔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 그냥 나왔다'는 글이 올라오지만, 유통업계에 따르면 흔히 말하는 사재기 현상과는 거리가 멀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맞아 장을 보러 나왔거나, 외출을 자제하기 위해 한 번에 넉넉히 물건을 구매하려는 이들이 많다. 택배와 새벽배송 등 탄탄한 유통망과 생필품 판매는 중단되지 않을 것이라는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 덕분이다.
그러나 스키장 등에서는 이런 성숙한 '시민의식'이 보이지 않는다. 스키는 야외활동이라 감염우려가 적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대기시간이나 식사·휴식시간에 거리두기가 어려워 방역 사각지대로 꼽힌다. 공유숙소인 소위 '시즌방'은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이용하는 데다 확진자가 나와도 추적이 쉽지 않아 방역당국이 경계하는 대상 중 하나다. 실제로 감염자가 나오는 등 상황이 심각한데도 '지금 아니면 언제 즐기랴'는 생각으로 스키장을 찾는 이들이 많다.
연말연시 해돋이를 보기 위한 인파가 몰려 동해안 숙박업소 예약이 꽉 찼다는 뉴스도 나온다. 동해시에 거주하는 40대 이 모 씨는 "병원과 초등학교를 비롯해 동해시에서만 수십 명의 확진자가 나와 다들 신경이 곤두서 있다. 매일 뜨는 해돋이를 꼭 와서 봐야겠느냐. 관광객들에게 '오지 마세요'라고 단체 문자라도 보내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 성탄 축하는 집에서 고요한밤…파티룸·가족회식도 NO!
성탄절 만큼은 교회에서 보내야 한다는 '교회 출석 사수파'들도 많다. 최근 SNS에서는 경기신문의 만평이 화제가 됐다. 십자가 아래로 사람들이 모여들어 "주여! 코로나로부터 우리를 구하소서"라고 기도하자 예수님이 그들을 내려다보며 "알았으니까 제발, 모이지 마라"라고 말씀하시는 내용이다. 방역당국은 크리스마스 종교모임이 코로나 확산의 또 다른 기폭제가 될까 예의주시하고 있다.
부분적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40대 직장인 김 모씨는 '코로나 염려증'에 걸렸다. 조금만 열이 나거나 두통이 있어도 불안하고, 하루에도 몇 번씩 코를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는다. 김 씨는 "아직 회사에서 '1호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다. 다들 '1호가 될 순 없다' '나만 아니면 돼'라는 생각으로 불안에 떨고 있다"며 "혹시라도 내가 1호가 될까봐 걱정인데, 어머니가 가족끼리 식사라도 하자고 하셔서 어떻게 거절할 지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국가 차원에서 '가족모임 금지' 선언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올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른 '파티룸'도 복병이다. 술집이나 음식점 영업이 제한되자 소규모로 파티룸을 빌려 송년회를 준비하는 이들이 늘었다. 친한 지인이나 친구끼리 모이는 경우도 있지만, SNS에서는 지역별로 파티룸 일정을 올리고 참여자를 모집하는 글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소규모 인원이라 해도 불특정 다수가 모여 술을 마시고 음식을 먹는 파티룸 특성상 코로나 전파의 주요 통로가 될 수 있다.
◆ 마스크만 잘 쓴다고?…다시 보자, 손 소독!
마스크 미착용시 1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면서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는 민폐족들은 많이 줄었다. 그런데 의외의 복병이 있으니 바로 '손 소독'이다. 30대 직장인 김 모 씨는 "최근 코로나 확산세가 심각한데도 버스나 지하철역에 비치된 손 소독제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거의 못봤다. 대부분이 손 소독제를 사용하던 2~3월 확산 때와는 판이하게 다른 것 같다"면서 "사무실에 비치한 손 소독제도 예전에는 이틀도 못가 바꿔야 했는데, 요즘은 열흘 넘게 사용한다"고 지적했다.
엘리베이터에서도 마찬가지다. 마스크는 잘 착용하지만 예전처럼 손가락으로 버튼을 누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 손으로 집 도어락과 현관문 손잡이를 잡고 스마트폰과 지갑, 가방을 만진다. 혹시 모를 감염위험을 여기저기 뿌리고 다니는 격이다. 1차 대유행 때는 손 소독제와 스마트폰을 닦는 용도의 알콜 스왑이 품귀였는데, 요즘은 판매량이 많이 줄었다.
5세, 3세 아이를 둔 주부 오 모 씨는 "문고리 등 손으로 만지는 것들은 알콜로 자주 닦고 스마트폰도 몇 번씩 소독하는데 유난스럽게 보는 이들이 많더라"면서 "의료진들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없애려면 에탄올 70% 이상인 손 소독제를 써야 한다던데 이를 지키지 않는 분들도 많은 것 같다"며 우려했다.
[신찬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