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생각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속알맹이 작성일 21.09.10 06:3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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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생각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많은 사람들이 남을 돌보지 못하고 세상을 보지 못하고 스스로만 생각하며 살아간다.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생존에 대한 위협은 사람의 시야를 좁게 만들고 마음을 작게 만든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래가 매우 불투명한 현실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는 마음에 큰 근원적 불안을 일으킨다.

어쩌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고통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살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의문스럽지 않은가?

대체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이런 고통을 받아야 하는 것인가?

대체 집 하나 장만해보겠다는 것이 무슨 큰 욕심이라고 이런 지옥같은 삶을 이어가야만 하는가?

이것의 원인은 무엇인가?

 

여기서 내가 보기에 큰 문제가 발생한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고통에 대한 원인을 너무 쉽고 일차적인 것에서만 찾아낸 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현실은 너무 복잡하여 진짜 원인은 항상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원인을 모르면 그 어떠한 문제도 완전하게 해결되지 않는다.

 

우리는 치밀하게 질문하고 사유해야 한다.

대체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맥주 한잔 마시며 투덜대다가도 조용한 곳에 앉아 깊게 나, 우리, 세상과 만나야 한다.

 

정말 내가 노력하지 않아서 이런 것인가? 능력이 없어서 이런 것인가?

아니면 내가 대한민국에 태어나서 이런 고통을 받는 것인가?

부모님이 가난해서 그런 것인가?

내가 재수가 없어서 그런 것인가?

문재인이 독재를 해서 그런 것인가?

이명박이 4대강을 파내서 그런 것인가? 

 

그런데 주변을 조금만 주의깊게 살펴보면 나와 같이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아니, 대부분이다.

내가 답답한 것은 대한민국의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이 뭉치지 않고 서로 싸운다는 것이다.

진짜 원인을 찾을 생각을 하지 않고 바로 옆에 있는 눈 앞에 보이는 사람들에게 화살을 돌리는 것이다.

 

아니다. 그러면 안된다.

우리가 싸우는 중에 우리를 비웃고 있을 사람들을 생각하면 피가 매일같이 거꾸로 솟는다.

 

꼭 기억해야한다. 나만 힘든 것이 아니라 내 이웃도 힘들다.

나만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라 내 가족, 내 친구, 내 직장동료, 나를 스쳐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르면서도 비슷하게 고통스럽다.

나의 고통을 끝내기 위해 노력하면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나의 고통을 끝내기 위해 노력한다고 내 아들, 내 손자의 세상까지 바꾸기는 너무나도 어렵다.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

이 세상에 숨어있지만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는 계급과 권력, 교모하게 작동하고 있는 자원의 불균등한 배분 시스템과 그로 인한 빈부격차, 그리고 이것들을 지키기 위한 이념과 사상.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를 위해서 목소리를 높여 여론으로 압박하고 우리를 대변하는 대표자를 뽑아 세상을 조금씩 바꿔 나가야 한다.

그랬을 때 누군가가 숨기고 싶어했던 비밀과 민낯이 드러나고 그 때 비로소 나와 우리의 고통이 조금씩 덜어지는 것이다.

 

다행히도 우리보다 한 걸음 앞에 나가 우리를 이끌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함께 가자고 먼저 길을 트겠다고 하는 사람들을 불행히도 우리는 비난하고 심지어 돌을 던진다.

가끔 그런 사람들이 지쳐 떨어져 나갈 때 나는 비참함에 몸을 떤다.

 

뉴스를 들을 때, 화가 치밀어 오를 때, 세상이 불공평해 보일 때 나의 고통을 생각하는 만큼 꼭 주변을 돌아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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